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내 약학교육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과기반 교육'과 관련해 보다 명확한 개념과 필요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약학대학이 통합 6년제로 전환된 현재 시점에서 제대로 된 개념과 기준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모양새다. 약대 편입시험인 'PEET'가 작년부로 사라졌고 국내 37개 약학대학이 통합 6년제로 전환되며 학제 개편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한국약학교육평가원(이하 약평원)은 작년부터 교육부가 지정한 국내 약학대학에 대한 공식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약학교육에서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6일 약평원은 대한약사회관 4층 대강당에서 '성과기반 약학교육 평가·인증의 발전 방향 정책포럼 및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약학계 뿐만 아니라 공학계와 의학계, 회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약학교육 ·인증의 발전 방향과 성과기반 약학교육의 확산, 평가 고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중에서도 '성과기반 교육과정과 약학교육 평가인증 연계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 포럼을 진행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김근호 교수는 현재 약학교육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과기반 교육'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3월에 서울대 약대 교수로 임용된 김근호 교수는 국내 약대에서는 최초로 교육학 전공자가 임용된 케이스다. 약대 합류 이전에는 컨설팅 기업 등에서 인적자원개발(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 전문가로 활동했다.

사진. 서울대 약대 김근호 교수(자료=서울대 약대)
사진. 서울대 약대 김근호 교수(자료=서울대 약대)

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교육과정은 1950년대에 학문중심 교육에서 1980년대 결과(outcome)중심 교육, 그리고 2000년대에 이르러 역량(competency)중심 교육으로 트렌드가 변화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학문중심 교육이란 학문에 내재해 있는 지식의 구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방식으로 '나선형 교육'이라고도 불린다. 결과중심 교육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지막으로 역량중심 교육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사전에 설정하고 교육 후에 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 형태다.

김 교수는 "현재 약평원의 교육 방향을 살펴보면 '성과중심 교육(OBE, Outcome Based Education)'이라기 보다는 엄밀히 따져서 역량중심 교육에 가깝운 편이다"라며 "지난 몇 년에 걸쳐 약학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이미 수차례에 걸쳐 약학교육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도출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약평원의 성과기반 교육을 개념화 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그는 교육과정 안에 ▲현장 중심 ▲역량 중심 ▲수행 중심의 3가지 요소를 녹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중심이란 약학대학에서 졸업한 학생들이 진출하는 분야 및 직무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 등을 습득하는 것이다. 역량 중심은 우수한 성과자(high-performer)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파악해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행 중심이란 무엇을 아는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으로, 교육이 끝나면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등의 결과를 도출해 궁극적으로는 수행 능력 향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성과기반 교육에 대한 명확한 개념화가 가능해진다"라며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하고, 개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아웃라인을 잡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소개됐다. 의과대학에서는 '시기성과(phase outcome)'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기초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평가를 통해 합불 여부가 가려진다. 합격을 하면 임상 과정으로 넘어가 같은 과정을 거치고 실기를 진행하게 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의과대학의 경우 시기별로 학생들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평가가 어느정도 정립돼 있는 반면, 약학대학은 통합 6년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고민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성과기반 교육과정을 약학교육에 성공적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기관 차원에서의 노력과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약평원과 같은 기관에서는 먼저 성과기반 교육의 개념과 필요성 등을 정립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며 핵심 졸업성과 및 시기성과를 도출해 역량모델링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마지막으로 성과기반 교육과 연관된 평가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개별 대학별로는 학습성과에 대한 교육자(교수진)의 책임감이 좀 더 강화돼야 하며 교육목표를 세분화해 강의계획서에 구체적인 교육목표나 달성 역량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외에도 다양한 교수법과 평가방법 적용 등 교수법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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