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를 앞둔 바이오제약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올해 기업인수, 기술이전 등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비만, ADC 등에 대한 빅파마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KOTRA 미국 뉴욕무역관은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를 앞둔 바이오제약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올해 기업인수, 기술이전 등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특히 향후 종양 치료 시장 성장이 전망됨에 따라 해당 분야의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이 덜할 것으로 예상하는 희귀 질환 전문기업도 M&A의 타깃으로 매력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머크와 화이자, 애브비가 100억 달러 이상 초대형 M&A를 단행했다. 지난 3월 화이자는 항암 분야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인 씨젠을 43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4월에는 머크가 면역 매개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를 108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빅딜을 성사시켰다. 애브비는 11월 ADC 항암제 개발 기업인 이뮤노젠을 10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밖에 노보노디스크.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애브비, 로슈,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노피,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바이오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거래 규모 기준 1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최소 1건 이상 체결했다.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EY)이 지난 1월 8일 공개한 헬스케어 인수합병(M&A) 보고서 ‘2024 EY M&A 파이어파워(Firepower: 재무적 M&A 역량을 일컫는 EY 용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업계 M&A규모는 1910억 달러(2023년 12월 10일까지 공개된 1억 달러 이상 거래 집계치)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M&A건수는 126건에서 118건으로 감소해 평균 거래 규모는 커졌다. 보고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만료 임박으로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빅파마를 중심으로 한 업계 리더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재무적 역량을 기반으로 M&A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M&A 거래 가운데 빅파마 비중은 69%에 달했다. 2022년 M&A 시장에서 빅파마 비중이 3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EY는 바이오제약 기업이 1조3700억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준에 가까운 재무적 역량을 갖추고 있고 업계가 향후 5년간 수익적인 면에서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비유기적 성장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경제적 여건상 많은 기업들이 자본 접근의 한계에 부딪힌 점을 근거로 2024년 M&A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약개발, 진단, 헬스케어 시스템 운영 전반에 AI 활용

바이오제약 업계에도 AI도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AI는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AI는 헬스케어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는 추세나 이 가운데서도 신약개발 AI플랫폼에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신약개발 과정을 AI플랫폼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AI 플랫폼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AI기술 기반 기업들과 대형 제약사의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7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설립한 AI 신약개발사인 아이소모픽랩스가 차세대 알파폴드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를 위해 제약사인 일라이 일리(17억 달러), 노바티스(12억 달러)와 30억 달러에 달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업그레이드된 신약개발 플랫폼인 바이오니모(BioNeMo)를 선보였으며, 암젠과 신약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를 발표했다. 지난해 바이오니모를 도입한 암젠은 엔비디아의 풀스택 데이터센터 플랫폼인 엔비디아 DGX슈퍼POD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휴먼 데이터세트를 분석하도록 훈련된 AI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밖에 비영리 미국 학술 의료 센터인 메이요 클리닉은 1월 9일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과 의료용AI 개발을 협력하기로 하고 그간 축적된 10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계획을 밝히는 등 신약개발뿐 아니라 진단, 헬스케어 시스템 운영 전반에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GLP-1 인기 2024년 지속 전망

2024년에도 제2형 당뇨·비만치료제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의 뜨거운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유명인들이 GLP-1 약물인 오젬픽, 위고비 등으로 단기간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며, 품귀현상을 빚기도 한 GLP-1은 향후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비만 치료 시장 규모 전망 [자료: J.P. Morgan]
미국 비만 치료 시장 규모 전망 [자료: J.P. Morgan]

J.P. 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인구의 9%인 3000만 명이 당뇨와 비만 치료를 위해 GLP-1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고 시장 규모도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GLP-1 시장은 오젬픽과 위고비를 판매하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점적 경쟁구도를 이어왔다. 2022년 노보 노디스크의 GLP-1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1%, 일라이릴리는 47%였다. 로슈는 GLP-1, GIP 계열 후보물질과 1회/일 경구투여 제형 GLP-1 계열 후보 물질을 둔 카못 테라퓨틱스를 인수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과 비만, 제2형 당뇨 및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화이자, 암젠, 머크 등 대형 제약사들이 GLP-1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관련 기술 이전과 인수합병 수요 확대가 전망된다. 

ADC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각광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대한 제약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암세포만 표적화해 사멸을 가능하게 하는 ADC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DC가 업계 유망시장으로 조명되면서 주요 제약사들이 ADC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로슈가 1월 4일 ADC 개발을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 메디링크 테라퓨틱스와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존슨앤드존슨은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첫 날인 1월 8일  ADC 신약 개발사인 앰브렉스 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ADC 시장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ADC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며, 셀트리온은 국내기업 피노바이오와 총 15개 타깃에 대한 ADC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ADC 전문기업 익수다테라퓨틱스 지분 47.05%를 확보했다. 또 유한양행은 유망 파이프라인 도입을 위해 ADC 기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3년 97억8000만 달러 규모의 ADC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 19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OTRA 미국 뉴욕무역관은 “우리 기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보유 기술의 시장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기업 역량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신약개발을 통한 상업화 혹은 라이선스 아웃방식이 보편적으로 고려되며, 기업의 역량에 따라 방향을 설정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업계의 투자 흐름, 진출 희망 시장의 법과 규제 동향 파악을 통한 제약 요인 분석과 기회포착, 적절한 파트너사 발굴을 통한 협업 추진, 투자유치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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