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6년제 약대 교육을 받을 신입생 선발이 이뤄지는 가운데 학제 개편을 앞두고 각 대학에서는 교육과정 수립 및 실무실습에 대비한 교육환경 구축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6년제 학제 개편과 함께 단행된 정원 조정, 약대 신설 등의 사안이 맞물려 정작 변화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와 함께 각 대학들조차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약대교육이 개편 과정이라서 여러 문제점이 도출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과도기적 문제들을 최소화하고 6년제 교육에 부실함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 각 대학마다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4년제 교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교육과정이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한약학회(회장 김영중)는 지난 21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제5차 팜월드 포럼을 개최하고 교육과정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을 초청해 약대 학제 개편기를 앞둔 과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실무실습 시범실시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개선방안 및 학제 개편을 맞는 대학의 대응방안 등을 비롯해 바람직한 학제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교육과정 운영체계 및 행ㆍ재정적 준비 미흡

이날 포럼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아직까지 각 대학들이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으로 이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정규혁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각 대학들이 6년제 교육과정 개편에 대해 단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함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체계 및 행ㆍ재정적인 사항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2+4학제로 전환되면서 전공기초과목이 감축되고 전공교육 연한이 4년에서 3년 이내로 오히려 줄었다는 점으로 인해 각 약대들의 자발적인 학제 개편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렇듯 약대의 의지조차 부족하기 때문에 6년제 교육과정 개편 역시 4년제와 유사한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여기에 단순히 실무교육과정을 추가하는 식의 단편적인 개편에 그치고 있다는 것. 아울러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약대 내 및 약대 간의 교육과정 논의가 미약하고 정부 및 대학본부의 약대 교육과정 특수성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교육과정과 관련된 행ㆍ재정적인 사항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며 각 약대의 능동적인 학제개편 분위기의 진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혁 교수는 “전체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대학 내의 행ㆍ재정적인 사항 준비가 아직까지 미흡한 상태”라며 “특히 실무실습 관련사항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실무실습 교육비를 포함한 6년제 약대 등록금 산출도 미정인 상태이며 실무교육을 담당하는 전임교원제도 및 실습책임시수에 대한 인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실무교육기관 및 실무교육강사(preceptor) 기준 및 인증제도, 실무교육강사 양성 프로그램 운영과 기존 약사 교육비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상황이다.

이에 정 교수는 “연구중심, 교육중심, 복합형 등 대학별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교육목표에 근거한 대학별 차별화 및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1차 시범실시 결과 수도권 쏠림현상

한편 지난 1월 실시된 바 있던 1차 실무실습교육 시범실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출돼 향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실무실습 시범실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및 개선안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던 이영숙 원광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거나 지방 소재 대학 재학생이 향후 양질의 실습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영숙 교수는 “지난 1차 시범실시의 경우 특정 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며 “지방에 거주하거나 지방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수도권 실습기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듯 수도권 소재 실습기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모든 약대생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실습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이번에 진행된 실습교육에 대해 실무교육강사(preceptor)와 대학, 학생들의 견해 차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무교육강사는 학생들이 실습 받을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학생들은 실습기관에서 학생이 직접 할 수 있는 업무가 실질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대학 측에서도 실습 장소가 마련돼 있다 해도 장비가 부족하고 교육 콘텐츠나 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실습기관 선호도 측면에서는 병원이나 제약사, 행정기관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약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다고 이영숙 교수는 밝혔다.

약국 업무의 경우 제약사나 행정기관 병원 등에 비해 단순하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낮았다는 것.

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제약사의 경우 실무교육을 진행할 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직원들 가운데 약사가 적어 약사가 아님에도 프리셉터로 지정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실무교육강사의 양성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됐다.

폐쇄형 6년제 外 4년 약학사 과정 병설 주장

현행 2+4 학제에서 폐쇄형 6년제로의 전환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폐쇄형 6년제 과정과 함께 4년제 약학사 과정의 병설을 골자로 하는 4+2 학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제안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심창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통 6년제 과정의 추진과 함께 4년제 약학사 과정을 병설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폐쇄형 6년제 과정과 함께 4년제 약학사 배출과정이 병행 운영되고 있는데 4년제 약학사 과정의 경우 약사 면허는 주어지지 않지만 4년 졸업 후 제약사 등 관련 직종에 바로 취직할 수 있어 약국이 아닌 제약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심 교수는 “현재 일본은 별 문제 없이 4+2년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미국 약대의 경우도 4년 약과학 학사 과정을 설치하고 있는 대학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통 6년제 약사 면허 과정과 함께 4년제 약학사 과정을 병설해 미국과 일본처럼 4년 약학사 졸업이 가능한 통 6년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모 대학교수는 “이는 단순히 약학사 과정을 병설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학-석-박사 연계과정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학제 전환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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