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황성주 회장]

최근들어 보건의료 분야 ‘산관학연’ 종사자들 간에 원활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간자적 입장으로 편향되지 않고 시원히 돌직구를 던질 수 있는 학계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고 있다.

이는 제약산업이 생명과학의 정점으로 꼽히고  미래 국부가치에 있어 제약업계가 막중한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돼 시장의 안전망 구축과 과학적이고 단계적인 문제 접근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간 생명과 직결된 제약 산업의 향방이 곧 국가의 경제성평가를 좌지우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다년간 제약업계 전문 실무자로서 풍부한 경륜과 현직 교수로 제약계 인재양성에 사력을 다하는 한편, 올해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의 새 수장직이 된 황성주 교수(연세대학교 약학대하교 교수)를 만나 향후 제약시장의 정책적 방향과 조언을 들어보았다.

“의약품은 규제과학이 집결된 산물” 

황성주 회장은 종근당에서 8여 년간 근무하면서 의약품 인·허가업무와 제품의 라벨링 등 제약 산업 실무를 맡아오다가 교편을 잡은 후 약업계를 대변하는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전문가다.

그는 충남대 약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할 당시 국내 약학대학은 의약품 관련 법규를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운을 뗐다. 더욱이 전문가 부재로 인해 해당 부서의 공무원 등에 강의를 부탁하는 실정이었다는 것.

이에 제약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추진력은 법규와 맞물려 있다는 시장 현실을 절감하고 뜻을 같이하는 일부 교수들과 함께 지난 20년 동안 약사법규 교육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법제학회의 창립에 있어 황 회장은 “심창구 전 식약청장이 제약산업에 있어 약사법을 다루는 학회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감지했고, 청장에서 물러난 후 본격적인 학회 창설 준비에 돌입했다”면서 “미국도 현재 제약 관련 법규를 연구하는 ‘렙스’라는 법규학회가 존재해 시장의 규제 운영에 기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이란 약물의 허가부터 가공을 거쳐 최종 포장에 이르기까지 신약 탄생의 전주기 과정에 항상 법과 결부돼 있어, 하나의 고도화된 법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즉 의약 관련 규제를 잘 이해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약을 잘 아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견해이다.

황 회장은 법제학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의료계 정책적 연구역사를 깊이 비교해 본 결과 약학계는 의학계에 비해 약학정책연구소 설립 역사가 일천하지만  약사회의 약권 신장과 함께 약업 관련 산업에 중간 조절자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황 회장은 “약업계의 주장과 정책이 아직까지 체계화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이를 구체화시키고 개정된 대한민국약전의 주체성 확립을 통해 글로벌 표준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진국의 관련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겠다는 국가적 공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종사자들이 법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산업기술의 발전이 전제 돼야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말했다.

이어 “선진국이 의약품 시장을 독점하는 추세에서 ICH 가이드라인 내에 그나마 APEC21이 존재하는 만큼 이에 적극 공조하고 참여해 국내 제약시장에 사용되는 각종 규정이 널리 통용 될 수 있도록 의견을 관철시키고, 무역장벽을 넘어 PICS 가입 및 GMP상호인증제 도입과 수출 신장에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산업 자체가 신약개발 능력 유·무의 문제 일 뿐 그 중간 위치는 없으며, 아직까지 국내 제약업계가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지 못했어도 보유한 기술력과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이다.

향후 의약품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됨에 따라 ‘제약선진국’을 곧 ‘경제선진국’으로 인정하는 기준과 일치하므로 내수시장에 안주했던 제약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다양한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 회장은 “법이라는 것은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 산업이 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열차가 레일이 없으면 운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철로의 역할이 바로 법”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의미에서 그는 법제학회가 단순히 학문적인 연구 역할도 중요하지만, 갑을 관계로 인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해 이를 조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선진국의 선재적인 규정들을 국내 시장에 급진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우리의 여건과 형편에 맞게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향후 중국 식약처의 인·허가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제약업이 국부창출에 지대한 영향”

생명과학의 대미는 보건의료 산업으로 그 중 제약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중요하다. 현재 국내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이 분야에 결집돼 있기에, 인력적인 차원에서도 향후 신약이 꽃을 피워야 한국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황 회장. 그는 “개인적 의견이지만 10년 후 제약업의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와 함께 최근 K-POP 등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문화 콘텐츠의 한류 열풍을 타고 시장에서 역동성을 반증하며 국산 화장품이 국제적 인지도 상승과 함께 고부가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사례를 꼽았다.

이에 황 회장은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선두권 기업들의 시장 독점 경향이 강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R&D 투자가 미미했음에도 국내 화장품 산업이 최근 국부창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수행하는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신약이 성공하려면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성과 함께 마케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황 회장은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 경우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 특허만료 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후속타가 없으면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는  약업계 생리에서, 국내 제약기업들은 적은 규모가 오히려 융통성 측면에서 신속히 대처 할 수 있다는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의약품의 질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국제 기준에 절대 뒤처지지 않지만 담당자의 글로벌 역량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서양의 경우 업무처리에 있어 기록의 문서화가 수월하게 행해지지만 국내 실정은 상반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해외 시찰을 가보면 글로벌 빅파마의 GMP 운영에 있어 국내 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한마디로 국내 제약업계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결코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낙후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황 회장은 선진 제약은 영업직도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다수일 정도로 학문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국내 제약 산업 관계자들의 역량 강화 부분은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품ㆍ의약품ㆍ화장품 등 통합 법규 전개”

미국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하나의 법으로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약법이라는 것은 인체가 외부 물질과의 접촉, 섭취에 있어 생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외품 등이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범주에 포함이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황 회장은 식약청에서 식약처로의 승격은 이들을 하나로 통합·총괄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학회가 전문 인력 면에서 부족한 점이 일부 존재하지만 약학대학이 35개로 늘어나 앞으로 사회약학 분야 전문 교수들의 참여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식약처의 통합관리에 있어 건강식품은 미국에서 ‘영양 약품’으로 정의를 내리는데, 국내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약으로 오인하고 혼선을 겪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보건당국 차원에서 계몽이 필요한 부분으로, 국가에서는 이를 식품으로 규정짓고, 소비자는 약품으로 인식하는 데 따른다는 지적.

이에 황 회장은 “제형이 의약품과 같은데서 비롯한 것으로, 건강기능식품도 농축된 약품이기에 오남용하면 위험성이 생겨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할 것”으로 당부했다.

의료기기 역시 의료공학 분야는 융합과학으로 “전자제품 국제 선도기업인 GE사의 경우 냉장고 판매 1위를 기록할 당시 가전제품 최고 담당자를 과감히 해임하고 첨단의료기기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확대한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민들의 안전성 의식 고취에 있어 언론이 여론을 몰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실제 사건의 사실과 언론 보도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합리성이 결여된 여론의 몰매와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는 정보에 대해 관계자들은 현황파악을 정확히 해 정치적 판단에 치우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지난 탈크원료의약품 사건이 과학적인 접근을 무시한 정치적인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탈착제로 사용되는 탈크원료의약품의 경우 완제품에는 극미량이 존재해 검출 기준 조차 없고 전문가들조차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인체에 위해한 석면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천억 원대의 의약품을 폐기처분토록 한 것은 자원의 낭비이며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평가이다.

이 같이 소통의 단절에 따른 문제를 접할 때 법제학회의 역량이 요구되며, 제약시장에 올바른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학회의 역할과 과제라고 피력했다.

이는 관련업계와 관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이해관계 때문에 의견을 제시하는데 제한이 따르지만, 학자들의 경우 표현의 자유가 보다 보장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황 회장은 식약처로부터 학회의 사단법인 인증을 받았지만 산하단체가 아니라는 사실과, 식약처의 정책수립에 조언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이를 논의하는 게 법제학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약사 인력수급 문제, 안전성에 악순환 지속”

병원약사의 인력 문제에 대해 황 회장은 2009년 충남대 약대 학장시절 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면서 신설 약학대 창설에 대비 전문조직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약사법 38조에 의거 조제 수 80건당 약사 수 1명이 종합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관련 조항을 예로 들었다.

즉, 서울대 등 주요 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병원이 이에 미달되는 상황으로 최근 건의를 통해 ‘조제 수’에서 ‘침상 수’로 초점을 변경, 종합병원 30침상 당 약사 수 1명이 상주하는 것으로 개정됐지만, 국내에 존재하는 종합병원의 침상 수가 약 40만에서 45만 개로 집계돼 병원약사가 13,000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병원약사는 3,000명 수준에 머물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그는 “일부 대형병원은 병원약사가 법적 약사수를 상회하지만, 전국적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 환자의 안전성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병원약사가 1만 명 정도 증원돼야 한다면, 현재 약대의 모집정원이 약 2,000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약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 같은 악순환이 누적되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약사수를 늘려 선순환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내 종합병원 입원 환자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 병동 간호사로부터 약을 전달 받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미국은 병동약사가 따로 상주하며 의료진의 처방에 대해 임상수치와 부작용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증을 마쳐야 처방이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는 약물 전문가가 아닌 인력에게 전달받는 현 체제와 관련 안전성의 사각지대가 엄연히 존재하므로 이 같은 문제를 섣불리 나서서 지적할 수 없는 부분인데 바로 학계가 이를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황 회장은 “병원약사의 인력수급은 열악한 급여부분이나 직장생활에 질적으로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일선 약국가에서 1일 조제건수가 일정 수를 넘어가면 약사수를 증원하고 이를 충당치 않으면 조제수가를 삭감하는 등의 관리가 잘 수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치료영역이 좁은 약물의 경우는 환자에 따라 혈중농도를 조절하고 맞춤치료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시행하는 병원은 많지가 않아 약대 6년제 전환과 맞물리면서 약사의 전문성 확대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국민들 역시 의약품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안전한 처방에 이어 합리적인 투약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식의 주장제기가 필요하다는 것.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실수는 할 수 있으나, 실수로 인해 심각한 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해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황 회장의 설명이다.

“정부는 탄력적 약가정책 운용해야”

제약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신약개발에 성공을 해도 약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신약개발의 의미가 퇴색된다. 미국 정부의 경우도 무기, 소프트웨어 및 서적, 의약품이 주요 고가 정책을 펴고 있는데, 미국이 아직도 의약품 전체시장의 48%를 차지하는 것은 약품의 양적 공세가 아닌 고가정책의 영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황 회장은 “의약품 저가정책이 보험재정 절감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진출과 혁신적 신약의 국내 시장 도입을 늦추는 단점이 존재 한다”며 “기술기반이 된 신약의 경우 고가정책은 향후 국부창출 및 국민에게 그 보상이 되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역설했다.

“제약업, ‘개발’보다는 ‘연구’에 집중”

제약업계가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측면은 관계자들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제약업계가 개발역량에 있어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비상의 시기가 관건인데, 전략에 따라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회장은 “국내의 경우 R&D가 이제는 임상시험 전 연구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며 “임상시험 전 연구는 R&D에서 R(연구)에, 임상시험은 D(개발)에 해당하는데, 현재 다국적 제약의 경우 연구부분에 있어 개발인력을 대폭 줄이고 학계와의 아웃소싱을 확대하며 전문적 식견을 가진 학자와의 논의를 통해 리스크 감소효과를 노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 혁신형제약기업들도 단독 연구보다 학계와의 합동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황 회장은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 정책은 제약기업의 숫자에 초점을 두고 구조조정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으로 경쟁을 통해 자연 도태하는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미국도 제약시장에 1인 기업 등 소규모 기업이 비일비재하게 많다”며 “과거 작은 기업의 경우 암암리에 리베이트를 통한 운영으로 사업이 유지가 됐다면, 이제는 기술력과 제품력 없이는 시장에서 자연히 퇴출되는 것이 바람직한 이치”라고 말을 맺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