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지난 2월 23일, 독일 의회(Bundestag)는 격렬한 토론 끝에 대마의 오락 목적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407표 대 226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4월 1일부터 18세 이상 독일 국민은 자국 내에서 25g 이내의 마리화나를 소지할 수 있고, 허용된 장소에서 대마초를 흡연할 수 있으며, 대마 클럽은 500명에게 한 달에 개인당 50g까지 마리화나를 제공할 수 있고, 각 가정은 집에서 대마를 3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마리화나 암시장이 고갈되고 대마의 의료적 사용 장벽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통 통제와 청소년들의 접근 차단이 더 어려워지고 보건 위험의 강도와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러한 변화들은 미국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DEA)에 제안된 “마리화나의 통제 Schedule 변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칼럼에 이어,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가 DEA에 보낸 공문 내용 중 마리화나의 통제 Schedule 조정 기준으로서 제시된 두 번째 기준 즉, 마리화나의 “약리효과의 과학적 근거”를 살펴보았다. 검토 내용은 HHS가 작성한 “BASIS FOR THE RECOMMENDATION TO RESCHEDULE MARIJUANA INTO SCHEDULE III OF THE CONTROLLED SUBSTANCES ACT” 자료로 제한하였다.

▷ 마리화나의 통제 Schedule 조정 기준

반복하거니와 미국 CSA, 21 U.S.C. 811(b)에 따라 통제물질의 수준을 정하는 8가지의 기준은 ① 실제 또는 상대적 남용 가능성, ② 약리효과의 과학적 근거, ③ 최신 과학적 지식, ④ 남용의 이력과 패턴, ⑤ 남용의 범위(경향), 기간 및 유의성, ⑥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 ⑦ 정신적 또는 육체적 의존성, ⑧ 해당 물질이 이미 통제되고 있는 물질의 직접적 전구체인지 여부이다.

▷ 마리화나의 남용 위험 평가에서 Δ9-THC의 중요성

마리화나 제품은 채취된 대마의 종에 따라 생물학적, 약리학적 프로필이 다르다. HHS의 제안 자료에서 통제 Schedule 조정 기준의 두 번째 요소인 약리효과는 마리화나 남용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Δ9-THC의 효과를 기반으로 고찰되었다. 마리화나에 함유된 가장 풍부한 칸나비노이드는 Δ9-THC와 CBD이지만, FDA는 Epidiolex(CBD 성분의 뇌전증 치료제로 FDA가 승인한 의약품)의 NDA(신약품목허가신청)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CBD의 남용 위험이 미미함을 확인하였다. 마리화나 남용의 위험 요소는 CBD가 아니라 Δ9-THC임이 한 번 더 확인된 것이다.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리화나 샘플들을 수집하여 거기에 함유된 Δ9-THC 농도를 분석한 결과, 1991년 수집된 시료의 Δ9-THC 농도가 3%였던 것이 1993년에 3.4%, 1995년 4%, 1997년 4.47%, 2008년 8.8%로, 2014년 12%, 2017년 17.1%로 증가했다. 이는 Δ9-THC가 마리화나 남용을 유도하는 주성분이며 오락 목적 마리화나 사용자들은 sinsemilla와 같은 고효능 마리화나를 선호해 왔음을 암시한다. 이에 FDA 조사 연구팀은 Δ9-THC에 초점을 맞추어 마리화나에 의한 신경화학과 수용체 약리, 동물 행동반응, 임상 자료, 생리 반응 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였다.

▷ 남용 위험 요소로서 Δ9-THC의 활성

Δ9-THC가 작용하는 주요 표적은 CB1-과 CB2-수용체인데, 남용 관련 약리효과는 주로 중추신경에 분포하는 CB1-수용체를 매개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Δ9-THC는 CB1-수용체 부분 효능제(Ki=18-218 nM)로 작용한다. 실험동물에서 시행된 Δ9-THC의 남용성 평가 시험 즉, 약물자가투여시험과 조건장소선호도, 약물식별시험의 결과들은 실험 조건에 따라 상반되게 나타났다.

실험동물에서 마리화나의 보상 및 강화 효과에 대한 연구자들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남용 위험을 단정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사람에서 마리화나의 보상 및 강화 효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Dronabinol 등과 같은 FDA가 승인한 Δ9-THC 함유 의약품의 임상시험에서 시험자의 3∼10%가 다행감(euphoria)과 망상반응(paranoid reaction), 졸음(somnolence), 비정상 사고(thinking abnormal), 어지러움(dizziness)을 호소하였다. 2017년 NASEM(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보고서도 Δ9-THC의 남용 위험을 지적하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1.79∼69 mg의 Δ9-THC를 투여한 사례들이 조사되었는데, Δ9-THC의 투여는 전반적인 약물 선호와 기분 좋음, 고조, 중독성, 자극성, 즐거움, 재복용, 더 많은 양을 원함, 비용 지불 의향 등과 같은 남용 반응을 유발하였다.

남용 위험을 알 수 있는 Addiction Research Center Inventory (ARCI) 척도가 Δ9-THC에 의해 몰핀이나 암페타민과 유사한 정도로 증가하였다. 또한, 마약류 사용으로 나타나는 위해 반응 즉, 나쁜 약효와 아픔, 어지러움, 배고픔, 의심, 망상, 불안, 진정, 졸리움, 피로, 망각, 기억장애, 입마름, 충혈 등과 같은 부정 반응(위해 반응)들도 증가하였다. 조사 연구자들은 그 약리효과를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하였다. 물론 용량과 투여 경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에서 Dronabinol(Δ9-THC)의 남용 위험 관련 효과(오해를 줄이기 위하여 원본 제시)
사람에서 Dronabinol(Δ9-THC)의 남용 위험 관련 효과(오해를 줄이기 위하여 원본 제시)
2017년 NASEM 보고서(The Health Effects of Cannabis and Cannabinoids) 요약
2017년 NASEM 보고서(The Health Effects of Cannabis and Cannabinoids) 요약

 HHS 조사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마리화나는 남용위험이 높은 약물이며 그 남용은 Δ9-THC에 기인하고, Δ9-THC는 칸나비노이드 CB1 수용체에 작용하여 자가 투여와 조건-장소 선호를 유도하고, 다행감과 기타 즐거운 반응과 함께 진정과 불안 등의 위해 반응을 유발한다. 사람에서 관찰된 긍정 반응은 물질 남용과 마리화나의 오락 목적 사용의 확산을 유도하고 남용 시 관찰되는 부정적 반응들은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센터 또는 독극물센터, 응급실 방문 등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약리효과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면 마리화나는 여전히 남용 위험이 있어서 통제 약물 리스트에서 제거할 수 없으나 남용 위험도는 약물 통제 Schedule 조정 기준의 ③∼⑧에 대한 검토 후 결정할 수 있다. 대마의 오락 목적 사용을 허용하는 독일 의회의 결정은 국민 보건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비과학적 결정이다. 비과학적임에도 불구하고 규제 불능의 현실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독일과 미국 당국의 고민은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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