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약사 출신 국회의원 중 가장 체급이 압도적인 정치인은 누굴까.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 '김상희'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의도 주변 호사가들은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얼마나 거물급 인물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약사' 간판을 떼더라도 마찬가지다. 김상희는 해를 거듭할수록 중량감과 존재감이 배가되면서 어느새 4선 의원이 됐다. 18대 총선부터 내리 4번 연속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김 의원이 패배를 모르고 지내온 세월만 16년이다. 약사 직역이란 좁은 시각으로 그를 가둬둘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김상희가 연승 행진을 해온 이유는 뭘까. 이번 총선에서 다섯 번째 금배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최선재의 총선집중'이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부천병에 또 다시 출사표를 던진 김상희의 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나경원과 추미애를 아시나요?

나경원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진영을 상징하는 정치인이다. 두 사람의 인지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나경원과 추미애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만큼 국민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 정치인으로 나경원과 추미애를 기억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여성 최초 여성 국회 부의장'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다. 

나 전 의원은 2015년 여성 최초로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을 맡았을 뿐이다. 추 전 장관은 여성 최초로 지역구 5선을 기록했고 여당 대표까지 선출됐지만 국회부의장과는 인연이 없었다.

국회부의장은 '부총리급'으로 대한민국 의전 서열 9위다. 그러나 나경원과 추미애는 공고한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김상희 의원 유세 모습
김상희 의원 유세 모습(공식페이스북 캡처) 

오히려 '약사 출신' 김상희가 국회부의장 자리를 선점했다. 

스타 여성 정치인들도 넘보지 못한 자리를 약사 출신 의원이 차지한 것이다. 김 의원은 2020년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2년 임기의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추대됐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직은 다선 의원의 스펙은 물론, 의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워야 가능한 자리다. 남성 의원들의 유리 천장을 김 의원이 깨버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만큼 김상희의 체급은 상상 이상이다. 

김 의원은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한국여성민우회 창립을 주도했고 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30여년간 민주화와 여성운동을 하다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비례대표 당선된 이후 19대,20대,21대 총선 부천병에서 내리 당선됐다. 16년간의 정치 생활 동안, 선거에서 진 적이 없는 정치인이란 뜻이다. 약사 사회에선 '정치는 김상희처럼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이야기까지 회자할 정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부천병(소사) 선거 과정에서도 김상희는 늘상 드라마를 써내려왔다는 점이다. 

부천병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전 경기지사)의 텃밭이었다. 김 위원장이 15대부터 내리 3선을 기록했고 김문수의 정치적 제자 차명진이 바통을 이어받아 18대 총선까지 재선을 기록한 지역이다.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인 곳이었다. 

하지만, 김상희가 등판한 순간 부천병은 압도적인 '민주 전통 강세 지역'으로 돌변했다. 

19대 총선 당시 김 의원은 '약사 비례대표 출신의 저주'를 가볍게 돌파하면서 약 6% 차이로 차명진 후보를 눌렀다. 20대 총선 당시에는 7%로 격차로 3선에 성공했고 21대 총선에서는 차명진을 더블 스코어로 압도하면서 4선의 왕좌를 거머쥐었다. 180석을 획득한 민주당 돌풍에 김상희 개인기가 결합하면서 역대급 표차로 당선에 성공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상희는 약사 출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대통령 탄핵의 불씨로 작용한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16년 11월, 김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의약품 구입 내역 자료를 토대로 청와대가 지난 2년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구매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비한 고산병 치료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각종 방송에 나가 비아그라는 고산병 치료목적으로 처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상희가 이미 나경원과 추미애와 못지 않은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김상희가 이번 총선에서 무난히 5선에 성공할 것이란 예측이 들리는 배경이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김 의원은 부천병 지역에서만 3선을 기록한 정치인"이라며 "약사 출신이라는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당내 경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민주당에서 이 정도 체급을 가진 여성 정치인은 없다. 5선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총선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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