[김광호 前 보령제약 대표]

신약개발 주력 기업, 제네릭 의약품 전문기업, 의약품 판매 전문기업 등 미국, 일본 등 선진 제약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모든 것을 혼자 다 잘하는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고 내가 잘 하는 부분만 더욱 잘하게 하기에도 시간의 속도가 너무 빠른 세상이 됐다. 우리가 오픈이노베이션, 아웃소싱, 콜라보레이션 등의 용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트렌드에 맞게 선진 각국에서는 마케팅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소위 CSO가 그 체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CSO가 선진 판매전문 기업이 아니라 불법의 온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CSO다운 진정한 CSO가 존재하지 않고 그동안 리베이트 제공 수단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오명을 씻고 제약사들의 진정한 마케팅 및 판매파트너로 환골탈태해야 할 시기이다. 존재가치의 필요성은 이미 확인되고 있는 만큼 그 필요성에 맞는 변신이 요구된다. 이에 약사신문이 창간 30돌을 맞아 다국적제약기업과 로컬제약기업에서 영업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준 김광호 전 보령제약 사장을 만나 바람직한 CSO상과 코마케팅 등 제약 마케팅ㆍ영업 전반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CSO 미래 가치를 보자

김광호 전 보령제약 사장(이하 김광호 사장)은 제약업계에서 CSO의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만 집중 부각된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사장은 “CSO가 지금까지의 활동만 보고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새로운 노동력,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래 가치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O가 리베이트 비리의 온상이라는 등 그동안의 부작용만 부각된 점을 지나치게 우려하기 보다는 더욱 큰 틀에서 노동력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미래 가치를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약업계도 그동안 CSO를 잘못 활용한 부분에 대한 자성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충고이다. 김 사장은 “CSO는 유통이 아니라 의약품 등의 판매를 촉진하는 서비스 업무”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념정립을 요구했다.

김 사장은 특히 “제약사에서 물러난 시니어 인력들을 CSO에서 흡수하면 고급인력을 제약사 근무 당시 급여의 70~80% 수준에 활용할 수 있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시니어그룹도, 우수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CSO 기업에도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유디스 등 오랜 시간 기반을 다져온 건전한 CSO가 현재 국내에도 존재하는 만큼 산업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건전한 CSO들이 등장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CSO가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청산하는 게 선결과제라는 점도 잊지 않았다.

기업과 직원들 간 소통이 중요

대부분 제약기업들이 개인회사가 아닌 법인으로 자리를 잡은 현재 무엇보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게 김 사장의 평소 철학이다.

김광호 사장은 “법인 위에 오너가 군림하거나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오너나 CEO가 직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마음을 보여주고 상호 협력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도 근본적으로 인문학이 기본이며 임직원 모두가 “어떻게 하면 회사가 더욱 좋아질까”라는 공동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직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던 기업경영은 과감히 청산돼야 하며, 영업사원들에게 GPS를 제공하고 행동반경을 감시하고 체크하는 등의 방식은 오히려 거짓말만 양산하고 상호 신뢰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국적제약과 코마케팅도 능력

김광호 사장은 “다국적제약기업과 국내 제약사 간의 코마케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제약사들은 코마케팅을 통해 많은 이익이 창출되지 않아도 고정비용만 확보할 수 있으면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 이는 시장점유율 1위 등의 목표가 있고 이에 따른 주가상승과 자산가치 등이 향상되므로 가능한 코마케팅을 유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소제약사들은 코마케팅이 오히려 본인들에게 마이너스적인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저마진에 무조건 가져오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국내 제약사가 코마케팅 할 경우, 도매마진 6%, 인건비 10%전후, 이익(세금) 5% 등의 비용이 발생하게 돼 20% 이하로 유치하는 것은 오히려 손실만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제약기업들이 다국적제약사 등과 코마케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이 모든 경비를 제외하고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게 김광호 사장의 주장이다.

더욱이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 코마케팅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도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우선은 CP 등 규정을 잘 준하고 있는지와 리베이트 적발 등 부정적인 요소가 없는지, 노조문제는 발생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조직력과 성공경험, 단순 유통인지 마케팅 퍼퍼먼스 여부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평가되므로 다국적제약사의 코마케팅 파트너가 됐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제약 마케팅ㆍ영업

김 사장은 그동안 제약 마케팅ㆍ영업이 인맥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보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인공지능)로 각종 정보기능이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분모가 ‘사람’이므로 주객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더 해진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라고 해도 사람을 중심으로 고민해야 하고 분모에 대한 투자와 터치 등 노력이 필요하며 사람이라는 분모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는 분자가 있어도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제약사 CEO들이 미래 가치를 공감하면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오너가 버티고 있으면 60년대 70년대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 사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는 신속한 결단아래 변화를 수용해야 하므로 오너가 CEO에게 완전히 맡기고 온전히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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