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각국은 제약 및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정부기관이나 대형병원에 대한 기업의 리베이트 제공에 따른 마케팅 활동을 철저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리베이트제도 자체가 합법적이라도 정부기관 등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은 뇌물성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공정 행위의 결과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함은 물론 의약품의 약가에도 영향을 줘 결국 모든 폐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리베이트 쌍벌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운 현재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리베이트금지 법령들과 사례들을 정리했다.

미국의 리베이트 처벌

제약업을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기관이나 대형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어떤 대가를 바라고 건네는 뒷돈 혹은 비자금인 ‘뇌물’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 서구적 통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사에게 건네지는 기업의 리베이트가 결국 처방을 전제로 한 뇌물성이란 단편적이고 단정적인 잣대의 관점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뇌물성 여부’의 관점이 서구에선 공무원이나 정부기관, 그리고 대형병원에 대한 리베이트제공 행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국한해 적용된다.

즉,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이미 사회기관의 한 축으로 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형병원은 기업이 이익을 보게 될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인데,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면 이는 상식적으로 뇌물성의 상호 대가가 존재한다는 법리인 것이다. 이에 따른 서구 각국의 리베이트 처벌 관련 특징은 제공자인 기업이 천문학적 벌금을 감당할 주 피의자로서 그 처벌을 홀로 감수하게 된다는 것. 물론 리베이트를 수수한 공무원 등 개인은 기관으로부터의 해고, 면직 등 내규에 따른 처벌이 있으나 이는 기업이 받는 민형사상의 고통과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쌍벌제’와 비슷하게 미국에서 기업과 의사가 모두 처벌된 사례가 있다. 2001년 TAP제약이 자사의 전립선암 보조제제 Lupron의 판매증대를 위해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관련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이다.

이에 대한 처벌로 제약사는 8억7,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고 해당의사들은 구금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당시 의사들이 기소됐던 이유는 리베이트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보다 조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했다는 점이라서 정확하게 쌍벌제 유형이라 보기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미국 리베이트금지 관련 법령

▷뇌물성리베이트 금지법(The Anti-Kickback Act.)

1986년에 제정된 이 법은 정부와의 원도급 계약, 또는 원도급 계약에 관한 하도급계약과 관련해 호의적인 처우를 부적절하게 취득하기 위해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현재 제약업체들의 위반이 가장 빈번하며 또한 이에 대한 제제 벌금이 천문학적 액수인 헬스케어 리베이트 관련해 가장 중요한 법령이다.

이 법은 뇌물성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제공하려 시도하거나, 제공을 제안하는 행위 또는 뇌물성 리베이트를 권유하거나, 수수하거나, 수수하려 시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법의 규정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를 고의 또는 계획적으로 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미연방 형사소송절차법에 의한 벌금에 처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뇌물성 리베이트의 제공, 수수 또는 청구하는 행위에 의해 이 법의 규정을 고의적으로 위반한 자, 종업원, 하도급업자 또는 하도급업자의 종업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민사벌칙금의 배상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계약기관의 계약담당 공무원은 이 법의 위반으로 제공, 수수 또는 청구한 뇌물성 리베이트의 액수와 뇌물성 리베이트와 관련된 원도급 계약상의 원도급업자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금전액수를 상계할 수 있다. 각 계약기관은 원도급업자의 영업운영 및 직접적 영업관계와 관련해 이 법 규정의 위반을 방지하고 조사하기 위한 합리적 절차를 규정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요건을 계약기관과의 원도급 계약의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

의료인에게 법이 규정한 범주인 자문, 교육, 홍보, 연구를 목적으로 현금, 강의료, 식음료, 기부금, 여행경비 등을 지불한 제약사는 이를 반드시 보고토록 했고 2009년 제정된 ‘Physician Payments Sunshine Act.’가 이 규정을 연방차원으로 확대, 적용했다.

▷해외 부패방지법(The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

1970 년대 초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록히드사의 일본정계 뇌물공여’ 등 입찰 성공을 위해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외국 고위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反부패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기업들이 해외에서 뇌물을 공여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1977년 FCPA가 제정됐고 1998년 한 차례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누구라도 미국 영토 내에서, 우편을 포함해 州간 상거래를 위한 어떠한 부패한 수단을 사용하거나, 또는 그 외 외국 공무원에게 금전, 금품 기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일체의 것을 제안, 지급하거나 지급할 것을 약속 또는 허락하는 행위를 하면 처벌받게 된다.

제약사와 관련해 FCPA의 위반사건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존슨&존슨이 수년 간 유럽 각국과 이라크의 의사들을 상대로 뇌물공여를 했다가 적발돼 2011년 최종 판결된 경우이다. 회사는 이라크 병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에선 의사들에게 뇌물을 써 자사제품 사용을 유도했다.

이에 대한 처벌로 회사는 미국정부에 7,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으며, 영국정부도 미국과 비슷한 관련 법안을 갖고 있어 영국정부에도 500만 파운드의 벌금을 낸 바 있다.

현재 이 법의 위반에 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빅파마는 미국머크, 박스터,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일라이 릴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아스트라제네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짓주장 대상 소송법(False Claims Act.)

1863년에 제정돼 링컨법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법은 1986년에 한 차례 개정됐다.

이 법은 정부기관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일반 개인도 연방정부에 부정청구와 같은 거짓주장(사기)을 한 계약자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해 준다. 연방정부 사업에 대한 계약자에 대해 부정청구란 것을 알고 고소할 수 있는 개인들은 보통 기업, 의료보험, 국방, 또는 기타 정부지출사업에 대한 내부적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즉 내부자들일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TAP제약의 Lupron 관련한 리베이트 적발사건에 있어 내부고발자는 회사의 전 영업담당 부사장과 의사 한 명이었다. 이들은 법 규정에 따라 각각 7,800만 달러 이상과 1,600만 달러 이상의 보상을 받은 바 있다.

▷스타크법(The Stark Law)

관련법령 제정과 시행노력을 기려 상원의원 피트 스타크의 이름이 붙여진 이 법령은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환자를 위한 병원들인 ‘지정 헬스서비스 기관 (DHS)’과 관련해 자신이나 가족이 직접적으로 ‘재정적 연관’이 있는 의사가 환자들에게 그 특정 의료기관을 소개하거나 지정하면 처벌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이다.

여기서 ‘재정적 연관’이라 함은 관련병원의 소유권을 가졌거나, 투자로 이익을 보고 있는 중이거나, 또는 병원으로부터 환자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계약을 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위반에 대한 처벌은 관련병원에 대한 보험기관의 지급정지, 의사나 병원으로부터 그 이익금액의 환수조치, 치료행위 한 건 당 1만5,000 달러 이상 및 고의적 관련법위반 계획 한 건 당 10만 달러 이상의 병원에 대한 사회적 벌금 부과 등이 있다.

다른 헬스케어 선진국가

모든 나라들의 리베이트 관련한 ‘의사-제약사 관계(Physician-Pharmaceutical Industry Interaction, PPII)’ 의 지침에 대한 공통적 목적은 의학 연구 및 진료에서 산업의 영향은 배제하되 정당한 지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The Medicines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MHRA)가 소위 블루북으로 불리는 ‘의료제품의 홍보와 광고지침’을 법률로 정해 의약품 및 의료기구를 포함하는 의료의 전 범위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의 범위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제약산업연합인 ‘ABPI’는 의사에 대한 일정 규모를 초과한 선물이나 접대를 금하는 자발적 규약을 세워 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은 앞서 언급했듯 미국과 비슷한 ‘해외 부패방지법’을 갖고 있어 빅파마들이 미국 못잖게 조심스런 행보를 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은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PPII 관련한 부당 리베이트를 규정해 규제하고 있는데, 가격할인 등 판촉수단의 제공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또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나 기타 거래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부정경쟁으로 예시해 이에 저촉되면 그것이 리베이트로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00년 오메프라졸의 특허만료 영향으로 제너릭 제약사가 약사에게 50% 수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결국 일정 수준의 리베이트를 합법화하게 됐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제약사가 약국에 제공하는 금전적 리베이트, 향응, 인센티브를 오리지널은 연간 공장도가격의 2.5%, 제너릭은 공장도가격의 17%까지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여기에 ‘선물금지법(Anti-Gift Act.)’을 추가로 마련, 의사 처방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제약사의 시도를 차단했다. 즉, 선물, 세미나, 골프접대 등을 제약사가 의사협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약국을 대상으로 한 제너릭사의 리베이트 행위도 금지토록 규정했다.

싱가폴의 경우 ‘의약품법(the Medicines Act of 1975)’의 규정에 따라 의약품 판촉활동 등의 허용 범위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이 규정한 상품에 대한 구체적 사안은 싱가폴 제약산업연합인 ‘SAPI’의 ‘시장활동지침’에 따르고 있다. 관련법률을 위반할 경우 벌금형 또는 최대 2년까지의 실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런 규정이 없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WHO가 제정한 ‘의약품 홍보 기준 (Criteria for Medical Drug Promotion)’이나 국제 의약품제조자연합의 ‘약품판매 행위 규정 (Code of Pharmaceutical Marketing Practice)’ 등을 적용하도록 UN이 권고하고 있다.

빅파마 리베이트 처벌 ‘톱 10’

미국 사정당국은 정부기관이나 대형병원에 대한 뇌물성리베이트 제공, 의사들에 대한 Off-Label 사용 (FDA허가사항 외 적용) 유도를 위한 뇌물이나 반대급부 제공 등 제약사들의 불법적 마케팅 활동에 대한 사정의 칼날이 갈수록 예리해지고 있다.

지난 수 년 사이 미국 정부는 제약사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벌금 부과액수를 계속 증가시켜 왔고, 빅파마의 경우 통상적으로 그 벌금액수와 사회적 합의금(집단소송에 대한 합의금)을 합한 총 부담액수가 케이스 당 5억 달러를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2004년 화이자가 간질,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 뉴론틴(Gabapentin)의 불법 판촉활동에 대한 벌금과 사회적 합의금의 합계로 부담액 4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이래 2005년에는 세로노가 에이즈 진행억제제 세로스팀(유전자재조합 소마트로핀)의 Off-Label 사용 유도로 7억400만 달러, 2007년 들어 퍼듀제약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 비용이 최초로 10억 달러를 넘긴 11억5,000만 달러, 그리고 2009년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의 공동부담액은 그야말로 수직상승한 액수인 37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고액 부담의 처벌사례는 계속 이어져 2011년 말 미국머크는 NSAIDS약물 Vioxx (Rofecoxib)의 안전성문제를 숨기고 마케팅 활동을 했다는 혐의와 관련, 사회적 합의금으로 9억5,000만 달러를 물게 됐다. 2012년까지의 결과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제약사들이 미국 내 불법 마케팅활동의 대가로 치룬 벌금과 합의금 총계는 약 14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 중 톱10을 기록한 케이스들의 합계로는 100억 달러를 초과했다.

제약사들의 불법 활동에 대한 소송에서 주목할 사항은 해당회사의 내부공모자나 직원들에 의한 ‘내부고발(Whistle Blowing)’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산업에서 일어나는 내부고발 사례 중 헬스케어 관련이 통상 10%를 차지해왔는데 2011년도의 경우 제약부문 역대 최다인 900건 이상의 내부고발을 통해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으며, 2012년엔 이보다 더 많은 내부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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