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다산제약은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한 수출 강소 기업이다. 국내 및 해외 수출 의약품 원료, 완제품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산제약이 지난해 '무역의 날'에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과 7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유다. 

특히 임현철 글로벌사업팀장은 다산제약의 수출 최전선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그는 2022년 세계 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대한민국 의약품 수출 역사의 산증인이 바로 임현철 팀장이란 뜻이다. 

임 팀장은 11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6차 포럼(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주관)에서 제약 업계를 대상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팜뉴스가 임 팀장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게티
게티

# 우리 회사의 수준은 어떤가?

다산제약은 원료약부터 완제약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약회사다. 저희는 특히 원료의약품과 고혈압약, 내과약품 위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전 작업'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다. 사전 작업의 최대 과제는 우리 회사 제품의 수준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은 회사 제조소의 GMP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GMP는 우리나라가 PIC/S(의약품상호실사면제) 가입국이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브라질과 같은 높은 수준의 규제국을 제외하면 웬만한 해외 국가들에서는 GMP 이슈가 거의 없다.

다만 각 국가에 의약품을 등록할 때 규제당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이슈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CTD라는 국제 공통 기술 문서가 있지만  각국 정부의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다양하다. 이점을 반드시 숙지하고 회사가 지닌 등록 서류나 데이터들이 어떤 가이드라인에 기반해서 작성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 수출이 가능한 국가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 국내 기준으로 수출하려면 이미 늦는다!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제품 안정성(Stability) 테스트(평가)를 ICH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한다. 나라들마다 온도와 기후 조건이 있는데 국내 제품의 안정성 테스트의 기준은 Zone2(아열대 및 지중해 기후)다. 하지만 중동, 남미 등 더운 나라는 Zone 4b(덥고 습한 기후)에 따라 안정성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안정성 시험의 수행(유효) 기간이 1년이란 점이다. 국내 조건에 따라 Zone2로 안정성 시험을 통과해도 무용지물이다. 중동과 남미 지역으로 자사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Zone 4b 기준을 다시 맞추기 위해서는 1년이란 안전성 수행 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비용은 물론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이는 즉, 국내사들이 수출을 추진할 경우 제품 개발 초기부터 수출 국가의 안정성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Zone2 기준으로 안정성을 테스트한 제품만 있는데 수출을 추진할 경우 이미 늦었다는 뜻이 된다. 이런 부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11일 임현철 다산제약 글로벌 팀장 발표 모습
11일 임현철 다산제약 글로벌 팀장 발표 모습

# 많이 만나고 또 많이 만나라!

회사의 역량과 능력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파트너사 확보'다. 이를 위해 일단 '많이 만나고 또 많이 만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수출 대상 국가가 선정되면 다양한 회사와 최대한 많은 미팅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다. 

큰 회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 제품을 해외 규제 당국에 제대로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규모가 있는 회사라고 계약했다가 등록 서류를 이용해서 유사 제품으로 영업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값싼 제조처에 맡기고 생산을 시켜 이중 영업을 하거나 공급가 인하를 압박하면서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봤다. 바이어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서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서 주관하는 '시장개척단' 또는 GBPP 전시회 등의 행사를 최대한 활용해서 많은 업체와 미팅하고좋은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런 자리에서 바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은 적지만 컨택 포인트를 확보해서 국가별로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현지 에이전시 전부 맡겨? NO!

파트너사를 확보했으면 이제는 '제품 등록 작업'이 중요하다. 전문적인 RA(규제과학 전문 인력)를 확보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CTD 기준은 같아도 각 국가의 규제사항이 많이 다르다. 보완, 변경 등의 처리나 관리에 대응 가능한 RA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제품 등록 이후에는 현지 마케팅이 절실하다. 상당수 제약사들은 현지 에이전시와 독점 또는 공급 계약 형태를 맺을 것이다. 다만, 계약을 했어도 에이전시에게 전적으로 세일즈를 맡겨서는 큰 매출이 일어나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영업에 관여해서 이들이 판매자로서 영업 능력을 최대한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또 다른 팁은 KOTRA의 현지 지사화 서비스다. 각 나라의 시장이나 입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출장, 현지 행사 지원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다면 효과적인 현지 영업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협회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일단 제약사들이 현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후속 품목을 런칭하거나 시장 조사를 위한 정보를 얻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RA 인력 양성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RA들이 필드에서 스스로 터득하거나 세미나에서 정보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품 등록 업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향후 RA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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