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동력산업으로 지칭되는 제약산업이 정부의 각종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목소리 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산업육성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자칫 그림 속에 떡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앞서고 있다.

이는 당초에 마련됐던 제약산업육성법 초안에서 제약산업발전기금 마련과 수출지원 등 핵심적인 사항은 제외되고 연구개발비를 일정 기준 이상 투자한 혁신적 기업만 지원하기 때문에 혁신성 기준 역시 논란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연구소장 출신의 한 제약사 CEO는 “제약산업육성법이라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는데 제약기업들의 피부에 와 닿는 체감온도가 냉랭하다”면서 “법안의 의미와 앞으로 방향 등에 대해 제약협회 조차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연구개발에 투자의지가 있는 제약기업들은 앞으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내용을 보강해야할지 자체적인 분석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원희목 의원이 2년 전에 발의한 ‘제약산업육성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원의목 의원에 의해 발의된 제약산업육성법에는 연구개발에 일정 기준 이상을 투자하는 혁신적인 제약기업을 지원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지원은 물론, 세제혜택, 수출지원까지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2008년 공청회를 거친 후 국회 상임위 통과까지 2년 동안 제약산업육성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KDI윤희숙 연구원은 ‘제약산업육성법이 제약업체들에게 별다른 성과 없이 뭉칫돈을 나눠주는 격이 될 것"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윤 연구원은 이 법안에는 우수한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고 업체 간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약개발 등의 투자기업 인증도 모호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바이오협회도 제약산업육성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매년 5년마다 계획되고 있는 생명공학육성종합계획과 제약산업 육성법과 중복된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각계의 비난을 의식해서 인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제약산업육성법안에는 수출지원과 기금조성 등의 내용이 삭제됐다. 수출지원은 WTO의 수출보조금지원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산업발전기금 설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성공불융자제도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또한 감세혜택 수준과 지원을 받게 되는 제약사에 대한 세부규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같이 중요한 부분은 삭제된 채 제약산업육성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될 경우, ‘속빈 강정,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신약개발조합은 제약산업육성법은 제약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약개발조합 관계자는 “매년 5년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제약기업의 혁신성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철학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어떤 산업이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원할 수 있는 지원 가치가 있는 기업에겐 지원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금이 조성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총이 있어도 총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약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상당히 높다.

국내 제약산업이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지난 10년간 화려한 르네상스시기를 보냈다. 연구개발 중심기업이든 아니든 영업하기 좋은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투명한 영업과 연구개발 집중화 등 선진국형으로 전환해야하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시점에 제약산업육성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사인이다. 무늬만 산업을 육성한다는 법안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도움이 되는 법안이 되도록 정부도 관련업계도 끝까지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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