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쌍방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데 이어 지난 6월 27일 관보에 게재됨에 따라 앞으로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28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주장했던 제약협회를 비롯해 몇몇 제약회사를 '쌍벌제 5적'으로 지목하고 이들 제약사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처음엔 ‘유한안동대’를 거쳐 지금은 ‘한중일동생’으로 바뀌었다. 이에 한 제약사는 사장 명의로 된 유인물을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쌍벌죄 도입은 우리 회사가 아니며 외자계 회사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제약회사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다.

쌍벌죄 5적에서 음모론까지 무성

쌍벌죄에 반발한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의료 살리기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의료수가와 약가제도 전반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휴폐업 등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다 경기도의사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이 의약품 판촉을 목적으로 한 제약사들의 의료기관 출입을 금지하는 결의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쌍벌죄 도입에 앞장섰다고 알려진 제약사들 소위 “쌍벌죄 5적”에 대한 의사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실제 매출의 급감으로 이어지자 그 중 한 회사의 사장은 유인물을 통해 “이것은 음모이며 외자계 회사들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등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외자계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제너릭 제품 중심으로 리베이트 영업을 전개해 온 국내 제약기업들에게는 쌍벌죄가 도입되면 의사들이 제너릭을 오리지널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이득은 외자계 제약사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쌍벌죄는 모든 법적인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의료계도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쌍벌죄는 드러내놓고 계속 반발할 명분이 없다. 다만 비현실적인 수가체제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쌍벌죄와 별개로 계속 요구해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문제는 쌍벌죄 도입으로 의사들이 제너릭 처방을 유효성과 안전성이 우수한 오리지널 처방으로 전환하겠다는 주장이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10년간 전체 처방약 시장에서 약 60-70%는 로컬 제약사들의 제너릭이나 신약을 의사들이 처방해 왔다.

국내 진출 외자계 제약사들의 매출액이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35%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장은 국내 제약사들 제품이다. 의사들이 10년간 이같이 제너릭을 비롯한 로컬 제약사 제품을 처방해 놓고 이제 와서 오리지널로 처방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처방 모두를 부인하는 행위와 같다.

의료계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감정적인 대응 보다는 제너릭이라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은 처방을 확대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대구로 정신과 A의사> - 생동성 부실이 제너릭 불신

정부는 만약 의약품 리베이트가 겁난다면 다른 제도로 없애야지 쌍벌죄로 없앤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의사들은 보수적인 성향의 집단이라서 웬만해서는 들고 일어서지 않는다.

다만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이런 상황이 의사들에게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데에는 약효나 안전성, 흡수 및 작용 등 모든 면에서 더욱 우수하기 때문이다. 생동성실험이 제대로 되고 제너릭의 약효가 좋다면 구태여 오리지널을 쓸 필요가 없다.

정부는 이런 것을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재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정부에서 약효가 나쁜 제품을 수시로 점검해 폐기시키고,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무유기한 점은 반성하고 앞으로는 개선해야 한다.

<강북구 개원 B의사> - 비현실적 수가체제 리베이트 유혹

의약분업 이후 개원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폐원까지 하는 의원이 속출하고 있다. 개원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낮은 수가체제에서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현재 의약분업안의 또 다른 문제는 약품의 보험삭감이다. 보건복지부는 약품을 삭감하면 그 비용을 의사의 진찰비를 포함한 부분까지 다 삭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보험에서의 삭감 중 60%는 정부의 과잉삭감이다. 보험당국은 실제로 삭감 이유를 물어보면 정확히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작위로 돌아가면서 이유도 없이 삭감을 당해야 하는 의사들은 진료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의료환경에서 정부가 개원의들을 쌍벌죄까지 압박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의원을 하지 말라는 뜻인지 묻고 싶다.

<아산병원 산부인과 C의사> - 무리한 보험삭감 소진 진료 실종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약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과잉진료, 고가약 처방이라는 등 각종 명목으로 압박하고 있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보험 기준대로 약을 쓰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의료보험 제도의 모순이 곳곳에 존재한다. 지금까지 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고, 많은 약들이 발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적응증이 추가돼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이러한 탄력성이 없다. 전 세계의 어느 제약회사도 신약이 아닌 이미 발매된 약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허가조건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의학은 지금도 역동적으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고, 기존의 약물조차도 과거에 사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이러한 추세를 외면했고 그 결과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을 처방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이 편법으로 다른 질병명을 넣거나, 아니면 보험료 전액 본인부담 등의 다른 방법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 제도도 역동적으로 변하는 의학의 발전에 맞추어, 등재 문헌에 있는 다양한 좋은 치료법이나, 교과서 상의 치료법을 인정해 주는 탄력성을 가져야 하고 사용을 막는다면, 의학은 필연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해당 의사가 처음 한번 확실한 자료를 올리면 검토를 하고, 그 이후에는 두 번 다시 제출하지 않아도 같은 치료를 반복할 수 있는 탄력적이면서 합리적인 의료보험제도가 필요하다.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도록 조정하면서도 이런 제도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개선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 의사들도 정부를 신뢰하면서 각종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용산구 개원 D의사> - 보험재정 이유로 국민건강 위협

정부는 쌍벌죄로 의사들을 압박하기에 앞서 의약분업이란 안전장치를 가진 만큼의 비용 증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고, 제도적으로 억눌렸던 의료보험에서의 의료수가도 현실화돼야 한다.

또 정부의 쌍벌죄 시행으로 그동안 저렴한 약을 썼던 개원의들이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처방을 변경하는 등 다른 부분에서의 비용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원칙도 없이,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물가인상 억제라는 대명제 속에 엄청나게 눌러놓는 것은 재정 문제를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저울질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의사들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Y제약사 E의사> - 묻지마식 제너릭 경쟁 탈피해야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 분업 이후 리베이트를 통해 대폭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면서 그동안 의약품을 약효와 국민 건강보다 하나의 제품으로만 인식, 영업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시장 분석도 엉망이었고 그냥 특정 업체가 잘 팔리는 제품이라면 너도나도 모두 다 덤벼든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과잉경쟁체제에서 리베이트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제약사들이 자사 제품을 써주면 돈을 주겠다는 것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마다할리 없다. 최근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의 제너릭이 40품목 이상 허가됐다.

국민보건과 밀접한 의약품이지만 의약품도 하나의 상품이다. 이윤 추구가 목적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모 외자사의 간염치료제의 경우 실제 임상에선 더 이상 새로운 환자에게 쓰지 않고 있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마케팅적 고민을 했더라면 이런 기현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들도 외면하기 시작한 오리지널 제품의 카피를 만들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제는 로컬제약사들도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외자사의 마케팅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또한 외자계제약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스카웃 해 그들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지역관리, 고객 세분화, 타게팅, 조직 관리 등 여러 가지를 단 한 번에 습득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하겠다는 심정으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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