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1985년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졸업생 중에서 평균 초봉이 가장 높은 학과는 어디였을까? 일반적으로 의대나 법대, 경영학과 등의 전문직을 많이 배출하는 학과를 떠올리지만 예상과는 달리 지리학과 학생들이 평균 10만 달러의 초봉을 받으며 1위를 기록했다.

현재 환율로 따져도 연봉 1억원은 적잖은 금액으로 당시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욱 가치가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일 인치'가 있다. 바로 지리학과 졸업생 중에 NBA 최고 스타였던 마이클 조던 선수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데뷔했던 1984~85년 시즌 당시, 그가 시카고 불스로부터 받은 연봉은 55만 달러였다. 엄청나게 높은 마이클 조던의 초봉과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졸업생들의 초봉이 합쳐지면서 최종적으로 지리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초봉이 10만 달러로 나오게 된 셈이다.

이는 데이터 통계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로, 앞서 대학생들의 정확한 평균 초봉을 계산하려면 마이클 조던과 같이 '함정'을 만드는 요소들을 없애야 한다.

일동제약 전경(자료=일동제약)
일동제약 전경(자료=일동제약)

흥미로운 점은 국내 대표 제약사 중 한 곳인 '일동제약'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2020년 별도 기준 매출액 5609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에는 매출액이 5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역성장하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돼 54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이 6358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손실도 721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졌고 이러한 추세는 2023년 3분기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일동제약은 무려 13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을 지속했다.

그간 매년 4~5000억원 정도의 매출액과 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로, 단순히 실적만 놓고 보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처럼 보인다.

# 13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와 이면에 숨겨진 연구개발비

그러나 여기에는 앞서의 지리학과 졸업생 평균 초봉과 유사하게 '숨은 일인치'가 있다. 바로 일동제약이 지난 2016년 제시했던 '매출 1조원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최근 몇 년간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3년간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면서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영업적자를 지속했다.

실제로 일동제약의 R&D 비용은 ▲2019년 574억원 ▲2020년 786억원 ▲2021년 1082억원 ▲2022년 1251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지표는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분석하면 좀 더 명확해진다.

일동제약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 11.1% 2020년 14.0% 2021년 19.3% 2022년 19.7%로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모두 이익으로 돌린다면 영업이익은 적자가 아니라 오히려 흑자를 지속했을 것이다.

일동제약 연구개발비 추이(자료=일동제약)
일동제약 연구개발비 추이(자료=일동제약)

이처럼 영업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적정 기업가치 산출 또한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일동제약의 주가도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등락을 반복했다.

실제로 2021년 일동제약의 주가는 1만 5000원에서 2만원 초반을 유지하다가 2022년 들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7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이 찾아오면서 2024년 2월 현재는 1만 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 일동제약, 유노비아 R&D 물적분할 카드 통했다

주목할 점은 일동제약이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 분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길었던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2023년 4분기 매출액 1493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시현하며 13개 분기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작년 11월 물적분할한 '유노비아'에 따른 연구개발비 감소와 경영 효율화가 배경에 있었다. 일동제약은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비용 부담 요인을 해소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유노비아는 독립적인 입지에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전문성 및 효율성 제고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과 투자 유치 등 제휴 파트너 확보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요건을 갖춘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 결과 일동제약의 적정 영업가치를 산출하는데 걸림돌이었던 높은 연구개발비 지출이 유노비아 분할과 경영 효율화로 해소됐고 이는 주가 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SK증권 이동건 애널리스트는 "일동제약의 현 기업가치(주가) 대비 약 50%의 상승여력이 2024년 예상되는 영업가치만으로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또한 연간 실적에 반영되는 유노비아의 가치는 '파이프라인 가치' 또는 '지분 가치'를 통해 일동제약 주가에 +α(알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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