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국가 전략이 필요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 15일자로 한·미 FTA가 발효되고, 제너릭 의약품 가격 일괄인하로 인해 큰 부담과 위기감을 갖게 됐다. 특히 신약개발에 대한 노하우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제약회사의 경우는 그 압박감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앞으로 3년의 유예기간은 있지만, 한·미 FTA 발효로 미국 제약회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의약품을 국내 제약회사에서 제너릭 의약품 허가를 신청하면 미국 특허권자에게 통보되고 특허권자 이의 제기 여부 및 특허 쟁송이 해결될 때까지 허가가 유보되는 소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된다.

그동안 제너릭 의약품 판매에 의존해 온 대다수의 국내 제약회사들은 자체 생존을 위해서 독자적인 의약품 개발 역량을 키워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제약환경의 변화는 국내 제약업체들도 중장기적으로 혁신적 글로벌 신약개발만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고, 중소제약회사들도 신약개발 R&D 연구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제약산업을 17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지정했고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매년 예산 확충 및 인프라구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충청광역권 신약개발지원사업단 등 기존의 신약개발 R&D사업지원단 이외에도 최근에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 보건복지부 3개 부처가 함께 지원하는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단’과 보건복지부 지원 ‘시스템 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 등이 발족됐다. 이를 통해 체계적이고 능동적 지원으로 글로벌 신약이라는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범부처차원에서 충북 오송과 대구 신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지정 조성하고 신약개발지원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실험동물센터를 운영하여 품질개선 및 시료 생산등의 인프라 확충에 10년간 8조원을 투입하여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작은 성공스토리가 자신감으로

현재 국내 제약회사 중 셀트리온 등 몇몇 선두그룹은 미국·유럽에 품목허가신청을 하고, 메디포스트, 한화, 한미약품, SK케미칼, 녹십자,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은 임상시험(1상, 2상, 3상)을 신청하는 등 그동안 글로벌 신약개발에 기울인 많은 노력에 대한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중견 국내 제약사들의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처음부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려 하기 보다는 개량신약 개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합리적인 수순이라고 생각되는 측면도 있다. 개량신약은 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생산하고 허가를 위한 과정과 신약개발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제출자료의 양, 투자비용, 시간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서방형제제, 복합제제, 투여경로 변경 등 좋은 아이템을 잘 선정하면 글로벌 개량신약으로 성공 가능성도 있고, 그 자신감으로 글로벌 신약개발에도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량신약을 신약개발의 대안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국의 다국적기업들도 신약개발의 어려움 때문에 글로벌 개량신약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가 시도해 볼 만한 분야가 천연물신약개발이 아닌가 생각된다.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이 제정돼 정부의 지원분야가 넓고 품질관리 및 GMP 등의 풀어야 할 난제는 있지만 비임상, 임상시험에서도 허가를 위한 자료제출이 많이 완화되었다. 최근 동아제약의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의 성공 이후 대기업들도 천연물 신약에 관심과 투자로 임상까지 진입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식약청의 변화 

▶ 신약개발ㆍ허가지원 위한 제품화지원센터 운영

식약청은 이러한 제약환경 변화에 따른 업계 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규제업무에서 의약품개발 지원업무를 추가해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소 제약기업이나 벤처의 경우 의약품 개발 및 허가 경험 부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해 신약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의약품 허가기관인 식약청의 지원이 필요함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식약청은 허가-특허연계제도의 도입에 따른 국내 제약업체의 개량신약 등 의약품개발에 필수적인 특허정보를 지난 2009년 3월부터 ‘의약품 특허인포매틱스‘ 홈페이지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 R&D 연구성과가 제품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개발 초기단계부터 능동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제품화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화지원센터의 의약품개발지원 서비스는 크게 의약품 허가지원 상담, 교육 운영, 정보제공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의약품 허가지원 상담은 신약개발 R&D 기술상담과 허가 및 심사관련 상담으로 이루어진다. 신약개발 R&D 기술상담은 의약품개발을 목표로 하는 신약개발 R&D 과제 연구자를 대상으로 과제의 내용을 진단·자문함으로써 허가단계 진입까지 이르는 개발과정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

또한, 신약뿐만 아니라 의약품 전반에 대한 허가·승인신청 관련 상담을 통해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유효성, 허가 일반사항, 관련 규정 질의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복합제 등 새로운 조성의약품 개발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형, 새로운 용법용량 등 다양한 개발 분야별 상담 신청이 이루어졌다. 또 약효별로도 항암제, 순환계용제 등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효능군에서 품목 개발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졌다. 이는 제약사들의 앞서 말한 제약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직간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지정된 바이오클러스터, 제약연구단지에 제품화지원센터에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약품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민원인에게 허가관련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원거리로 인한 방문민원상담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2011년 12월에 실시한 수출지원을 위한 미국허가시스템 교육 때는 참가자가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았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신약개발 관심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과정 중 제약회사가 직접 자사의 서방성제제, 염변경제제 등에 개량신약 개발사례를 소개하도록 함으로써 개발 경험이 부족한 연구자들의 개발 전략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생명공학의약품 허가과정, 의약품 GMP 기본 이해하기와 같은 온라인 사이버교육을 제공해 편리하게 자기 주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의약품 제품화에 필요한 허가심사 규정 및 가이드라인 등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찾아보기 쉽도록 정리했다. 매 분기별로 의약품 허가와 관련된 최신 정보인 ‘의약품허가지원정보’를 발간하여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책동향, 국내외 의약품 허가동향, 외국의 의약품 허가시스템, 규정 제·개정 및 가이드라인 지침 발간 현황 등 의약품 개발관련 뿐만 아니라 ‘우리회사 제품 이렇게 허가 받았습니다’ 코너를 통해 최근 허가된 국내 신약의 개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개발자들에게 의약품 개발의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식약청에서 제공하는 간행물로 의약품 허가관점에서 개발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간행물이라는 측면에서 구독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벤처, 대학연구소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신약개발 안내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성공적인 신약개발 제품화를 위한 길라잡이’, ‘신약개발 제품화지원 안내서’를 발간한 바 있다.

개량신약 개발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정보제공 사례로는 ‘복합제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들 수 있다.

신약개발자문단 운영

제품화지원센터의 주 기능 중 글로벌 신약개발 지원 사업으로 ‘신약개발자문단’ 운영을 들 수 있다. 신약개발을 목표로 운영되는 사업단들은 단순히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는 성과보다는 제품화를 위한 연구수행 및 허가를 위한 과학적인 결과물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품화지원센터에서는 ‘신약개발자문단’을 운영함으로써 신약개발 과제별로 진행단계 중간 중간에 연구결과 및 방향에 대해 의약품 허가관점에서 기술자문을 제공해 개발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제품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지원 예산으로 수행하고 있는 신약개발연구사업, 범부처 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 등 13개 사업단 170여개 과제를 과제별로 전주기 차원에서 자문하고 있다. 신약개발 R&D 과제별로 상담이력제를 만들어 연속적으로 관리하고 내부적으로 과제 관리자를 지정 운영함으로써 과제별로 일관되고 전문적인 기술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불어 R&D 과제 진도관리를 통해 새로운 의약품 관련 규정·가이드라인의 새로운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굴·제정함으로써 국내 신약개발 현황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제도개선 병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2012년 상반기 중으로 비임상·임상시험·품질분야에 대한 프로토콜 상담제도(Special Protocol Assessment)를 마련해 각 과제별 세부시험 디자인 수립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자문단의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자문단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글로벌신약에 도전

세계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전세계 후보물질을 파이프라인으로 비임상, 약효, 임상, 품질 등 각 분야를 망라하여 한 회사당 수천에서 만명 이상의 신약개발 연구인력 풀을 가동하고 있다. 또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자해 찾아낸 신약후보물질을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시간 싸움, 아이디어 싸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도 매년 허가되는 신약수는 줄고, 허가되었다 하더라도 부작용으로 인해 허가를 취소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고 미리 포기하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대한민국을 하나의 주식회사로 민·연·산·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신약개발에 매진하면 블록버스터 글로벌 신약이 탄생하는 날이 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여기에 제품화지원센터는 다양한 방식의 제품화지원을 통해 합성의약품·천연물신약·생물의약품 등의 연구개발 기초단계부터 최종 품목허가 단계까지 신약개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상담·자문을 제공할 것이다.

또 개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한미 FTA 등으로 변화된 제약산업의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 대비해 글로벌 신약 R&D 투자의 성공적 결실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서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신약개발은 힘들고 높은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해 볼만한 여건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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