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최근 미국의 여러 매체들이 “오리건주 민주당 의원 Earl Blumenauer이 마리화나의 통제 Schedule 변경 조치 일정(time line)을 제시하도록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DEA)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는 DEA 국장과 법무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다음의 사항과 과정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였다.

△마리화나 통제 Schedule 변경 조치 마감일정
△약물 Schedule 조정을 위한 표준 일정
△마리화나 통제 Schedule 변경 검토 프로세스의 시작일
△그 결정에 주 마리화나 법과 규제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검토 과정에 의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반면, 의과학자이면서 메릴랜드주 공화당 의원인 Andy Harris는 Schedule 조정에 ‘마리화나의 실제적 위해’를 고려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보건을 위해 헴프(Hemp) 유래 유독 물질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의 공문을 살펴보자.

마리화나의 통제 Schedule 조정 기준

반복하거니와 미국 CSA, 21 U.S.C. 811(b)에 따라 통제물질의 수준을 정하는 8가지의 기준은 ①실제 또는 상대적 남용 가능성 ②약리효과의 과학적 근거 ③최신 과학적 지식 ④남용의 이력과 패턴 ⑤남용의 범위(경향), 기간 및 유의성 ⑥공중보건에 대한 위험 ⑦정신적 또는 육체적 의존성 ⑧해당 물질이 이미 통제되고 있는 물질의 직접적 전구체인지 여부이다.

마리화나의 통제에 대한 인식 변화

미국에서 마리화나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방 마약 범죄자의 비율은 1980년 24%에서 1982년 40%로 증가했다가 1986년 26%로 감소했다. 1986년 마리화나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방 마약 범죄자 중 70%가 유통, 제조, 수입 혐의로 기소됐고 나머지 30%는 단순 소지 혐의였다.

최근에는 마리화나 위반으로 기소된 연방 마약 범죄자의 비율이 매우 낮고, 2020년에는 연방 마약 범죄자의 7% 만이 마리화나 범죄자였다. 마리화나 사용을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론은 2022년 4월, 미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Gallup News Service의 자료(Gallup Poll Social Series: Crime)를 인용하여 마리화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2010년대에 이르러 급격히 변화되었음을 소개하였다.

질문은 “Do you think marijuana should be made legal or not?”이다. 마리화나 관련 주법률이 변경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리화나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바뀌었다.

1969년에는 조사 대상 인구의 12%만이 마리화나 사용의 합법화를 지지했으나 2021년에는 그 비율이 68%(+/- 3.0% 포인트)로 증가했다. 2015년 응답자의 59%(+/- 2.9% 포인트)는 연방 정부도 마리화나 사용을 허용하는 주에서 연방 마리화나 금지법을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출처: 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https://crsreports.congress.gov R44782)

마리화나의 남용 위험성

CSA가 ‘남용’이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있지 않으나, ‘마리화나 남용’이란 의료·과학적 근거 없이 개인적 기호나 습관, 정신·신체적 의존반응으로 마리화나를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하여 개인과 사회에 위해를 유발하는 것이다.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9-THC는 CB1-수용체에 작용하여 의존반응을 나타내고 남용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9-THC의 남용성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고 이에 기초하여 FDA가 ∆9-THC의 (-)-trans-stereoisomer인 dronabinol를 주성분으로 하는 Marinol(1985; Schedule III)과 Syndros(2016; Schedule II)를 식욕부진과 오심·구토의 완화제로 승인하면서 통제약물로 지정하였다.

이는 ∆9-THC를 함유한 마리화나의 남용 위험을 부인할 수 없는 근거이다. 다만, 남용 위험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미국 FDA는 2015∼2019년 동안의 마리화나 남용 관련자료를 조사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마리화나의 비의료적 남용률이 알코올에 비해 4∼6배 낮고, 헤로인(heroin)과 코카인(cocaine), 옥시코돈(oxycodone),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 트라마동(tramadol),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 졸피뎀(zolpidem)에 비해 4∼5배 낮았다.

국립약물사용·보건 조사(National Survey on Drug Use and Health, NSDUH)에 따르면 2022년 마리화나를 사용한 사람들 중 25%가 의료용으로만 사용하였고, 39%가 의료용과 비의료용 복합적으로 36%가 비의료용으로 사용하였다. 비의료용으로 사용한 사람들 중 약 절반은 월 평균 5일 미만으로 사용했고, 30%는 월 평균 20일 이상 사용했다.

또한 독극물센터 역학조사 자료에 따르면 마리화나 사용의 부작용과 위해 효과 발현이 헤로인과 코카인, 알코올에 비해 낮았다.

FDA는 의료적 목적으로 마리화나 또는 이를 함유한 치료제를 승인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연방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IND에 따른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38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 차원의 의료용 마리화나법을 통과시켰다. 실제로는 주정부가 승인한 마리화나의 의료 사용에 상관없이 개인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있다.

조사·연구자들은 역학 데이터 등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마리화나는 남용 위험이 있으며 사용자의 건강과 지역 사회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타 남용 물질과 비교하면 헤로인과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펜타닐, 코카인, 케타민, 벤조디아제핀, 졸피뎀, 트라마돌, 알코올에 비해 그 심각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부작용이나 약물 사용 장애의 유발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 조사 내용에서 주목할 점은 ∆9-THC와 비교 물질로서 알코올이다. 마리화나의 비의료적 사용을 유도하는 주 약효 성분은 ∆9-THC인데, 이 성분이 남용성 물질이며 CSA Schedule Ⅱ 또는 Ⅲ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에 기초하여 ∆9-THC가 함유된 마리화나를 CSA 통제약물군에서 뺄 수 없음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알코올은 과학적으로 남용성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사회·문화적 상황과 사용 역사 등을 고려할 때 CSA 통제약물군에 넣을 수 없다.

이점을 고려하여 마리화나의 남용 위험도를 조사하는 과정에 비교 물질로 알코올을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미국의 대중들에게 마리화나는 술과 유사한 존재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최소한, 마약 문제에 있어선 우리의 인식과 정책의 방향을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 아직까지 미국은 마약 관련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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