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국무총리실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시킨 것은 국민 보건 향상(안전성 강화)과 함께 제약·바이오 분야를 차세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바이오·제약 분야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발표해 왔고, 2004년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바이오·제약산업 분야를 선정했다. 2006년에는 제2차 바이오분야 육성계획과 바이오-비전 2016을 발표해 2016년까지 바이오기술·산업의 7대강국에 진입하여 연 생산 60조원, 수출 250억불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제 2016년까진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고부가가치성 상실 국내 제약산업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제약산업 생산액의 2003∼2010년 연평균성장률이 8.7%였었지만 2011년 생산실적은 하락세를 나타냈다(도표 1). 제약산업의 생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불과하고,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약가 인하, 일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 등 여러 보건의료정책의 변화가 주요인이지만 국내의약품 산업의 고성장세가 꺽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지식산업

따라서 국내의약품 산업의 고성장세를 지속시키고 제약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즉, 기술력 향상 및 국제 경쟁력 제고,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성공사례축적과 R&D투자 확대, 의약품의 경제적 가치 평가의 합리적 제도 구축, 해외 시장 개척, 전략적 M&A 등 제약 기업운영 선진화, 금융지원 및 정부의 전략적 지원 체계 구축, 제약 산업 전문 인력(임상, 연구 및 융합 R&D, 생산 및 관리, 의약품 허가 및 수출, 제약경영) 양성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 모두가 원칙적인 얘기며,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나 길은 평범한 것과 원칙 속에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본 지면에 “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울 것이가”라는 질문과 함께 제약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이다”라는 명제에 충실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은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가진 잘 훈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한 산업임을 의미하며, 그 전문인력(우수한 전문가)들이 소유한 무형의 가치를 상품에 담아내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즉, 그 산업의 성패는 전적으로 사람에 달려있다.

그런데 국가 미래성장동력을 가동시킬 우수한 전문가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우수한 전문인력의 확보, 전문인력의 적재 적소 배치, 중·장기적 인력양성계획과 우수한 전문인력들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제약산업 전문인력으로서 첫 번째 고려할 수 있는 인력은 약학전공자이다. 2011년까지 약학전공자들의 배출현황을 보면 국가의 신성장동력 육성 정책이나 산업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성장 목표치 만큼 전문 인력의 배출도 증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건 의료 인력의 배출 추이와 비교해도 그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2011년 현재, 총 약사 수가 6만2,245명이지만 약사신상신고를 하고 약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그 반에도 못 미치는 2만9,554명이며, 그 중 78%가 지역 약국, 10.3%가 병원, 2%가 학계와 공직, 4.8%가 제약 산업, 기타 직종에 4.9%가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인력 양성이 해답

제약산업의 발전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도 많지만, ‘바이오비전 2016’ 이나 ‘2030’을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할 사항이 전문인력 양성이었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약학교육 6년제의 시행과 함께 2013년, 2014년 약사 인력 배출이 중단돼 약무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됐다. ‘국가 미래성장동력을 가동시킬 우수한 전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질 수밖에 없다.

2011년 기준 제약산업 분야 총 종사자 수는 6만3,498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2013년 2월 발행된 보건산업진흥원의 제약산업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소요 인력 수는 10만343명(생산액 추세)에서 23만8,821명(정부 목표량)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에 따라 현 제약산업 종사 약사 수준으로 추산하더라도 제약 현장에 현재의 1.6배∼3.8배의 약사 인력이 필요하다.

2009년 6월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미래 성장산업인 제약산업 전문인력 육성 및 약대 6년제 시행에 따른 부족인력 충원)와 이의 후속 조치인 2009년 10월 ‘교육과학기술부 공고 제 2009-286호(2011학년도 약학대학 정원배정 신청공고)’는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이며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로 인식하고, 제약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과 제약산업 전문인력 양성의 주체가 약학대학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년 만에 15개의 약학대학이 신설되고 일반 입학정원 490명, 계약학과 100명, 합쳐서 590명이 증원됐다. 현재까지의 약사인력 흐름에 기초해 볼 때 6년제 졸업생의 첫 배출이 이루어지는 2015년 이후에도 당분간 제약산업의 약사인력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단체들은 비임상시험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지원 사업, GMP 전문인력 양성 교육, 미국 RAPS(Regulatory Affairs Professionals Society)를 벤치 마킹한 RA, 임상시험, 보험약가 전문인력 양성제도 등을 시도하고 있다. 2012년에는 제약기업의 R&D관리, 인허가, 기술경영 등 사업화에 있어 핵심역할을 담당할 석사급 전문인력 및 기업에서 혁신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를 양성하기 위한 제약산업 특성화대학원 과정 지원 프로그램까지 가동했다. 타 학문 분야에선 볼 수 없는 현상들이다.

기존 약학대학 최대한 활용해라

이러한 제도 속에는 여러 함정과 모순들이 숨어 있다. 중요한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제약산업은 지식 기반산업이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러므로 이 산업에 투입돼야할 전사들은 매우 우수한 인력이어야 한다. 우수성은 단기간 교육이나 미봉책으로 구축될 수 없다.

약학대학 정규과정이라는 큰 길을 넓히면 해결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빙빙 돌아가는 좁은 험로를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위의 인력양성 제도들도 제약산업 전문인력 양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은 약학 교육제도에 두어야한다. 본격적인 제약산업의 시작 이후 약학은 제약산업 관련 전문과정으로 인식돼 왔고, 현재도 그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약학 대학 지원자들은 상위 5% 이내의 학생들이다. 이 보다 더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큰길을 더욱 넓혀서 약학 전공자들이 제약산업으로 진출을 선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제약산업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성화대학원이나 전문인력(생산·연구인력) 양성사업의 확대 등은 튼튼한 큰길인 약학교육의 기초 위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렇다면, 약학 전공자들이 제약산업으로 진출을 선호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약학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고 제약기업들이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가능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도 현실에 적용하긴 매우 어려운 방안이다.

약학대학 내 계약학과 활용 방안

필자는 현 제도와 범위 내에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2011년 약학대학 입학 정원의 증원과정에 교과부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계약학과로 100명을 증원했다. 그러나 현재까진 계약학과 정원을 약 20% 수준 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행과정의 부정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차제에 계약학과 정원 100명을 잘 활용한다면 제약산업의 육성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한 국가복지 모델까지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매년 100명의 우수한 제약산업 전사들을 추가로 양성하고 그 길을 넓혀 간다면 최소한 전문인력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이름 하여 ‘2020 희망 프로젝트’로서 ‘미션과 열정이 넘치는 약학 대학,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라는 비젼을 제시하고 싶다. 시대적 사명감을 가진 약무전문가, 창의적이고 희망 사회에 공헌하는 약무전문가, 인류사의 공영 발전을 추구하는 약무전문가의 양성을 목적으로 두고, 다음과 같이 목표를 설정했다.

창의적 약무전문가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모델, 교육과 연구 융합형 약무 전문가 교육 모델 및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 정책 모델을 구축해 희망 나눔 사회의 구현과 제약산업 국제 경쟁력의 강화를 목표로 한다. 이에 대한 개괄적 내용을 아래 도식으로 표현했다. 



일차적으로는 교육기회에서 소외된 차상위층 자녀들 중 우수한 학생들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우리 사회가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인식하고 있는 약무 관련 전문직능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들에 대해선 맞춤형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국가와 대학이 지원해 그들이 안정적 직업을 갖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제약산업을 견인할 우수한 약무 전문가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극화 해소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 과정엔 다음의 사항들이 준비돼야 한다. 계약학과 정원 100명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우수한 차상위 학생 선발을 위한 공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하고, 차상위 계층을 위한 학자금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또한, 위 제안을 적극 실현코자하는 대학 즉, 교육의지, 교육환경, 재정 확보가 된 대학이 참여해야 하고, 맞춤형 교육과 학습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연구-교육 융합 모델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졸업한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동한 제약기업에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도 준비돼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실행된다면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으로 설명했다. 한정된 지면 내에 설명하려다 보니 구체적으로 방법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개략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관심 있는 이가 여기에 살을 붙이고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약학전공자 제약산업 진출 환경 조성

약의 존재 이유와 약학의 목적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약학 교육을 통해 육체적 질병 치료와 함께 사회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더욱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위에 제시한 방안이 실현된다면 하나의 제도로 두 가지 일을 함께할 수 있다.

제약산업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 역시 위 제도 안에 묻어 있다. 우리는 종종 교육과정이나 강의 방법의 변화가 교육을 강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교육 강화 역시 사람에 달려 있다. 교육자의 헌신과 열정에 피교육자의 노력과 열정이 더해질 때 교육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다. 학습-기억의 과정을 살펴보면 1차 학습은 건조한 디지털 메모리가 작동하고 거기에 의미가 더해지면 2차 진보학습이 이루어진다.

거기에 스토리가 첨가되면 3차 학습 과정이 이루어져 학습한 내용들이 머리 속에 오랫동안 저장된다. 여기에 감정 이입이 이루어지면 생활에 쉽게 드러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상태인 4차 학습이 완성된다. 3차 학습이나 4차 학습은 개인적 교감과 실제 활동이 이루어질 때 형성되는 학습이다. 교육과정과 강의 방법의 변화를 통해 2차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3, 4차 학습은 어렵다.

위에서 제안한 연구-교육 융합 모델은 이를 가능케 함으로서 교육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연구-교육 융합 모델에선 현 이론 강의 시스템에 연구 현장 중심으로 교수-중간 도우미-학생 간의 밀착형 도제 교육 방식이 가미되기 때문에 교육 내용에 스토리와 감정이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위 제안을 잘 다듬는다면 약학 전공자들이 제약산업으로 진출을 선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제약산업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해 우리의 신성장동력인 제약산업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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