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바이오 벤처의 1차적 목표는 '기술특례상장'이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혁신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어준 제도다. 2005년 이후 수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이유다. 

그러나 코스닥 IPO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장을 통해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만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바이오 벤처들이 기술특례상장에 목을 메는 이유다. 

그렇다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지름길은 뭘까. 바이오벤처의 대표들은 상장 전후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서아론 한국거래소 중소기업회계지원센터장이 11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6차 포럼'에서 그 해답을 제시했다. 

# 상장회사처럼 행동하라 

먼저 기업경영을 할 때 '마치 상장회사인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그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격언이 있다. 상장사가 되고싶으면 모범적인 상장회사인 것처럼 회사를 운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상장회사처럼 행동하라"는 말은 많은 함의가 있다. 예를 들면 상장회사는 개인회사가 아닌 공개회사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가 우선 고려돼야 하고 경영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 

먼저, 대표이사 단독이 아닌 이사회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경영진과 회사간 자기거래도 제한된다. 회계처리기준도 K-IFRS를 적용해야 한다. 비상장 회사에 비해서 요구사항이 많고 수준이 높다. 

이를 차근차근 이행한다면 상장심사 준비의 많은 부분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부통제와 관련해서 상장 심사를 통과하는데도 문제가 없다. 

# 창업자의 불굴한 의지 또는 자의식 '위험'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기업 투자는 투자자와 창업자 양측 모두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혜안이 요구된다. 특히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예측이 없이는 장기 투자를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힘들다. 다른 업종과 달리 창업자의 불굴의 의지, 강한 자의식,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위험할 수 있는 이유다. 

IPO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간혹 자수성가형 대표들이 그런 경향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쳐 IPO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의식이 강한 성향을 보인다. 

반대 의견이 나와도 '내 말을 들어라' 또는 '내가 이렇게 설명하겠다'는 스타일이다. 이것이 소신 또는 뚝심으로 작용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바이오 산업에서는 다소 위험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단계별 데이터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지속적인 투자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대표의 '촉'? 회사는 수렁 속으로 

예를 들어 "내가 복용했더니 좋더라, 이것은 반드시 될 것이다"라는 고집을 보이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제품 개발 과정에서 치료 효과가 데이터를 통해 없다고 결론이 나면 끝난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분들은 일종의 촉 또는 감을 믿는다. 하지만 기술이란 것은 감으로 하는 게 아니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자본시장 진입은 이미 성공한 다음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성공 이전부터 진입하기 때문에 일종의 '모험 자본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시장의 특성상 성장 단계마다 도움이 필요한데 절실한 것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예측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바이오 시장이 창업 초기부터 IPO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전문가들의 판단과 외부의 협조로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창업자의 강한 자의식과 확신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긴다. 회사가 위험해지는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설립하듯이 투자자들을 설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기술특례상장은 말 그대로 혁신 기업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특혜를 주는 것이다. 그만큼 리더가 책임감을 가지고 고도의 전문성과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 전문가 집단 결탁? 한국판 엘리자베스 홈즈 나온다

대표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본시장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때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지식 집약산업인 바이오 업종에서 전문가의 리더십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문가 집단 간의 결탁을 경계하고 제도적 특혜에 부합하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기 바란다. 특정 바이오 기업의 부정행위가, 바이오 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벤처케피탈(VC)도 전문가 집단이고 바이오텍도 전문가 집단이다. 둘이 결탁하면 내밀한 정보를 아무도 모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빅테크의 특성상 마치 신물질처럼 홍보를 하는데, 엘리자베스 홈즈 사건이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홈즈는 액체(피) 생검을 통해 모든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해서 10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결국 사기로 드러났다. 

이처럼 생명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집단 간의 서로 검증하고 자정 작용이 없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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