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바둑 인간을 삼켰다. 

현재 바둑 세계 랭킹 1위는 신진서 9단이다. 신진서는 13살의 나이에 이창호 9단을 꺾었고 18세에 이세돌을 이겼다. 

통산전적은 994전 784승 2무 208패다. 승률 79.00%에 바둑 기전 우승 36회, 메이저 세계 바둑 기전 6회 우승, 5회 준우승 기록을 자랑한다. 

특히 통산 승률 79%는 한국 기원 통산 승률 역대 1위다. 신진서가 '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정환'으로 이어지는 바둑 1인자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진서의 별명인 '신공지능'이란 점이다. 프로바둑 해설자들은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최선의 수' 즉 '블루스폿(blue spot)’에 따라 해설한다. 

신진서는 블루스폿과 일치율이 가장 높은 기사다. 신 9단은 지난해 '바둑 올림픽' 응씨배에서 우승하면서 "기사가 정상권에 오르면 뚜렷한 목표가 사라질 수 있는데, 인공지능으로 연구하면서 끝없이 발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 최강의 바둑 기사들이 AI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연구하고 발전하는 것은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충격적 대결 이후 AI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고 상전벽해가 일어난 것이다. 

# AI가 운전대를 잡았다. 

일상에서는 어떨까. AI는 우리 곁을 얼마나 파고들었을까.  

약 10년 전, 현대차미주법인은 놀라운 광고를 선보였다. 영상에서는 스턴트 맨들이 일렬로 늘어선 신형 제네시스 6대 운전석에 차례로 탔다. 

제네시스 5대가 사막의 도로 한복판을 주행하고 무전 교신이 시작된 순간 마지막 차에 탔던 여성 스턴트맨이 선루프를 열고 바로 옆 함께 달리던 트럭에 뛰어들었다.  

다음 운전자도, 그 다음 운전자도, 마지막 운전자도 마찬가지로 트럭으로 뛰었다. 그런데도 자동차 5대는 속도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도로를 달렸다. 

그 이후 가장 앞선선 제네시스의 운전자가 눈을 안대로 가렸다. 바로 코너 주행이 시작됐지만 6대의 제네시스는 곡선 주로에서도 차선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주행을 계속했다. 

제네시스를 이끌던 덤프 트럭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 순간 제네시스들은 차례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충돌 사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제네시스의 빈 운전석을 잡아주는 장면이었다. 

인간이 운전대를 놓았는데도 자동차는 스스로 운행하고 멈췄다. AI가 아니었다면 자율주행은 불가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 운전자들은 습관처럼 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대를 놓는다.

# AI가 일상에 스며들었다. 

2013년 OpenAI는 'ChatGPT'를 내놓았다. 누구나 인공지능에 질문하고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난 계기다.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달 10일 외신 인터뷰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의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사용자의 질문에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유사하게 답하는 챗봇인 챗GPT가 인터넷만큼 중대한 발명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OpenAI는 최근 텍스트만으로 영상을 제작해내는 AI 모델 '소라(Sora)'를 내놓았다. 챗GPT 방식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1분 길이의 고화질 영상이 탄생한다. 

가로 1920×1080부터 세로 1080×1920 영상까지는 물론 심지어 어떤 사이즈의 영상이라도 가능하다. 

메시지만 입력하면 멸종된 메머드가 설원을 질주하고 일본 도쿄의 거리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몇 줄 짜리 글만 있으면 AI가 스스로 고화질 영상을 만들어준다. 

# 알파고의 아버지 'AI 신약' 꽂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다. "과연 AI는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대 최고의 기술의 종착역은 언제나 헬스케어"라며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즉 인간의 생사고락의 문제는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첨단의 끝에 있는 AI 기술의 관심은 인류 최대의 숙원인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알파고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데미스 허사비스의 시선은 이미 '신약'에 꽂혔다. 

그는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4’ 기조연설을 통해 “과학적으로 알려진 단백질은 2000억개에 달한다. 이를 인간이 분석하는 데 10억 년이 걸리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파악 AI인 ‘알파폴드(Alphapold)’를 통해 1년 만에 해냈다”고 전했다.

'알파폴드' 캡처
'알파폴드' 캡처

그는 “알파폴드가 세상에 나온 후 생명과학에 혁명을 일으켰다"며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학자들이 알파폴드를 사용했다. 알파폴드를 만든 이유는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2∼3년 안에 병원에서 AI가 설계한 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끔찍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이 평균 10년에서 이제 단 몇 달로 단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도 약사도, 심지어 신약개발 전문가도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이 아닌 AI가 설계한 신약이 개발되는데 '몇 년'도 아닌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신약 개발 전문가와 종사자들을 모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은 평균 15년의 기다림, 조단위 자본, 여기에 규제당국의 거대한 벽을 뚫어낼 수 추진력, 삼박자가 갖춰졌을 때 글로벌 신약 개발 탄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빅파마' '빅테크'? AI 신약은 이미 현실 

그렇다면 'AI의 아버지' 허사비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한 것일까. 

그러나 빅파마로 시선을 돌리면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AI를 통한 신약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구글의 AI 신약개발사 아이소모픽과 최대 17억 달러(약 2조 2,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노바티스도 아이소모픽과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의 빅딜을 체결했다. 

암젠은 이미 생성형 AI에 오랜 관심을 두고 신약 개발에 활용해왔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생성형 AI 및 기계학습을 시험했고 임상 디자인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력을 확대했다. 의약품 개발·제조 관련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 개발을 위해 의기 투합한 것이다.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도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이피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에서 ‘바이오니모’를 공개했다.

바이오니모는 아미노산의 서열과 단백질의 구조라는 언어를 학습한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암젠은 '바이오니모'를 도입하고 아이슬란드에서 수퍼 컴퓨터 '프레이자'를 구축 중이다. 

#  '필AI즉생'이요 '필AI즉약'이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국내 제약사들도 앞다투어 AI 신약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약사들은 수년 전부터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적응증 확장을 위해 AI 신약 개발 플랫폼 개발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심지어 수년 전부터 AI 신약팀을 자체 구성하고, 업계를 리드하거나 수많은 기업을 제치고, 정부가 내건 AI 플랫폼 구축 과제를 따낸 제약사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AI신약융합연구원으로 격상하고, AI 신약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AI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뭘까. 제약사들이 선택한 AI 플랫폼 기업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등 AI 신약 개발 선도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허사비스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도 AI를 적용한 토종 신약 탄생이 가능할까.

약사신문(팜뉴스) 제약산업팀은 이같은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지난 50일간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AI 플랫폼 업체 대표, 카이스트 박사, 굴지의 제약사 임원과 AI 신약 개발 팀장, 바이오 기업 대표 등 수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거듭했다. 그 결과 나름의 답을 얻었고  "필AI즉생"주제의 창간 특집을 꾸릴 수 있었다. 25일부터 창간특집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AI 신약 개발은 진정 필요할까?"

연속된 특집 기사를 꼼꼼히 읽어본다면, '당신'은 이 질문에 적어도 '해답'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것이 완벽한 '정답'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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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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