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미국발 장기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모양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자금이 몰리며 주목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체 투자 규모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투자 비중도 후속 투자에 집중되는 등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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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제약바이오 섹터에 '투자 한파'가 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 반 만에 총 11번에 걸쳐 기준 금리를 0%대에서 5%대까지 끌어 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근 20년 사이에 최고 수준이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이 기간 동안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에서 10회 연속 상승하며 2023년 12월 현재 3.5%를 기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대표적인 기술·성장주로 분류되는 산업으로 고금리 기조 아래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탓에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다.

특히 바이오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 영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인해 국내외 바이오 분야 투자는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글로벌 및 국내 바이오 산업 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글로벌 벤처 헬스케어 투자는 233억 달러, 125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가량 감소했다.

이는 의약품과 헬스테크, 의료기기, 진단에 이르기까지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걸쳐 나타났으며 그중에서도 의약품과 진단 부문에서의 투자 감소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 35%를 기록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상황 역시 앞서의 글로벌 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벤처캐피탈 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3663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8%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이뤄진 VC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최근 5년간의 벤처캐피탈 신규 투자 현황을 보면 바이오의료 분야는 ▲2018년 8417억원 ▲2019년 1조 1033억원 ▲2020년 1조 1970억원 ▲2021년 1조 677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에 1조 1058억원으로 약 5000억원 넘게 투자 금액이 빠졌고 2023년 상반기에는 3665억원까지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 투자금액인 6758억원 대비 45.8%가 감소한 수준이다.

자료=한국바이오협회
자료=한국바이오협회

이뿐만이 아니다.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투자에서도 예전보다 보수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이뤄진 국내 주요 바이오 벤처캐피탈의 투자라운드별 비중을 살펴보면, 초기 투자 단계인 Seed~시리즈 A에서의 비중은 2020년 68.5%에서 2021년 63.6%, 2022년 56.8%, 2023년 39.4%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후속 투자인 시리즈 B~Pre IPO에서의 비중은 2020년 31.5%에서 2021년 36.4%, 2022년 43.2%, 2023년 60.6%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 기업의 IPO 실적이 하락하며 투자자의 자금회수 불확실성이 증가한 탓에 새로운 신규 초기투자 발굴보다는 기존에 발굴을 거쳐 투자한 기업 중 성과가 일부라도 확인된 기업을 위주로 후속 라운드 투자에 집중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기업들은 Seed 단계에서부터 시리즈 A, B, C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투자 규모를 키워 나간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부터 투자가 줄어들다 보니 바이오벤처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렌드가 단기간에 회복세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영향과 거시경제 변동성이 켜져가고 있어 당분간 투자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경기 불황에도 산업별 투자 수요는 존재하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 위주의 신중한 투자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이번 하반기에 발표된 종근당과 오름테라퓨틱스의 기술이전 성과가 꼽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종근당이 노타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조 7000억원 규모의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술수출은 선급금만 1060억원에 달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비상장 바이오 기업인 오름테라퓨틱스는 BMS에 항체접합 분자 접착제 'ORM-6151'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선급금 1300억원을 포함해 총 2300억원 규모의 계약이며 선급금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종근당은 초기 단계의 바이오벤처 기업은 아니지만 가시적인 기업 성과를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라며 "명확하고 계획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제약바이오 회사 위주로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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