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훈 교수(경희대 약학대학 한약학과)

우리는 오래전부터 음식과 약이 별도의 것이 아니고 그 근원이 동일하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을 사용해 왔는데, 이 말이 왜 생겨났고 그것이 현재 우리생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으며, 어떻게 이용하면 효과적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또한 이러한 사고가 서양에는 없는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동양인들의 음식과 약에 대한 사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동양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서양을 살펴보면 이미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약 기원전 460년~약 기원전 370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이것 역시 약식동원이라는 표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와 같이 서양이나 동양 모두에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약선(藥膳)이란

약식동원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약선(藥膳)과 만나게 된다.

약선이라는 말은 실질적으로 그다지 오래된 단어가 아닌데, 역사적으로 보면 후한서(後漢書) 84권, 열녀전(列女傳) 제74에 처음 등장한다고 이야기 한다.

후한서가 남북조 시대에 저술된 책이니 지금부터 거의 1,500년 전에 약선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의 문헌에는 약선이라는 단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약선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된 것은 1980년 10월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에 약선 음식점(同仁堂藥饍餐廳)이 오픈되면서이며, 1984년에는 약선학(藥膳學) 최초의 전문서인 대중약선(大衆藥膳)이라는 서적이 출간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요코하마약과대학편, 한방약선학, 2012). 여기서 약선이란 음식물의 본초학적 효능을 일상의 식사에 응용함으로써 건강유지는 물론 질병의 예방, 피로회복, 더 나아가 치료에까지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광의의 약선은 질병의 치료에까지 미치게 되고 전문가들의 영역까지 이르게 되어 사업으로의 약선은 식품위생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그러면 약선에는 어떤 재료들이 이용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먹거리(食物)는 영양소 이외에도 2차 대사산물들이 가지는 약효라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것을 본초학(本草學)에서는 효능이라고 하는데, 동양의 전통의학에서는 우리가 먹고 있는 다수의 식자재들에 대한 효능을 기술하고 있는 수많은 서적들이 출간돼 오늘에 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을 들 수 있는데, 신농본초경에서는 소위 본초(本草)들을 식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을 구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당대(唐代)에 출간된 맹선(孟詵)의 식료본초(食療本草) 등 수많은 서적들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것들에 대한 효능들을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효능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모든 먹거리는 훌륭한 약선의 재료들이 될 수 있다.

신농본초경에 중품(中品)으로 건강(생강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이 수재돼 있는데, 말리기 전의 것인 생강을 예로 들어보자. 생강은 본초학적으로 해표약(解表藥)에 속하며, 땀을 내게 하며, 구토를 멎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구토를 멎게 하는 생강의 효능은 임신 중의 구토는 물론 화학요법제 투여로 나타나는 오심 구토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오늘날 다수의 임상시험에서 증명되고 있다(Marx et al., Nutrients 2017; Sharifzadeh et al., J Matern Fetal Neonatal Med. 2017).

이와 같이 본초서에 수재돼 있으면서 먹거리로 이용되고 있는 것들이 갖는 효능들이 현대 약리학에 의해서도 증명되고 있다는 사실은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약선에 사용될 먹거리

그럼 구체적으로 약선에 사용될 수 있는 먹거리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대파의 뿌리이다. 일반적으로 대파의 뿌리는 버리지만 이것을 말려놓으면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이것을 총백(蔥白)이라고 부르며 생강과 같이 해표약(解表藥)에 속하며, 가벼운 감기에 사용해 오한과 열을 제거할 수 있는 효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강과 대파뿌리를 끓여 차처럼 마시거나 대파를 많이 넣고 적당히 소금과 간장 등으로 간을 한 대파국은 감기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약선이 된다.

또한 마도 약선에 많이 이용되는 재료이다. 마는 산약(山藥)이라고 하며 보기약(補氣藥)에 속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나 당뇨병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화기능 항진이나 마에 함유된 성분이 항당뇨 활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 약리학에서 잘 확인돼 있다. 회를 먹기 전에 나오는 생마를 간 음식은 바로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약선이다. 흰 죽에 껍질을 벗긴 마를 썰어 넣고 불을 더 가하여 만든 죽은 소화기능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체력이 약한 경우 혹은 환자의 회복기에 좋은 약선이 될 수 있다.

음식은 기본적으로 삶의 유지에 필요하지만 체력이 저하된 경우나 질병을 예방하거나 질병의 치료에 식재료가 도움이 된다면 이것이 바로 약선이고 이것에 본초학적 지식을 이용한다면 소위 한방약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약선이 직접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고, 약선이 질병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본초학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약선에 도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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