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개최된 병원약사학술대회에서는 현업 의사가 네이버의 AI 기술 및 트렌드를 소개하는 강연이 진행되며 병원약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챗GPT로 각광받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는 지난 2020년 12월에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하고 로봇수술 전문가로 손꼽히는 연대세브란스병원 나군호 교수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또한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차동철 의사를 혁신의료센터장에 임명하고 이외에도 다수의 전문의들이 근무하고 있다. 작년에는 네이버 사내병원을 오픈해 자체 개발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차동철 센터장은 지난 25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2023년도 한국병원약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의료환경에서 인공지능 언어모델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차동철 센터장
사진.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차동철 센터장

차동철 센터장은 "요즘 오픈AI에서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화제다"라며 "네이버에서도 Hyper CLOVA X라는 AI 백본(backbone) 모델을 토대로 다양한 AI 솔루션을 개발했고 의료 현장에서는 'CLOVA X'라는 대화형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CLOVA X는 챗GPT처럼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네이버 고유의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하며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이다"라며 "일반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코딩 생성, 문서 작업 등 다양한 사용성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CLOVA X는 의사 국가시험(KMLE, Korean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합격 커트라인인 60점을 넘기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차 센터장은 현재 주요 디지털 헬스케어 키워드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케어(Personalized care) ▲장소 제약이 없는 케어(Ubiquitous care) ▲음성기술 활용(AI voice technology) ▲의료진 업무 효율화(AI for healthcare workforce) ▲의료데이터 통합 & 상호 호환(Interoperability & PHR) 등 5가지를 꼽았다.

이에 대한 예시로 현재 네이버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강검진을 제시했다.

차 센터장은 "네이버는 사내병원과 외부 제휴 병원을 통해 임직원에게 종합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CLOVA X가 활용된다"라며 "의료기관을 정해 건강검진을 받으면 소견서가 나오는데 병원마다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이를 CLOVA X가 정해진 형식에 맞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정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학적 소견을 작성한다"라며 "담당의는 이렇게 정리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최종 소견서를 작성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을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마이크를 설치한 상태로 문진을 진행하면 CLOVA X가 둘의 대화를 인식해 질문과 답변을 작성하고, 병력청취 결과를 자동으로 입력한다. 이와 동시에 관련 내용을 의료 용어로 변환해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다.

일례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아래와 같이 환자에게 문진을 진행하면, 이를 EMR 형태로 자동 변환한다.

<문진>

Q. 복통이 어느 정도로 심한가요?
A.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

Q. 복부 통증이 있는 부위가 있나요?
A. 왼쪽 상부, 오른쪽 옆구리

Q. 다음 중 동반되는 증상이 있나요?
A. 혈변, 복부 강직, 38도 이상의 고열 또는 오한

*기저 질환 및 알레르기
아스피린 알러지

<EMR>

C.C: 복통
D: 2일
P.I:
-Severity: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
-Location: Epigastric, LUQ, Rt. Flank
-Melena(+), Abd. rigidity(+), Fever(+)

-Hematemesis(-), Hematochezia(-), Jaundice/Dark urine(-)
Constipation(-), Diarrhea(-), Nausea/Vomiting(-)
Weight gain/Dyspnea(-), Weight loss(-), Hematuria/painful urination(-)

차 센터장은 "단순히 대화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의료진에게 실제적인 유익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또한 대화 중 '뉘앙스(nuance)'를 인식해 AI가 자체적으로 삭제할 내용과 보존할 내용을 판단하는 기술도 현재 개발 중에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보니 환자, 의료진,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같은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갈수록 의료자원이 부족해지는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AI 기술이 보다 효율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보건의료 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술 개발에 상당한 난이도가 있다는 설명이다.

차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면 속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속도를 올리면 정확도가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보건의료 환경은 앞서의 두가지 요소가 모두 담보돼야 한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을 때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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