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항체-약물 중합체 (ADC, Antibody-Drug Conjugates)는 항체에 화합물을 접합한 약물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3종의 항체-약물 중합체 약물이 사용된다.

항체-약물 중합체 약물은 2000년에 처음 등장했으나 별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다가,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난 5년 사이에 거의 대부분의 약물이 나왔다. 제약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항체-약물 중합체에 대한 임상시험이 150개 이상 진행 중이며 그 중의 삼분의 일이 임상시험의 후기 단계에 있다.

지금까지 나온 항체-약물 중합체는 모두 항암제이며, 표적항체에 독성물질을 결합시킨 형태를 가진다. 표적항체란 암세포 표면에 발현한 특이 항원을 인지하는 항체로서,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서 결합하면 생체 내의 면역 기능이 이를 지표 물질로 인지하여 암세포를 제거한다.

표적항체에 독성 물질을 결합시킨 항체-약물 중합체는 직접적인 파괴력까지 겸비하여 표적항체의 기능을 강화한다.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서 항원과 결합하면, 독성 물질이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한다.

항체-약물 중합체의 잠재력은 최근 엔허투의 성공에서 두드러진다. 유방암과 위암에 대하여 적용하는 엔허투는 약효의 지속 기간이 길고 부작용이 적어서 2019 년에 승인을 받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엔허투는 허셉틴에 독성 약물을 결합한 약물이다. 허셉틴은 표적항암제의 대표 주자로서 30년 가까이 사용되어 왔다. 표적항암제는 종류마다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기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약효의 지속성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암세포가 표적항체의 타겟이 되는 암항원을 발현하지 않거나 그 기능을 우회하여 증식함으로써 생존을 모색하기 때문에, 환자는 결국 항체에 대하여 내성을 나타내거나 암을 재발한다. 허셉틴에 독성 물질을 결합하여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능력을 가진 엔허투는 허셉틴에 비하여 월등하게 긴 약효 지속을 보이며, 효능이 강력하여 약물에 반응하는 환자의 폭도 넓다.

엔허투가 다른 항체-약물 중합체와 비교해도 부작용이 적은 근거는 약물이 안정적으로 타겟 세포에 도달하여 작용하고, 탑재한 약물의 독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시키는 기술을 개선하고 탑재 약물의 종류를 바꾼 덕이다.

항체-약물 중합체는 독성 물질 외에도 펩타이드나 RNA 등 다양한 종류의 약물을 항체에 결합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기술적 진보에 따라 항체를 이용해서 약물을 타겟 조직에 운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여, 암 외에도 여러가지 질병에 이 약물을 적용함으로써 응용 범위가 확대되리라고 기대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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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대 제약회사들이 항체-약물 중합체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제약 바이오 업계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항체-약물 중합체가 차세대 성장 종목으로 갑자기 부각된 이유는 제약회사들이 개발의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항체-약물 중합체에 주목하게 된 때문인데, 그 배경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한다는 명목의 일련의 정책에 관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2022년에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보건 의료 분야의 재정 건전화의 일환으로 약값을 조정하는 항목을 포함한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제약회사에게 고공행진을 하는 약값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이 법에서, 신약은 출시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값 조정의 대상이 된다. 약값 조정의 압력에서 면제되는 기간은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13년, 저분자 화합물의 경우는 9년이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 제제는 저분자 화합물에 비하여 약값 인하의 압력을 적게 받는다. 약물의 특허 기간을 고려하여 제약회사가 신약을 출시한 후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기간을 현재 15년 정도라고 본다면, 앞으로는 개발의 이익을 회수하는 시간이 저분자 화합물의 경우 크게 줄어든다.

제약회사가 앞으로 저분자 화합물을 개발해 봐야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리라고 예측하고 생물학적 제제 개발로 방향을 전환함에 따라, 약물 개발의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생물학적 제제 개발을 위주로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는 상황에서, 항암제 분야에서도 저분자 화합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대신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제약회사들이 항체와 화학요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인 항체-약물 중합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항체-약물 중합체는 기술로 무장한 날개와 자금이라는 추진력을 모두 얻어 급부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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