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이목이 제약바이오 업종에 쏠리는 모양새다. 비만이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 오늘(14일)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을 중심으로 한 '비만약 ETF' 상품이 최초로 출시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이들 제약사들은 위고비, 마운자로 등으로 대표되는 비만치료제를 앞세워 전세계 시가총액 순위까지 바꾸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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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무렵,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사금이 발견되며 수십만명의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금광을 발견하기만 하면 떼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골드러시'가 관찰된다는 것이다. 바로 비만치료제 시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1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필수의약품 목록에 비만치료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전세계 비만 인구는 약 6억 50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975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14년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글로벌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가 '삭센다'라는 이름의 비만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것.

사진. 노보 노디스크 CI
사진. 노보 노디스크 CI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음식물 섭취에 따라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 1) 호르몬을 모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 및 음식 섭취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BMI 지수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에서 5~15%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이후 같은 GLP-1 유사체 계열이지만 새로운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비만약 '오젬픽'과 '위고비'가 각각 2017년과 2021년에 FDA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기존 치료제 대비 체중감량 효과가 월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2023년 9월에는 브랜드 루이비통의 그룹사 LVMH를 제치고 유럽 전체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당시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4181억 달러로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의 총 GDP(4056억 달러)보다 높았으며 이는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100조원 가량 많은 수치다.

사진. 일라이릴리 CI
사진. 일라이릴리 CI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위고비보다 체중감량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비만약 '젭바운드'를 지난해 12월 출시하면서 노보 노디스크를 맹추격 중이다.

실제로 일라이 릴리는 이러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해 6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존슨앤드존슨(J&J)를 누르고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한 ETF 상품이 오늘(14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다는 것이다. 바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상장지수펀드(ETF)'이다. 해당 펀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출시되는 비만치료제 테마 상품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 1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각각 25% 비중으로 총 50%까지 집중 투자된다. 펀드명에 있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TOP2'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다음으로 Plus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로슈 ▲스트럭쳐 테라퓨틱스 ▲바이킹 테라퓨틱스 ▲질랜드 파마 ▲리듬 파마슈티컬스 등 8개 종목이다.

이들 제약사의 투자 비중은 각각 6.25%씩 동일하며 미국 FDA나 유럽 EMA에서 비만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Plus 기업 투자에서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은 비만치료제에 집중하고 있는 강소 제약사를 충분히 담지 못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생길 수 있어 모두 동일한 투자 비중을 적용했다"라며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 그중에서도 시가총액이 큰 순서를 기준으로 선별했다"라고 덧붙였다.

기업명이 생소한 강소 제약사들 중에서 리듬 파마슈티컬스는 희귀비만증 치료제 '임시브리'를 성공적으로 개발 및 상용화하며 글로벌 희귀비만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시브리는 포만감 신호 유전자인 MC4R(Melanocortin-4 Receptor)에 작용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최근 LG화학이 리듬 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총 계약 규모는 3억 500만 달러로 선급금 1억 달러와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은 최대 2억 500만 달러 수준이다.

덴마크 제약사 질랜드 파마는 비만약 파이프라인에서 임상 1, 2, 3상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임상 3상 중인 'BI456906(성분명: 서보두타이드)'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개발하고 있다.

스트럭쳐 테라퓨틱스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GSBR-1290'에 대한 임상 2상시험을 최근에 성공했으며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VK2735'에 대한 임상1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한국거래소는 "신규 테마 상품으로 ETF 시장의 상품 라인업이 확대되고, 새로운 ETF 투자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다만 운용비용, 구성종목 교체 등에 따라 지수성과와 운용성과 간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기초지수 등 고유의 상품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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