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 (재)의약품정책연구소장]

최근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에 따르면 주 5일제 체제에서 오는 2030년에는 1년에 265일을 근무한다는 가정하에 약사 인력이 1만 3,364명, 의사는 4,267명, 간호사는 16만 4,000여명이 부족하다는 추계가 나왔다.

하지만 주 5일제를 변수로 한 추계분석은 월~토요일까지 운영하는 약국 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약국의 근무일수는 300일이 넘고 수도권과 지방간 인력편차와 약사 80% 이상이 개업이나 근무약사로 진출한다는 변수들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년 1800명의 신규 약사가 배출되는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학대학교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 

최근 국회 공청회를 통해 약사인력수급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김대원 (재)의약품정책연구소장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보았다.

보건의료 인력체계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한가라는 문제를 두고 근로자인 봉직 의사나 간호사 등은 부족하다고 답하겠지만 의료기관 경영자인 병원장이나 원장은 부족하지 않다는 상반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답변이 엇갈리는 것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보건의료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보건의료 산업은 인력 대체효과가 거의 없는 편으로 특히 간호 인력은 진료의 주체인 의사인력에 비해 경제성은 낮은 반면 의료의 질 향상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저수가 체계에서는 우선적으로 간호 인력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3D 업종으로 분류할 정도다.

또한 의료기관들이 의료 기계에 우선 투자를 하는 것은 왜곡된 수가구조에 따른 것이다.
즉 기계 수가는 후하게 책정된 반면 의료인에 대한 수가는 낮게 책정됐다. 예를 들면 수술에 대한 원가 보전율은 76%인데 반해 영상검사 수가는 122%에 달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가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병원간의 검사자료 공유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점이다. 검사자료 공유제를 통해 과잉검사가 줄어들고 검사기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듦으로써 의료장비에 대한 과잉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환자의 부담 경감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의료 생태계를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약사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방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약국은 200곳이 증가했지만 약사 수는 700명 증가했다. 약사의 증가에 비해 약국 수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2015년과 2016년에 약국과 약사 수의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2015년부터 6년제 약사가 배출되면서 기존 약 1,200명 정도였던 연간 약사 배출 수가 약 1,800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학대학 재학생 중 상당수는 졸업 후 약국 개국을 희망하고 있다. 2015년 이전에 감소 내지 정체돼 있던 약국 수가 2015년을 기점으로 미미하지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6년제 약사인력의 배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비교적 취업도 쉽고 원하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음에도 약국으로 몰리는 이유는 애초 입학 때부터 약국 개국을 목표로 약대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비단 약사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음으로써 도시지역, 대형병원, 대형약국에는 보건의료 인력 취업 희망자가 넘치는 반면 시골지역, 소규모 병의원에는 보건의료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때문에 이와 같은 인력관리에 있어 배치 불균형의 해소가 증원보다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농간, 요양기관간 인력 편중이 매우 심하며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 대학의 정원을 늘리거나 교육기관 수를 늘리는 등 매우 탄력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어 증원에 앞서 먼저 인력의 재배치를 고려하고 인력 배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약사뿐만 아니라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모든 보건의료인에 대해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

보건의료인을 강제로 배치하는 것은 공중보건의사 등 군복무에 대한 대체복무 인력에 한정되는데 그나마 대체복무 인력이 매년 감소하고 있고 국방부는 2023년까지 대체복무제도를 대폭 줄이거나 없앨 계획이라서 보건의료 취약지에 대한 배치에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 인력이 자발적으로 시골지역이나 의료 취약지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인력수준별 차등수가제이다. 이 제도는 간호 인력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에는 간호 인력이 담당하는 환자 수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하면 된다. 

둘째는 지역 급지별 수가 차등제이다.

이는 교통, 편의시설, 도시 규모, 보건의료 환경 등에 따라 급지를 나누고 급지별로 수가를 차등화 시키는 것으로 미국에서 시행 중인 임금지수와 유사하다. 즉 제반 여건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수가에 일정비율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제도가 시행된다면 대도시로 몰리는 보건의료인과 요양기관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는 한 명의 간호사가 동일한 환자수를 담당하는 경우 종합병원이 더 높은 수가를 받고 있는데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시골일수록, 간호인력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가를 받게 되는 구조이다.

특히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약국에도 급지별 수가 치등제를 적용한다면 인력 재배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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