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미국 보건당국이 대마(마리화나)에 대한 규제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마약단속국(DEA)에 공식 제출한 것과 관련해 의학적 활용도가 높아지고 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실정에 맞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의료 및 사회환경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FDA의 대마 규제 수준 하향 권고 공문
FDA의 대마 규제 수준 하향 권고 공문

전세계적으로 대마(마리화나)의 활용성이 높아지면서 의료용 대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대마의 규제 수준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관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보건사회복지부(HHS)는 지난해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DEA)에 대마에 대한 규제 수준을 낮춰야한다는 의견을 공식 전달했다.

현재 기준인 통제등급 1등급(Schedule I)에서 3등급(Schedule III)으로 하향 조정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학적 유용성, 남용 가능성 등의 근거자료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경우, 마약류를 '통제물질법(CSA, Controlled Subtances Act)'에 따라 총 5단계로 분류하고 있으며 주요 기준은 남용 위험(의존성)과 의료적 사용 여부이다. 다시 말해, 모든 마약류를 성분이나 출처, 물질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남용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한 것이다.

아래 표와 같이 통제등급 1등급(Schedule I)에 해당하는 약물은 헤로인(Heroin),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엑스터시(3-4 methylenedioxymethamphetamine) 등 중독성과 남용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통제등급 3등급(Schedule III)은 이보다 정신적 및 육체적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약물로 마취제 케타민(ketamine)이나 한외마약으로 분류되는 일부 감기약(Tylenol with codeine) 등이 포함된다.

한국바이오협회 측은 보고서를 통해 "대마의 통제등급이 기존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변경된다면 의학적 연구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고 사용이 합법화돼 의학적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은 사람은 총기를 소유하거나 소지할 수 없고 취업 시 불이익이 있다"라며 "하지만 통제기준이 완화된다면 한때 '범죄행위'였던 것이 합법적인 활동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는데, 현재 1~2등급(Schedule I, II) 물질에만 적용되는 미국 국세청의 징벌적 과세로부터 대마초 산업이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마약류 전문가는 "현재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주(州)에서는 대마에 대한 규제가 풀려 있으나 아직 연방법에는 제한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일부 주에서는 대마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 내에 대마 관련 기업들이 내야 하는 벌금을 연방정부에 대납해주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마가 3등급(Schedule III)로 지정된다면 그간 대마 산업에서 발생했던 막대한 세금 부담이 완화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규제 시장과 비규제 시장 간의 비용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편익은 높아지고 불법적인 대마초 시장은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법에 근거해 대마의 수출입과 제조, 매매 등을 규제하고 있어 대마의 산업적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라며 "향후 미국의 통제물질법(CSA)에서 대마의 규제 등급을 최고 등급인 1등급에서 3등급으로 완화한다면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에서의 규제 기준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국내 실정에 맞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북대 약대 정재훈 교수는 대마가 기존에도 의약품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았지만, 통제등급이 1등급에서 3등급으로 조정된다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는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오프라벨(허가한 용도 이외로 사용하는 것) 처방을 하지만 미국은 의사들의 자율성을 매우 폭넓게 보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종의 '민간 처방' 개념으로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유효성과 합리성이 충족된다면 의사는 약으로 등재되지 않은 성분도 사용할 수 있다"이라며 "이는 민간보험이 발달한 미국의 보험 시스템에서 적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지난 2018년 FDA가 허가한 소아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Epidiolex)'는 영국의 GW 파마슈티컬사가 개발한 CBD(Cannabidiol, 대마에서 의료용 활용성이 높은 성분) 기반의 신약이다.

에피디올렉스의 약값은 1병당 1000달러가 넘는다. 이럴 때 의사의 판단 하에 유효성과 편익 등을 따져 CBD 성분이 있는 대마(마리화나)를 사용하게 된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사회환경적인 측면에서 차이점이 존재하는 만큼 사용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미국은 대마를 넘어 펜타닐이나 트라마돌, 옥시코돈과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증가하면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라며 "다만 우리나라는 이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마 규제를 완화했다고 무작정 따라간다면 대마를 유흥거리나 오락용으로 접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이보다 더욱 강한 약물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규제 완화가 오히려 마약 세계로 입문하는 일종의 '게이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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