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로슈가 항암 치료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 최초로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항암 치료를 가능케 할 PD-L1 면역항암 피하주사(Subcutaneous, SC) 제형을 개발함으로써 암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티쎈트릭 정맥주사 제형
티쎈트릭 정맥주사 제형

16일(현지시간) 로슈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로부터 항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의  피하주사 제형인 '티쎈트릭SC'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피하주사(Subcutaneous, SC) 제형은 정맥주사(Intravenous, IV)와 비교해 투약 시간을 약 80% 줄였다. 티쎈트릭SC가 보인 혈중 농도는 기존 제형과 비슷했고, 안전성도 동일해 치료 부담이 큰 환자에게 편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허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폐암, 간암, 방광암, 유방암 등 환자가 티쎈트릭 정맥주사로 치료받았다. 유럽위원회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이 허가받은 모든 적응증에 티쎈트릭S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들은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정맥주사는 투여에 약 30~60분이 소요된다. 티쎈트릭SC는 최대 1시간 소요되는 투약을 7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로슈는 "대부분 4~8분 사이에 주사가 끝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레비 개러웨이 박사(Dr. Levi Garraway)
레비 개러웨이 박사(Dr. Levi Garraway)

로슈에서 최고 의료 책임자이자 글로벌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레비 개러웨이 박사(Dr. Levi Garraway)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PD-L1 피하주사 면역항암제를 도입해 환자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게 됐다"고 했다.

로슈는 티쎈트릭SC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해 전이성 방광암, PD-L1 양성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BRAF V600 변이 양성 진행성 흑색종 등에서 효과를 보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이번 승인은 IMscin001(1B/3상) 연구가 근거다. 이전에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321명을 대상으로 티센트릭 정맥주사와 티센트릭SC 간에 약동학, 안전성, 효능을 비교 평가했다.

연구에서 티쎈트릭SC는 정맥주사와 비슷한 혈중 농도와 안전성을 보이며 주요 1차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이 외에도 객관적반응률(ORR), 무진행생존기간(PFS), 전체생존기간(OS), 반응지속기간(mDOR) 등 효과가 정맥주사와 비슷했다. 

티쎈트릭SC가 정맥주사와 비슷한 효과, 안전성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바이오테크기업 할로자임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인핸즈(Enhanze)'라는 약물 전달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꿀 때 사용하는 히알루로난(HA)을 인간화 시켜, 피부 아래 조직에서 투과성을 증대시킴으로써 티쎈트릭SC가 빠르게 혈중으로 흡수되도록 돕는다. 

할로자임 테라퓨틱스는 "인핸즈 기술은 피하 지방의 히알루로난(HA)을 일시적으로 국소 분해해  정맥으로 투여하던 생물학적제제나 소분자 단백질 의약품을 피하주사를 통해 대량으로 투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인핸즈 기술은 피하주사 시 장벽이었던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인 히알루로난을 분해하기 위해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PH20 효소(rHuPH20)를 이용했다.  PH20 효소가 피부나 연골 같은 정상 조직을 구성하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인 히알루로난을 분해해 약물이나 체액의 흡수·분산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앞서 로슈는 인핸즈 기술을 HER2양성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라는 새로운 제형의 항암 신약에도 적용했다. 페스코는 정맥주사인 퍼제타(퍼투주맙)/허셉틴(트라스트주맙)을 하나로 합친 약물이다.

기존에는 퍼제타, 허셉틴을 투약하기 위해 전날 병원을 찾아 검사 준비 등을 해야 했다. 투약에만 5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러나 인핸즈 기술을 적용해 20분이면 투약을 끝낼 수 있게 됐다. 특히 5시간 이상 정맥주사를 맞을 경우 혈관과 주변 조직이 마비되거나 통증을 일으키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삶의 질을 대폭 높인 것이다.

미국 바이오테크기업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와 협력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
미국 바이오테크기업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와 협력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
할로자임 테라퓨틱스는 인핸즈 기술을 적용한 파이프라인으로  로슈 티쎈트릭을 소개
할로자임 테라퓨틱스는 인핸즈 기술을 적용한 파이프라인으로  로슈 티쎈트릭을 소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국적제약사 8곳이 인핸즈 기술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인핸즈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는 얀센 다잘렉스 파스프로(Darzalex FASPRO), 로슈 허셉틴SC(Herceptin SC)과 맙테라SC(Rituxan), 다케다 하이큐비아(HYQVIA) 등이 있다. 

한편 로슈는 "임상에 참여한 의료 전문가 중 90%가 티쎈트릭SC 제형이 정맥주사 보다 투여하기 쉽다는 데 동의했으며 75%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로슈는 "유럽에서 홈케어를 제공하기 위한 여러 업체와 논의 중에 있다"며 지역 의료전문가 등에 의해 병원 외 투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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