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추징 두배약품 자진폐업

국세청이 제약사와 도매상에 462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데 이어 접대성 경비 등을 수정신고하지 않으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전체 약업계가 긴장의 연속이다.

더욱이 이번 세무조사에서 33억 원의 세금을 추징받은 서울 소재 중견 도매업체인 두배약품이 과도한 세금추징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자진폐업에 들어갔다.

두배약품은 지난 1996년에 창업된 도매업체인데 작년도 매출액이 878억 원으로 창업한지 14년이 된 서울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도매업체이다. 이런 도매업체가 국세청의 세금폭탄에 문을 닫게 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결과 제약업체들이 병의원에 관행적으로 접대성 경비를 지출하고 이를 판매촉진비, 복리후생비 등으로 분산해 회계처리 했으며 병의원 직원 체육행사 등에 필요한 물품과 기념품 구입 제작비용을 지원하거나 해외연수나 세미나 참석 등의 여행경비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료봉사활동 지원 명목으로 의료소모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거나 숙박비 등 제반경비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업체의 경우 약국 등에 무자료로 37억 원의 허위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했으며 의약품 거래처로부터 무자료로 22억 원을 매입하고 거래사실이 없는 업체로부터 22억 원의 허위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법으로 1030억 원을 사용한 제약사와 도매상에 462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특히 제약업체들이 조사업체와의 형평성을 위해 일괄 수정신고를 통해 자진수정이나 조치를 추진토록 했다며 수정신고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엄정한 세무조사로 탈루세액을 추징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매상 14곳만 세무조사 의혹

이번에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는 지난 2월부터 4개 제약사와 14개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대한 조치이다. 4개 제약사는 매출 상위권 회사부터 외자계제약사 등 추징세액과 업체명이 알려진 상태이다.

14개 도매업체의 경우 연간 2천억 원에 육박하는 도매상에서 수백억 원대 도매상까지 였으나 자진 정리에 들어간 두배약품을 제외하고는 업체명은 물론 얼마의 세금이 추징됐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14개 업체만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느냐가 더 큰 의문점으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국세청이 조사한 제약업계 세무조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제약기업과 도매상들을 동일한 잣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면 세금폭탄을 자유롭게 피해나갈 수 있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기업동향에 따르면 의약품제조업의 판촉비가 36.59%로 전체 업종 중에서 가장 높았고 제조업 평균 11.31%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약사들이 과도한 판촉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의약품 판매에서 금품 거래가 성행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제약사별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 업계 전체적으로는 수천억 원의 세금추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도매상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수년전 동아제약 박카스 사건에서도 확인됐지만 제약사와 도매상 간의 무자료거래와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도매상들이 공개하는 외부감사자료는 억지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할 뿐 무자료거래와 허위세금계산서를 모두 반영한다면 부과되는 세금 때문에 문을 닫아야 되는 도매상들이 속출할 것이다.

일례로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 미만인 도매상은 월간 접대비용으로 3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이는 100억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본 접대비 1,800만원과 매출액 대비 0.2%인 1,800만원 등 연간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3,600만 원이라서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평균 300만 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도매상이 이보다 보통 20-30배 많이 사용하는데도 그냥 넘겨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국세청이 제약사들의 접대성 경비와 관련해 의료기관들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무자료거래가 성행한 약국들에 대한 세무조사도 앞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과제이다.

앞으로 금융비용이 법제화되지만 의약분업 이후 문전약국 등이 제약사나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백마진은 모두 불법이며 탈세이다. 도매상들이 그동안 고민해왔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합법화돼도 이전의 불법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大魚는 빠져 나가고 송사리만

이번 국세청의 14개 도매상 세무조사는 나름대로 지역적, 그리고 매출별로 공평하게 선정해 진행했다고 하지만 정작 조사해야 할 업소들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두배약품의 경우 힘없는 도매상이 정부의 정책변화에 첫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도매의 세무비리는 매출액의 규모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대형 도매상 중에서도 투명한 거래를 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매출액이 적은 도매상 특히 품목도매상들은 무자료 및 허위 계산서거래가 불가피한 점 등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도도매 과정에서 무자료가 등장하고 소위 뒷구멍으로 흘러나와 유통되는 의약품들은 세금계산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제약사들로부터 60-70%의 마진을 받는 품목도매는 세무비리의 온상이다.

비록 국세당국의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어도 힘 있는 도매상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 대상에서 빠져 나가거나 추징세액을 조정한다는 것이 업계의 여론이다. 박카스 사건에서도 수백여 도매상이 적발됐지만 이 이후 세금추징에서는 용두사미 격이 된 점이 그 대표적 사례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과제

국세청은 수정신고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세액을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얼마나 많은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이 그동안 탈루한 부분을 수정신고할지는 의문이다. 세무당국은 의약계의 세무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공정한 잣대로 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도 주변의 배경을 앞세워 탈루세액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모든 비리를 털어버리는 각오가 필요하다. 제약산업과 의약품 유통이 한 단계 뛰어오르기 위해서 겪어야하는 산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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