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교수(강동경희대한방병원)

대기업의 임원인 박상무(가명,52세/여)는 최근 업무의 잦은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아파트 현관 번호가 기억나지 않고, 책상서랍 잠금 비밀번호도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치매가 온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한방병원을 찾았다. 경도인지장애로 진단 받은 그녀는 바쁜 업무와 건망증을 가볍게 생각한 자신을 후회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27.8%가 경도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란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는 상태이다. 즉, 아직은 치매가 아니지만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다. 빠른 시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전국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노인 중 27.8%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상인들은 1년에 1% 미만으로 치매가 발생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경우 8~10% 정도로 10배 가까이 발생빈도가 높다고 발표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찾은 환자는 2010년 1만1,332명에서 2016년 2만6,273명으로 7년 새 약 132% 증가해 경도인지장애의 치료 및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여러 연구에서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경도인지장애 진단 받은 환자일수록 치매에 대한 조기 검진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 기억에 대한 불편을 느낀다면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 노화 등이 발생원인

경도인지장애의 주된 증상인 건망증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그 원인을 여러 가지 요인에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건망증을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쓰여 있다.

하나는 사색을 지나치게 해 심(心)이 상해서 혈(血)이 줄어들어 정신(神)이 불안정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脾)가 상해 위의 기능(胃氣)이 쇠약해지고 피곤해져 생각이 더 깊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돼 있다.

즉 ▶생각이 너무 많거나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경우, ▶노화로 인해 장기와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고 신체가 허약해져 정신 작용이 약해진 경우, ▶몸 안의 체액이 여러 원인으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 경우(담음), ▶피가 몸 안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서 생기는 어혈이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한방 가미귀비탕 기억력 장애 개선효과

원지, 인삼, 황기, 당귀 등으로 이뤄진 가미귀비탕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건망증 치료의 대표적인 약으로 처방돼왔다. 또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가미귀비탕을 처방한 결과, 기능을 현저히 개선시켰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지속적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조기치료를 통해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한방의 침, 뜸 치료는 혈액순환을 향상시켜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평소 걷기와 같은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머리회전을 할 수 있는 책읽기나 배움 등이 도움이 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 대상 일상생활 불편감 체크리스트>

은행 송금 금액, 아파트 번호키 등 숫자 관련된 일에 전에 없던 실수가 생긴다.바둑, 장기, 고스톱 등의 게임이나 일상적이던 이전 취미활동을 전처럼 잘하지 못한다.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빨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TV 드라마나 책에서 보고 읽은 내용에 대해 이해가 잘 안 돼 엉뚱한 질문을 한다.집안 일, 업무 등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능력도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가족 생일, 약 복용 등 지속적으로 해온 일을 깜빡 잊는다.운전 중 실수가 잦아지고, 지하철 환승 등 대중교통을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다.

* 기억력저하와 함께 위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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