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제약기업의 조건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학장] 


제약산업은 전통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양한 학문의 조화와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식산업이면서 또한 유사시 안보산업의 근간이 된다. 기간산업의 발전과 IT강국의 대한민국이지만 우리나라 100년의 먹거리 국가 전략산업으로 고급인력의 일자리 고용창출과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제약산업 육성과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국내 제약산업은 고품질의 제너릭 산업 육성을 통해 급성장하면서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국가 성장동력의 기조인 글로벌 진출과 수출화 전략을 통한 동반성장에 있어서는 적자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글로벌화(globalization)란 기업이 개별 국가시장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기보다 전세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통합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국내가 아닌 세계시장 또는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 등을 포함해 의약품 수출과 교역이 이루어졌을 때 글로벌 의약품이라 칭할 수 있다. 대상국가 외에도 매출규모나 시장성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글로벌을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제약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려면 진정한 혁신적 기업에 의한 혁신적 의약품 개발이 요구된다. 글로벌 신개념 의약품(Global New Concept Drug)은 세계시장에서 매출 1조원 이상(또는 준블록버스터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품질을 보유한 의약품(저분자신약 또는 바이오신약)으로서 시장선점이 가능한 원천기술에 기반 한 신개념 의약품이거나 혹은 국내 제약회사가 글로벌화 됨으로써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지식경제용어사전, 지식경제부, 2010.11, 대한민국정부).

그러나 변화는 쉽지만 혁신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변화가 무엇인가를 새롭게 바꾸는 활동 전반을 뜻한다면 혁신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 아주 새롭게 바꾸는 활동, 변화에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즉 변화에 가치를 부여한 혁신의 개념은 치료적 유용성 및 안전성 개선을 통한 신약개발이나 개량신약 연구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치료 분야의 최초이고, 차별성이 크며, 가장 효능이 최적인 의약품, 즉 ‘First/Differentiated/Best in class’ 의약품이라 할 수 있으며 아울러 과학적 우수성과 지적재산권으로 뒷받침되면 혁신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글로벌 혁신형 제약기업” 구축

이제 FTA시대가 도래하고 국제적 환경에서 제약기업의 미래 돌파구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거듭나고 다시 글로벌 진출을 향한 혁신의약품의 연구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도하는 당당한 ‘글로벌 혁신형 제약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 제약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했지만 많은 제약회사들이 특정제품의 경우 160여개의 제너릭 의약품이 출시될 정도로 제너릭 기반의 성장에 주력했고 중복 투자가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제약산업의 구조조정 및 개편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11년 3월 30일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요건 및 절차를 통해 2012년 43개사의 혁신형 제약기업을 인증했다. 물론 3년마다 제약기업의 연구개발투자 및 이행실적을 평가해 재평가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과연 진정한 혁신제약기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동안 정부의 제약 육성 정책은 나름 지나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는 사실 비관적이다. 그 근거는 정부의 좋은 정책과 지원항목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반면 제약기업에서 느끼는 강도는 크지 않았다. 이제 국내 제약기업이 혁신적 비전과 혁신의약품으로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정책으로 새로운 롤모델의 글로벌 제약기업이 탄생되도록 도울 시기이다.

글로벌 혁신 개량신약 전략

제약기업들이 혁신성을 구축하고 2020년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 ‘글로벌 혁신 개량신약’의 집중 육성 및 추진이라고 생각한다. 개량신약의 혁신성을 부여할 수 있는 연구기술의 확립은 글로벌 진출 전략의 초석이 될 것이다.

개량신약에 보다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도 치료적인 관점에서 효력, 안전성, 순응도면에서 기존의 약물보다 더 개선됐거나 또는 새로운 대상의 환자 군이 있는 경우와 같이 임상적인 이점과 혁신성이 있는(innovative) 경우에는 ‘우선적 신속심사(Priority review)’와 빠른 허가를 보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제너릭 기반의 성장에 주력해 온 국내 제약기업의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전략적 우위 확보가 가능한 혁신개량신약 개발연구를 통해 최소 미국이나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의 피크매출을 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구조의 진정한 글로벌 혁신제약기업의 롤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래 그림은 현재 국내제약산업의 환경을 고려하여 글로벌혁신 개량신약을 발판으로 한 글로벌혁신제약기업의 탄생을 위한 국내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전략을 도식화 한 것이다. 



산·관·학의 역할과 사업 모델

글로벌 혁신제약기업이 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려면 산·관·학의 역할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그동안 빈약한 예산과 정책적인 변화에 연연하지 말고 제약기업들의 자생적 경쟁을 유도해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 수립에 따라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또한 제약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혁신형제약기업의 지속적인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혁신의약품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이 제공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

구체적인 실례로 혁신개량신약에 대해서는 신속심사를 통한 약가우대가 가장 우선이다. 또한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 시 경제성평가에 앞서 대상 의약품의 제제기술, 약효기전 및 유효성 등 혁신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학자들로 구성된 혁신성평가소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약가 경쟁력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혁신개량신약의 경우 해외에서의 매출이 블록버스터급으로 신약보다도 큰 사례들이 매우 많고 제너릭의약품의 가치를 능가하며 신약과 버금가기 때문에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량신약으로 지정되면 일정기간의 PMS도 부여돼야 한다.

끝으로 신약개발을 포함한 의약품 개괄과정은 전주기적 많은 요소인 기초연구, 개발, 임상, 특허, 마케팅, 비임상/임상 개발과정 등 많은 지적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집되고 또한 약가나 인허가, 특허 및 국제 환경적 변화 등 다수의 행정적 요소까지 연계돼 제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장애 요인을 극복하고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이 요구된다.

따라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연구 및 정책 등 다양한 의약품 개발 요소들을 미리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리드하고 연구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조율할 수 있는 ‘의약품연구소(가칭)’ 설립도 다시 한번 고려했으면 한다.

제약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형제약기업의 선정에 만족하지 말고 글로벌 진출을 통한 진정한 혁신제약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구조조정과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전문치료 분야의 구축과 혁신 개량신약 등 연구개발에 주력해 국가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글로벌 매출이 가능하도록 연구관련 예산, 인력 및 인프라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회사의 역량에 따라 치료분야의 전문성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의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제너릭과 보다 혁신적인 개량신약의 연구개발을 통해 2020년 정도에 글로벌 신약이 탄생될 수 있도록 미래를 예측하고 실현가능한 연구개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학계는 제약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의약품 기반기술 창출 연구를 수행하는 중심점이다.

특히 정부가 구상하고 제약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정책과 미션에 항상 학계도 유기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혁신신약을 포함한 개량신약 육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인 사업 모델의 전략 부재와 제도적 미흡으로 글로벌을 통한 매출 창출은 미진했다.

따라서 기존 사업 모델과 차별화된 정부지원 사업 모델의 구축을 통해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를 위해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산·관·학연이 통합 구성돼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기술개발, 지원 및 평가, 임상 및 비임상 연구 등 각 회사들이 주도하는 연구개발의 성공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혁신형 통합 모델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비혁신제약기업의 출구 전략

혁신제약기업에서 제외된 비혁신제약기업의 출구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태생적인 영세성과 열악한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틈새시장이나 보다 전문화된 치료분야의 구축과 특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실례로 오랜 기간 축적된 제너릭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너릭 전문회사로의 출구 전략을 제언해 볼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제너릭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글로벌로 진출함으로써 거대 제약기업으로 거듭난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제너릭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무엇보다도 우수한 품질관리와 동등성 확보를 통해 고품질의 의약품 생산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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