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국내에서 "AI로 신약 개발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는 다르다. 

김 교수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히츠(HITS)를 공동 설립한 이후,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을 이어온 주인공이다. 

그는 식약처, 과기부 등에서 AI 신약 개발 관련 정부 과제도 수행했다. 김 교수를 빼놓고, 국내 AI 신약 개발 트랜드를 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5일 "AI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히츠 주최)" 웨비나가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다. 

그가 AI 신약 개발의 국내 상황을 솔직한 목소리로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팜뉴스가 김 교수의 현장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AI 신약 개발? 지속적 성장

2019년, 저희 히츠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반의 '단백질-리간드 결합력 예측'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2022년 두 번째 논문이 나왔고 올해 초에 세 번째 논문이 발표됐다.

그 사이 성능 변화를 보면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22년 실험을 예측한 것과 실험값의 사이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여준 것이 R값(유도체 활성 예측도)인데, 그것이 1에 가까울수록 완벽하다.

2022년 대비 2024년엔 0.64로 성능이 높아졌다. 처음보다 기술적 진보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생성형 AI에서도 다르지 않다. 과거와 달리, AI가  타겟 단백질 위에 분자를 그려주는 기술 수준까지 도달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성장했다. 저희 연구실 뿐이 아니다. 국내 AI 신약 관련 스타트업들도 놀라울 만큼 성장을 거듭해왔다. 

# 모순? 기술 진보에 비해 기대감은 하락

하지만 모순적인 진실이 있다. AI 신약 개발 기술은 진보해왔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감이 꺾였다는 점이다. 2012년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정점에 이르렀다가 최근 떨어졌다.

상식적으로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심리적 용어가 있다.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순간 사람들의 기대감은 그림1과 같은 곡선을 따른다.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기대감이 최대치에 도달한다.

그 이후 '우매함의 봉우리'에 도달한다. 이는 곧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속담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를 AI 신약개발로 비유할 수 있다. AI 신약 개발이 화두로 처음 등장했을 때, 신약 후보물질 발견 기간이 4.5년에서 1년으로 줄고 시장이 막대하게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다.

심지어 의사들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많은 것이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림1
그림1

# 더닝 크루거 효과, '절망의 계곡'

더닝 크루거 효과에 따르면, 우리가 일종의 '절망의 계곡'에 위치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대로 계곡에 빠진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지속 가능성의 고원'에 도달할 수 있다. 기술 진보가 점진적 우상향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 상황을 보고, 우리는 컵에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실망하는 '심리적 오류'에 빠져 있다. 

하지만 해외는 전혀 다르다.

2018년 알파폴드가 등장한 이후 2년 뒤 알파폴드2가 해묵은 과제를 해결했다. 그런데도 바이올로지를 하는 분들은 "단백질 시퀀스 하나 푸는 것이 신약 개발에 얼마나 기여하겠나"라며 "실제로 바이올로지는 훨씬 복잡하다.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하는 과정까지 밝혀야 진짜다"라는 회의론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딥마인드 알파폴드 레이티스트 버전은 훨씬 복잡한 단백질 결합 구조를 예측해냈다. 시퀀스만 주면, 단백질과 단백질뿐 아니라 단백질과 RNA 등 다양한 모델리티의 결합구조를 분석해냈다. 어떤 것들은 실험으로 구현될 정도다. 

# 해외 "물컵이 반이나 남았다"

AI가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법으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아주 짧은 시간에 풀어낸 것이다.

2020년 당시 알파폴드를 향해 제기된 비관론을 돌파하고 3년 만에 굉장히 많은 진보를 이뤄냈다는 얘기다. 

이런 점들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 뿐 아니라 구글이 AI 신약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다.

절망의 계곡에 빠져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기술은 우리 상상보다 훨씬 진보해왔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수천억을 넘어서 조단위의 투자가 일어나는 이유다. 

따라서 우리의 현재 시점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방향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 역시 AI 기술 점진적 진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물컵의 반을 더 채울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향후 AI 신약 개발이 나아갈 길에 대한 해답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