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윤순남 항암제 사업부 총괄 상무]

최근 들어 항암치료제 시장이 세계적으로 패러다임의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 이를테면 기존 세포독성치료제 중심에서 표적 치료제로의 전환이 그 대표적인 현상이다.
 
더욱이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 약물에 대한 시장의 요구와 연구개발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종양 질환의 정확한 조기 진단과 치료를 함께 하는 치료진단(theragnosis)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국내 암 환자들 삶의 질 개선에 올-인 하는 한편 제약업계 항암제 분야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하 GSK) 항암 사업부의 작은 거인 윤순남 상무를 만나 표적항암제 시장의 최신 글로벌 동향을 들어 보았다.

표적 치료제에 집중, 이유 있다. 

현재 제약 개발회사들은 맞춤 치료에 있어 표적치료제, 면역조절요법 병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의약기술이 진일보함에 따라 환자 개인마다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기존 세포독성약물이 종양세포를 포함 체내 정상 세포까지 융단 폭격해 환자에 부작용이 심했던 것에 비해, 표적항암제는 타깃이 되는 암세포 생성이나 증식 작용기전을 획기적으로 차단 및 억제작용을 한다. 즉, 이제는 특정화된 바이오마커를 찾아 해당되는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트랜드가 됐다. 이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 회사는 더 이상 세포독성 항암제를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시대 변화와 함께 요구가 줄어든 이유다. 

이를테면 표적치료제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BRAF 유전자, ALK(인산화 효소) 등 비정상적으로 과발현 되는 목표물만 공격해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트라스트주맙)과 GSK의 동일 질환 치료제인 타이커브(라파티닙)를 봐도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0% 정도에서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 

더불어 예전에는 전이성 암 진단이 많았지만, 지금은 조기 암 발병이 늘어났다. 이는 국가적으로 암 조기 진단 시스템이 적극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암의 경우 ‘stage 1’인 조기 암이 발병의 50%가 넘는다. 반면 진행성 암인 ‘stage 4’는 10%정도에 머문다. 

게다가 유방암 역시 진행성 암이 2%에 그치고 있다. 이제는 암 발병에 있어 수술 치료가 가능한 조기 암은 만성질환과 그 예후가 비슷해지는 추세이다. 나아가 진행성 암 또한 표적치료제의 시장 진입으로 생명연장에 놀랄만한 개선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의 EGFR 과발현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 타세바(엘로티닙)와 이레사(제피티닙)의 예를 보면, 타세바 경우 아시아인에서 반응률이 25~35% 가량 된다. 이 환자들에 일반적인 세포독성 항암제 사용 시 반응이 30~40% 수준에 머물지만, 타세바 투여 시 반응률은 70%까지 상승한다. 더불어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ve free survival) 측면에서도 세포독성 항암제 사용 경우 6개월, 타세바는 10개월로 연장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살펴보면, GSK의 타이커브와 로슈의 젤로다(카페시타빈) 병용 역시 허셉틴 복용에 실패한 환자 적용 시 단독요법에서 보인 10%의 반응률보다 높은 30%대로 확인됐다. 여기에 PFS는 젤로다 단독사용 했을 경우 4개월에서 병용 시 2개월 연장된 6개월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항암제 시장의 흐름은 표적치료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 표적 치료제들이 전체 생존기간을 늘려가는 와중에, 표적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에서는 세포독성치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국내 항암제 시장 확장, 사명감이 우선

국내 경우 표적치료제는 보험급여가 책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GSK가 발매 준비 중인 KRAS 정상형(wild type) 전이성 대장암에 처방되는 벡티빅스(파니투무맙), 로슈의 전이성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머크세로노의 얼비툭스(세툭시맙), 화이자의 ALK 유전자 표적 항암제 젤코리(크리조티닙)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약품의 전체 매출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 처방이 힘들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시장에 진입한 표적치료제가 거의 보험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와 함께 항암제 시장 규모에 있어, 호주는 실질적 인구가 국내보다 적지만 암 발생율이 높은 편이다. 호주는 위암을 제외한 나머지 유방암, 폐암, 대장암, 피부암 등의 발생이 높아 이에 보험급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 보면 매년 암 발병이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조기 암 발병이 많다. 반면에 중국과 호주 등은 진행성 암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표적치료 약물 대부분이 진행성 암에 적응을 갖고 있어, 조기 암 발병이 많고 급여가 원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전체 항암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의 확장에 있어 항암제의 시장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우선적으로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보험급여가 빠르게 이루어져 치료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항암제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절대적이라는 개인적 생각이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의 사명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혁신적 항암제를 개발해 시장에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임상 현장에 다양한 치료옵션이 제공되는 셈이며,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 기회가 넓어지게 된다. 어차피 치료제 시장은 급여부분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확장되게 마련이다. 이보다 앞서 환자에 어떠한 이익이 돌아갈 지 각자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향후 항암제 시장 성장성 조망

항암제가 전체의약품 가운데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질환 발병률이 높고, 일부 표적치료제가 보험급여를 받아 시장에 안착한데 따른 것이다. 

글리벡이 그 대표적 약물이지만 글리벡도 올해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미 30% 약가 인하와 내년에는 55%대로 약가 하락을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글리벡 매출이 1,1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올해 300억 원 감소와 함께 550억 원이 내년에 추가적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허셉틴 역시 전이성 유방암, 전이성 위암 등에서 1년 80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리지만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조만간 식약처 승인과 함께 30%의 약가인하가 단행되면, 전체 성장률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 

2015년까지 많은 표적약물이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어 전체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15~2016년이 제약 시장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항암제들이 진입하고는 있지만 특이적 환자에 적응을 갖고 있어 향후 항암제 시장의 성장은 더뎌질 수도 있다. 

한편, 앞으로 점차 항암 신약들의 신규 진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간암 치료제 넥사바(소라페닙)를 대조약물로 설정해 신약 임상을 거듭했으나 대다수가 실패했다. 이는 그만큼 기존 스탠다드 표적치료제 대비 우위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표적치료제와 보험급여 불가분 관계

국내 항암제 시장의 성장은 결국 국가 보험체계 특성상 급여 부분의 해결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벡티빅스, 아바스틴, 얼비툭스 등도 급여를 받아야 성장이 가능해 진다. 이번 박근혜 정부가 2014년부터는 고가 항암제 경우 급여를 지원해준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전반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벡티빅스의 보험급여가 해결되면 결국 50%의 K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 사용이 가능해진다. 현재 7,000여 명 전이성 대장암환자의 절반인 3,500명 환자에 그만큼 치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은 주요 사안이다. 

화이자의 젤코리(크리조티닙)도 마찬가지다. ALK-EML4 변이가 발생한 비소세포 폐암 환자는 전체의 4%인 150명에서 200명 선이다. 한 달 치료비용이 1,000만 원 정도 소요되는데 단순히 정부입장에서 보면 보험재정 부담문제가 크겠지만, 항암제를 비즈니스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환자에게 생명 연장의 희망을 제공해야 한다는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병용요법 연구 결과와 과제

표적치료제 병용은 기존 부작용을 유지하면서 효과는 극대화 시키는 개념이다. 최근 다양한 종양의 병용요법에 관한 임상에서 효과적인 결과가 다수 도출되면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포독성약물은 병용 시 부작용도 함께 늘어나지만, 표적치료제는 효과가 극대화 되면서 부작용이 유의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방사선 치료의 범위를 줄이는 선행 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의 한 방편으로, HER2 과발현 된 유방암 환자에서 허셉틴(트라스트주맙)에 도세탁셀과 같은 세포독성약물을 추가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표적치료제를 병용해 완전 관해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 병용요법이 넘어야 할 벽은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린다고 해도 항암치료비용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점이다. 

2가지 약물을 사용한 결과 효과가 1.5배로 향상된 반면 그 비용이 2배로 늘어났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결국 제약사들은 효과를 극대화 시키면서 환자에 보다 접근성을 높이는 비용 조절 문제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의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논의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옛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속적으로 신약개발에 도전하지만 상당부분 실패의 쓴맛을 맛보고 있으며, 기존 제제의 특허만료는 피할 수 없는 벽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비와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에 몸을 사리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과거 실패를 경험했던 제제를 대상으로 다른 분야 적응으로 연구를 진행해 개발비용과 시간을 대폭적으로 줄이려는 논의가 열기를 띠고 있다. 

이미 독성 등 비임상을 거쳤기에, 새로운 임상 도전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형아 출산 등의 부작용 문제로 사장됐던 셀진의 ‘탈리도마이드’가 현재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비아그라’ 역시 심혈관 질환 약물로 처음 개발이 추진됐으나 용량 변화 연구 가운데 발기부전치료에 처방되고 있다. 

프로스카처럼 자사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가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현재 탈모증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희귀 의약품 개발 전폭적 노력

이전에는 사업성이 큰 주요 종양질환에 관한 연구가 활발했지만, 최근 들어 희귀질환 분야에도 초점을 맞춰 연구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희귀 질환의 환자 규모가 작아도 표준 치료 기준이 제대로 존재치 않아, 이러한 환자 치료에 혜택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혈소판 감소증에 쓰는 레볼레이드(엘트로도팍올라민), 전이성 신장암과 국내 1,000명 이하 환자가 존재하는 골연부 육종 2차 치료제 보트리엔트 등이 그들이다. 

일반적으로 혈소판 감소증 치료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글로불린, 비장 절제 등의 치료요법으로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이에 레볼레이드의 시장 진입으로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당사는 휴먼지놈사이언스사를 인수하면서 벤리스타(벨리무맙)의 제조권을 획득,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 성인 환자의 추가요법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는 1958년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루푸스 환자를 겨냥한 새로운 치료제라는 점이 회사의 노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GSK 향후 항암사업 계획

현재 승인된 항암제로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타이커브(라파티닙)’, 전이성 신세포암 및 전이성 골연부 육종 치료제 ‘보트리엔트(파조파닙)’, 전이성 대장암 치료제 ‘벡티빅스(파니투무맙)’,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엘트로도팍올라민)’, 올해 8월 20일 식약처의 시판허가를 받은 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아르제라(오파투무맙)’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본사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항암사업을 시작해 7년 정도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해 왔다. 향후 계속해서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기존 제제의 적응증 확대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자사 회장이 언급한 바 있는 후생 유전학 연구 및 면역반응 연구, 신호전달 억제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더욱이 기존 전략보다 혁신적 암 치료에 포커스를 맞춰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항암제, 환자 삶의 질 개선이 ‘제 역할’

치료제의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이익제공이다. 이에 부가적으로 임상의 처방에 유익한 선택권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경구용 진행성 신세포암에 타이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 억제제인 보트리엔트가 올 7월 1일부로 급여가 확정됐다. 이전에는 이 질환에 표준 치료가 없었다. 임상결과 질병이 진행되는 시간을 위약군은 1.6개월, 보트리엔트는 4.6개월로 진행 시간을 3개월 지연시켜준 것이다. 이는 골연부 육종 2차 치료제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임상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 것. 때문에 미국, 유럽에 이어 국내까지 승인을 마쳤다. 실제 국내 골연부 육종은 환자가 150여명이 채 안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략 3만 5천 명이 안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러한 질환에 임상을 진행해 소수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은 사명감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이익 면에서 보더라도 수천억 연구개발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10억 원 정도의 예상 매출은 작지만 환자를 위한 적응증 확대라는 결과물을 얻었다고 본다. 이는 본인을 비롯, GSK 항암사업부의 모든 관계자들이 환자를 우선에 둔다는 목표를 반영하는 것이다. 

더욱이, 전이성 신장암에 있어 보트리엔트의 임상연구가 지난 8월 22일 NEJM에 게재됐다. 이는 보트리엔트(파조파닙)가 현재 신세포암 치료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1,100명의 전신 치료 경험이 없는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 대상 경쟁 제품인 수텐트(수니티닙)와 직접 비교 연구인 컴파즈(COMPARZ)를 시행한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PFS) 및 객관적 반응률이나 전체 생존기간 등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부작용은 서로 다른데, 화이자의 수텐트는 수족증후군과 피로감, 구내염, 혈액학적 부작용 등이 관찰됐고, 보트리엔트는 간독성 등이 나타났다. 특히, 삶의 질 평가 질문지에서 호의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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