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지난해 3월,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기자는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전임 원희목 회장이 남긴 인상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는 서울대 약대라는 최고 스펙에 빼어난 목소리는 물론 준수한 외모를 갖췄다. 인터뷰할 때마다 발성과 발음도 좋아 말도 잘했다. 

실제로 원 전 회장은 18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대한약사회 회장, 한국사회정보원장 등 굵직한 요직을 거친 이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수장에 올랐다. 그야말로 원 전 회장은 스타에 가까웠다. 

업계 관계자는 "원 전 회장의 일처리 방식도 스타 정치인에 가까웠다"며 "일단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려고 죽어라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을 일으킨 것도 원 회장의 공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깃발을 꽂고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든 설득해나가면서 속도감 있게 일을 전개하는 유형"이라며 "업계가 미국 보스턴에 나가야 한다고 했을 때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었지만, 결국 수년간 밀어붙여서 결국 해냈다"고 전했다. 

이처럼 원 회장이 업계에 남긴 족적은 선이 굵었다. 그가 떠난다고 했을 때 못내 아쉬움을 삼킨 이유다.

새로 취임한 노연홍 회장이 그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자신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열린 취임 기자 회견 참석한 이후 기자의 시선은 100% 달려졌다. 

노 회장은 쏟아지는 질문 세례를 날카로운 반론으로 받아쳤다. 신임 기관장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만큼의 역량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 간담회 당시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는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제약바이오혁신위, 의약품 품절 대란 등 각종 이슈에 관한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이어갔다. 

특히 "AI 신약 개발 인력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 대해서도 "협회는 AI 신약개발지원센터를 만들어 인력 양성을 꾸준히 해왔다. 미국 스탠버드대는 무전공으로 들어와서 전공을 선택하는데 융통성 있게 제도를 운영해서 최근 AI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 비율이 60%까지 올라갔다. 이런 부분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우 명차 '레간자', 위키백과 캡처
대우 명차 '레간자', 위키백과 캡처

일단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불편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자는 노 회장이 각종 이슈에 대한 숨은 배경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업계 전언에 따르면, 노 회장은 매일 아침 9시 임원회의를 이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회의 자리에 참석하면 어제 일어난 모든 이슈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전부 알고 있어서 놀란 경우가 많다더라"며 "청와대 비서관, 보건복지부 대변인이란 경륜에 이런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업계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돌고 있다. "노연홍은 묵묵히 일 잘하는 행정가"란 평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 회장이 1년 사이 제약바이오협회의 회무를 회원사 중심으로 실속있게 꾸려나간 점도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며 "원 전 회장과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단계적인 플랜을 실행하기 때문에 회원사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의 리더가 나서서 지르기만 하면 일이 진행 자체가 안 되고 아랫사람들이 힘들다"며 "하지만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묵묵하고 조용히 일하면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면 한결 편하다. 노연홍호가 순항 중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제 다음달이면 노연홍 회장 취임 1주년이 된다. 기자는 노연홍을 회장의 리더십을 돌아보면서 문득 '소리없이 강하다'는 레간자의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레간자는 1997년 출시된 대우자동차의 명차다. 레간자는 'elegante'(우아함)과 'forza'(힘)이라는 이탈리아어의 조합이다. 

차가 없었던 시절 큰 아버지의 레간자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 어린 시절 레간자를 탈 때마다 안락하고 편해서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특유의 편안함 덕분일까.

레간자 이후로, 대한민국 중형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위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기자는 '소리 없이 강한' 노연홍 회장의 리더십에서도 레간자와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노 회장이 보여준 지난 1년 사이 큰 사건 사고나 이슈 없이, 크고 작은 성과들이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노 회장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면, 업계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더욱 편안하게 느끼지 않을까. 

적어도 기자가 직접 경험한 노연홍 회장이라면 그런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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