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불로유 제조 방법과 사진

최근 80대 남성 A씨가 불로유를 먹고 사망했다고 알려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불로유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독극물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해당 사건은 불로유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다수의 언론에서 피해 의심 사례를 연이어 보도 중인 이유다. 

그러나 허경영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불로유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에서 "A씨 부부는 의뢰인(하늘궁)측으로부터 '불로유'를 구매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의뢰인 측에서 제공한 불로유를 드신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이버에 '허경영 불로유'라고 검색하면 체험 후기가 쏟아진다. 불로유를 먹고 췌장암,간암은 물론 건성 피부, 하지 정맥류까지 치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후기는 꽤나 구체적이다. 한 체험자는 "불로유의 특징은 우유에 허경영 이름을 쓰거나 얼굴 사진을 붙이면 빠르면 1주일, 늦으면 한 달 후 정도에는 단백질과 수분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기 접촉을 안 한 우유는 액체 형태가 그대로 유지가 된다"며 "이런 불로유 우유에는 특이한 효능과 권능이 있다. 병이 있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이 불로유를 먹거나 상처 부위에 바르면 치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블로유 제조, 보관 사진은 물론 질병 치유 사진까지 게시된 상태다. 허경영을 상징하는 스티커 판매 쇼핑몰 주소도 기재돼 누구든지 스티커나 사진을 사서 불로유를 만들 수 있다. 후기를 담은 블로그만 수 백개다. 

설사 허경영 총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한 우유가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국민들의 눈과 입을 현혹하는 상황이란 뜻이다. 애초에 스티커나 사진을 붙이면 일반 우유가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지만 불로유는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그런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불로유를 회수해서 성분 검사를 실시하고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해야 하는 국가기관이지만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어느 언론사는 불로유를 대상으로 세균 검사를 하고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가짜 약이란 결론을 낸 상황이다. 식약처가 해야할 일을 민간 기업이 하는데도 식약처는 불로유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가 그동안 유사한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왔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2020년 크릴오일 및 콜라겐 제품이 허위 광고됐다는 이유로 제조사와 판매사에 행정처분 조치를 취했다. 미량 함유된 성분의 효능 및 효과가 일반적인 것처럼 표현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2021년에도 건강기능식품인 프로바이오틱스와 일반식품인 발효유류 등을 대상으로 부당광고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 75건을 적발하고 관련 게시물 차단과 행정처분 등을 요청했다.

최근에도 다르지 않았다. 

식약처는 의사인 여에스더가 운영하는 ‘ESTHER MALL’(에스더몰)에 대한 부당광고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 식품을 판매하면서 질병 예방·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등의 광고를 했다”며 “이는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약처는 더 나아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강남구청에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유독 불로유 논란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불로유 광고물 또는 홍보 게시물에 대해 차단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뢰해서 얼마든지 사이트 차단 조치를 하거나 경찰과 공조해서 불로유의 실체를 파악하고, 제조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도 말이다. 

더구나 오유경 식약처장은 부임 이후부터 이슈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의약품, 건기식, 의료기기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해왔다. 

전청조 사기 사태 당시 가짜 임신테스트기에 대해 입장을 냈고, 연예인 유아인 마약 논란 당시엔 경찰과 수사정보를 공유한 이후 특별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 심지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의 유튜브 건기식 광고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불로유에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언제까지 허경영 불로유 논란에 대해 침묵을 이어갈 것인가. 기자는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단순히 입장을 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식약처는 서둘러 불로유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가짜약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는 의혹까지 나왔고 체험 후기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당장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혹세무민하는 주체와 불로유의 실체를 파악해서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의약품과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이라면,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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