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의 발생 

리베이트는 19세기 산업의 발전으로 상거래가 활발하게 되면서 상인들 사이에 경쟁이 심화되자 상인들이 암암리에 대금을 완불한 주요 고객들에게 대금의 일부분을 상환함으로써 상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시작됐다고 하는데, 현재는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까지 일반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1개에 2천 원인 사과를 파는데 3개를 구매하면 입구에서 1천원을 내 준다거나 사과 1개를 덤으로 준다고 해 실질적으로 사과 3개를 6천원보다 싼 값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나, 소고기판매상이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충성도가 높은 단골 고객에 대해 더욱 질이 좋은 쇠고기를 싼 값으로 제공하는 것도 리베이트에 해당한다.

소비자의 경우 사과를 많이 구입하면 1개당 단가를 싸게 살 수 있어 이익이고, 판매상인 역시 비록 사과 1개당 판매이익은 낮아지더라도 소비자로 하여금 대량구매로 유인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소고기판매상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고객 역시 좋은 고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이익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리베이트’를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찍을 수는 없다.

의약품 거래에서 리베이트 금지

그렇다면 왜 유독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서만은 비난을 하고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하는 걸까.

의약품의 경우 소비자인 국민에게 사실상 선택권이 없고, 리베이트의 직접적 수혜자는 의료비를 지출하는 국민이 아닌 의약계 종사자라는 것. 의약품 가격에 간접적으로 반영이 될 수밖에 없는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데다가 제약회사들의 과당 리베이트 경쟁은 연구개발의 위축을 초래하고 결국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제약업계의 자율적 협약에 의하든 법에 의하든 상당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 의료법과 약사법이 개정돼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 약사, 한약사 등은 원칙적으로 의약품 제조, 수입, 도매업자 등으로부터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모두 몰수 또는 추징된다.

또한 이와 더불어 형사처벌의 정도(벌금액수)에 따라 2개월에서 12개월까지의 면허, 자격 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 제도 관련 쟁점

가. 위헌성 여부

현행 법 규정에 대해 일부 의료인, 약사들은 이러한 처벌 규정이 유독 특정 직역만을 겨냥한 차별이며, 지나친 법 규정으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자유시장질서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법 조항으로 인해 얻을 국민 의료비 절감이나 제약산업 발전 도모 등의 공공의 이익을 비교 형량하는 법익의 균형성 등의 법리 면에서 위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리베이트의 폐해를 막겠다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이라는 수단의 적절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금지하고 이를 환수하며 위법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피해의 최소성 등으로 보건의료종사자가 법률에 의해 침해받는다는 판단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나. 법 규정의 모호성 여부

공정거래법상 의약품 리베이트는 판매촉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그것이 부당한 경우에만 금지되고 있으나 의료법, 약사법에서는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수수했다는 사실만 있으면 구체적인 대가성이나 부당성 여부를 묻지 않고 처벌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법률에 대가성이나 부당성의 요건을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 규정 해당 조문 제목에 이미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금지’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조문의 취지가 의약품 판매와 관련된 어떠한 경제적 이익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려는 것이므로 조문 본문 내에 부당성이나 대가성의 요건을 추가하더라도 예외적 허용사유(=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부당한 경제적 이익 수수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수 있어 실효적 해결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 예외적 허용사유 중 의약품 판매촉진과 관련성이 없는 경우 허용범위 확대

현행 의약품 리베이트 관련 규정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형식으로 구성됐다. 예외적 허용사항 중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은 의약품 판매촉진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의학이나 약학의 발전에 공헌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판 후 조사도 의약품의 부작용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인 반면 의약품 판매촉진과의 직접적 관련성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시판 후 조사 등에 대한 제한은 상당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 일반의약품에 대한 규제의 타당성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상 국민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이 있는 반면,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전문의약품이나 일반 소비자가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있다.

그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는 많은 제약회사에서 비슷한 성분의 다양한 제품이 생산, 판매되고 있고 일반인에 대한 광고도 허용돼 있어 일반소비자가 의약품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일반의약품에 대해서까지 일체의 리베이트 수수를 금지하는 것은 의약품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취지와 법리적 타당성 면에서 의문이 든다.

마. 행정처분상의 문제점

개정 의료법 및 약사법과 관련 행정규칙에 따르면 의약품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받은 의료인이나 약사가 500만원 미만의 벌금, 선고유예에 처해지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2개월의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에서 벌금이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유죄의 판결이므로 수긍이 가나,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유죄의 판결이 아님에도 행정처분이 감경 내지 면제되지 않고 5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때와 똑같은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의료인, 약사가 리베이트 관련 법 위반이 아닌 다른 의료법,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처분 기준의 1/2범위에서 감경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서는 이러한 감경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더욱이 현행법상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 다툴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헌법소원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따른 면허, 자격 정지의 행정처분 기준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의견 및 결어

보건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주체가 아닌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에 봉직하는 의료인이나 약사의 경우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 규정이 신설되기 전이라도 형법상 배임수재죄(공공기관인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경우 뇌물죄)로 처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보건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주체의 경우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더라도 처벌이 되는 뚜렷한 규정이 없었고,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의 국민건강보험료와 최하 수준의 국가의 의료비 부담만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 상 보험수가 수준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어 그러한 낮은 보험수가 수준에서 사실상 의약품 리베이트로 의료기관 운영의 수지타산을 맞추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왔다.

그런데 의료법, 약사법이 개정돼 2010년 11월 28일 부터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받은 경우 형사처벌과 더불어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정부는 최근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대대적인 수사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

의료인이나 약사 모두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분명히 인식하고 과거의 달콤한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할 것이나, 정부로서도 무조건적 처벌 위주의 정책만 강행하기보다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병행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의약품의 유통경로를 단순화 하고, 투명화해 리베이트를 상당부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많고, 일본의 경우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통해 약가를 합리적으로 인하하고 자율적인 공정경쟁규약을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시키는 데 효과가 많았다고 한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시행해 약가를 합리적으로 줄이고(다만, 보험수가 결정에 절대적 강자인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방적인 제제로 오히려 제약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제약산업을 위축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반면 매출 대비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제약회사의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양성적 제도를 병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개정된 의료법, 약사법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의약품 리베이트의 예외적 허용 사유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규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식사비, 교통비의 구체적 금액까지 일일이 규정하고 있는 모양이 구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고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된 경우 의료인이나 약사에 대한 상당한 홍보와 마케팅이 필수적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의약품회사 매출의 일정 부분(예를 들어 1~5% 정도)을 의료인, 약사 등에 대한 판매촉진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예 과감하게 허용하고 허용 범위 내에서의 판매촉진활동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