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지난 7일 "제약·바이오 기업 제품 개발 경쟁력 강화 전략 세미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층에서 열렸다. 세미나 장소에 도착했을 당시, 다양한 분야의 제약사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정부의 R&D 전략을 숙지한다면 신약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측 연사가 첫 발표에 나선 순간, 기자는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 발표 주제는 "첨단바이오 R&D 지원 현황 및 추진 방향"이었는데 그야말로 지원 '현황'에 대한 통계만 나열했기 때문이다. 

먼저 진흥원 측 연사는 "신약 개발 동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 세계 R&D 투자 비용이 2021년 2190억 달러에서 2026년 254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위 10대 글로벌 제약사가 전체 40%를 차지했고 글로벌 빅파마는 매출액의 20% 수준을 R&D에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분야별로 항암제가 가장 많고 다음은 유전자치료제 R&D 투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 이후 2022~23년 상반기 유럽의약품청(EMA)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개발 승인 현황을 언급했다. 치료 영역별로 신약을 구분하면서 FDA는 바이오신약 비중이 늘었고 EMA는 저분자 화합물 신약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이미 수차례 언급된 내용이다.

포털 검색 창 클릭 한 번이면 수많은 언론과 연구원들이 정리한 통계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흥원 연사는 "상장 제약 기업 274개 기준으로 연구개발비는 2.9조원으로 추산됐고 이는 매출액의 8.5%수준"이라며 "상위 10대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10%, 혁신형 제약기업은 14.4%를 R&D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신약개발 재단에서 22년 조사한 자료를 참고하면 1800여개 파이프라인이 확보됐다"며 "질환별로 암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중추 신경계 질환 순이었다. 후보물질 쪽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다음은 비임상과 임상 1상"이라고 언급했다.

목적이 불분명한 통계의 나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임상시험승인건수, 임상시험 상위국가, 신약개발 정부 R&D 총 투자 현황, 대상질환별 정부 R&D 투자 포트폴리오, 보건복지부 R&D 투자 현황과 동향 등이 이어졌다. 

물론, 업계 대상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통계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들이 제약사의 제품 개발 경쟁력 강화와 어떤 연관고리가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세미나 중반부도 다르지 않았다. 진흥원 측이 발표 후반부에 "신약 개발 정부 R&D 지원 전략" 언급했을 당시, 기자는 잠시 기대를 했었다. "이제는 전략에 대한 조언이 나오겠구나"라고 말이다.

그러나 진흥원 측은 정부R&D 지원 전략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 내용을 인용했다. "바이오헬스·디지털 강국 도약",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으로 과학기술 5G 도약"이라는 문구를 그대로 발표 내용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제3차 보건의료기술 육성 기본계획"도 마찬가지였다. 투자 전략으로 제시된 것도 "2023년도 복지부 R&D 사업 통합 시행 계획"이었다. 

기자는 진흥원 측에 묻고 싶다. 이미 정부가 수차례 발표한 국정과제와 계획들이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맞느냐"고 말이다. 

'전략'의 사전적인 정의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업계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유는 명확했다. 정부 R&D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자사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과 연구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세미나 부제가 "국가R&D 지원 전략"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진흥원의 발표 속에선 '전략'이나 '조언'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단순 통계나 국정과제 그리고 종합 계획만 가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 산업 진흥'을 위한 곳이다. 관련 법 1조가 "복지부 산하의 전문기관으로 보건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설립목적을 명시한 이유다. 

무의미한 통계의 나열과 국정과제의 공허한 외침이 과연 설립목적에 맞는 발표일까. 진흥원 연사는 발표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겠지만, 이날 세미나에 모인 업계 사람들 상당수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전략' 없는 전략 세미나의 슬픈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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