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무풍지대-바이오 육성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 사장

한미FTA가 지난 3월 15일 발효되면서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와 제약업계에서는 대체로 연간 1,000억원대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입장이나 전망이 다르다.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는 제도와 환경만 보장되면 미국시장이나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 사장은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 중의 하나이다.

바이오업계, ‘한미FTA’ 새로운 기회로 

조중명 사장은 일반적인 분석과 달리 “한미 FTA로 신약개발은 별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미 FTA는 국내제약사들의 제너릭 상품화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그는 “미국은 바이오회사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며 “미국시장은 바이오가 50%라서 FTA로 이익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마케팅이 중요하다”며 “중국이나 인도보다 인건비가 높지만 마케팅 비즈니스를 살려 화이자나 머크 등 최고의 경쟁력을 낼 수 있는 기업과 제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허가와 심사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위험 부담이 높은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인 조 사장은 “이제는 지식경제부도 더 이상 기존의 제너릭 개발에 지원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약개발에는 석유탐사급 투자가 필요해 정부가 투자해야한다는 것.

“바이오시밀러는 제너릭을 의미한다”는 그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FTA를 계기로 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가 발효된 만큼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하고 행정지원을 해 달라는 것.

그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임상도 상호보장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임상결과를 미국이 인정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임상데이터를 일부 나마 인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 중국이나 인도보다 기술수준이 높은 한국의 임상시험과 분석데이터를 미국이 인정하게 되면 국내 생동CRO들이 수주에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일부 생동CRO들은 미국 FDA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제도여건을 맞추면 FDA 기준에 맞추기는 어렵지 않다는 것.

조 사장은 “FTA는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라며 “임상과 생동부문은 쉽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업체들의 이런 가능성을 인정하고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진출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

정부, 우수 인력에 지원해야

하지만 제도 개선이 안 되고 미국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한 채 들어오면 국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는 그의 예상이다. ‘제조업은 중국’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인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사람(우수인력)에 투자해야 한다는 그는 그동안 정부가 이끌어 왔지만 그 10배는 투자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R&D투자에서 바이오분야가 제일 크지만 아직은 산업규모는 작다는 것. 매년 1조5,000억의 예산으로 대학의 인간질환 기초연구, 국가 플랫폼기술개발 집중과 산업체응용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네이처에 발표되는 논문의 80%가 바이오관련 논문. 하지만 이도 산업과 연결되려면 10~20년 걸린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경쟁에만 내몰지 말고 바이오에 집중 투자해야해야한다”는 조 사장은 “바이오산업으로 선진국 진입이 가속화된다”며 “바이오산업이 소득을 늘려준다”고 말했다. “정부 투자를 미래가치가 큰 바이오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다.

그는 “신약개발에 투입될 준비된 인력이 부족하다”며 “상황에 따라 인도 등에서 우수한 외국 인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충분히 역할 할 것”이라고 말했다.

R&D 기반산업 일으켜야

조 사장은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연구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상장사지만 아직 수익은 낮다”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 분석사업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단시약 개발에 진출하고 제약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그의 중장기 구상이다. 수익구조 창출 위해 길게는 신약 개발, 짧게는 서비스 제공이라는 전략이다.

그는 “M&A도 성장도구”라고 말했다. 우수한 역량을 가진 업체를 인수해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성장방법이라는 것.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서울의약연구소를 인수해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R&D 기반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IMF 사태가 다시 올 수 있다”며 “R&D 우대 분위기 조성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CRO들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도 정부는 지난해 공동생동 허용 등으로 미래 가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인해 CRO들이 수주를 받기 위해 기술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을 하게 됐다는 것.

조 사장이 제안하는 R&D 기반 확보 방법 중의 하나는 제약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약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약 투자로 유도하고 질환별로 제약사들을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사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국내 최대 대기업 계열사인 한 바이오회사는 ‘제조업은 망하지는 않는다’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신약에 투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모기업이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안 되지만 흔들리면 방향성을 잃는다는 것.

환자 증가ㆍ미충족 분야로 집중화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순도 99.9%가 넘는 단백질 결정체(크리스탈) 구조와 유전자정보(지노믹스-Genomics)를 연구를 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만들어진 기업이다. 회사이름도 크리스탈과 지노믹스를 합쳤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 유일의 신약 개발 성공 체험을 가진 경영진과 우수한 연구 인력 그리고 세계적인 경쟁력의 신약 발굴 기반 기술을 갖추고 혁신적인 글로벌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 내성 균주를 박멸하는 신개념의 항생제, 분자 표적 항암제, 저산소증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와 같이 환자 수는 증가하면서 치료 불만족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질환 표적 단백질의 3차 구조 규명 기술을 포함하는 신약연구개발기술 시스템을 갖추고, 매년 1종 이상의 신약 후보를 발굴해 개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핵심 기반 기술은 ▲질환 표적 단백질 구조 규명 기술 ▲고유 선도물질발굴 기술 ▲선도물질 최적화와 개발후보 발굴기술 등이다.

동사의 이 기술들이 신약발굴을 위한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그리고 생산적인 세계 최고 수준의 기반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빠르게 질환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할 수 있다. 이 구조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고유선도 물질을 발굴, 이를 최적화해 신약 개발 후보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창업자인 조 사장은 25년 이상의 바이오 의약 연구, 개발과 상품화 경험을 갖고 있다. 조 사장은 베일러(Baylor)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역임한 후, 1984년부터 미국 현지에 럭키 바이오텍 연구소(Lucky Biotech Corp.)를 설립하고 카이론(Chiron)社와 함께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이러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그가 이끄는 LG생명과학은 인간 성장 호르몬, B형 간염 백신, 알파와 감마 인터페론, GM-CSF, 소 산유 촉진제등의 유전 공학 제품을 연구 개발해 국내 최초 상품화에 성공 했다. 그 후 조 사장은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한 신약 발굴에 집중해, 4건의 전략적 제휴로 신약 후보 물질을 다국적 제약 회사에 License out해 약 1,400억원의 계약을 따냈다.

신약개발 리스크 크지만 충분한 보상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 중인 관절염약은 임상시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 사장은 “신약개발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실패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성공하면 충분한 보상이 있다”며 "관절염치료제의 기술수출만 성사돼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퇴행성 관절염은 오랜 기간 지속되는 병일 뿐더러 매일 매일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 규모만 전 세계적으로 50조원에 달한다.

조 사장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들은 매일 먹으면 혈압이 높아진다"며 "패치를 통증 부위에 붙일 수도 있지만, 관절 부분은 움직임이 많아 불편함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에서 개발 중인 신약은 혈압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없앤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절염약은 임상 2상 후기 시험의 약물 투여를 마치고 현재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조 사장은 "임상 2상의 결과만으로도 기술 수출을 할 수 있다"며 "우리와 뜻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다면 기술수출 제휴 계약금으로만 최대 1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까지는 상용화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관절염약이 상용화 되는 시기인 2014년을 본격적인 흑자전환의 해로 보고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개발 진행률에서 임상 2상까지 온 회사는 아직 크리스탈지노믹스 밖에 없다”는 조 사장은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기다리는 만큼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지난 한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주목을 받았음에도 오직 신약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는 “현재 시판되는 약보다 더 좋은 약을 만들 수도 있으나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중ㆍ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비슷한 약이 팔리는 상황에서 조금 개선된 약을 만들어봐야 미국 식약청 허가를 받기 매우힘들어 큰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진통ㆍ소염제 개발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조 사장은 남성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의 구조를 밝혀내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경험이 쌓여야 실험과정에서의 오류도 줄이고 획기적인 발상도 나올 수 있다”며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에는 18명의 박사인력과 29명의 석사인력이 포진해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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