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숙면을 취하게 되면 체내 장기들이 활동하면서 축적된 피로를 해소하고 뇌 속의 노폐물을 제거해 면역력을 높이고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여성에게서 당뇨병 위험이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이러한 위험성이 더욱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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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하면 피로감, 무기력증, 주의력 장애, 두통, 식욕저하, 불안감 및 스트레스 증가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수면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고혈압이나 치매, 비만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목할 점은 최근 여성의 만성 수면 부족이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는 것이다.

여태껏 많은 연구에서 수면 부족이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포도당 대사 장애와 같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켜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지만, 연구 대상이 남성 위주였거나 단기 및 심각한 수면 제한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당뇨병학회 학술지 'Diabetes Care' 11월호에 실린 이번 논문에서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건강한 여성'의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폐경 후 여성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제2형 당뇨병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란 정상적인 인슐린 작용에 세포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췌장에서 분비한 인슐린에 대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혈당증이 발생하게 되며 제2형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선행요인이다.

미국 연구진은 건강한 수면 패턴(야간 수면 7~9시간)과 정상적인 공복 혈당 수치를 가진 20~75세 여성 4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과체중 및 비만 ▲비만으로 인해 심장대사 질환 위험성 ▲제2형 당뇨병 가족력 ▲이상지질혈증 및 심혈관 질환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대상자들은 손목에 센서를 착용하고 2주일 동안의 일반적인 수면 패턴과 야간 수면 정보를 기록했다.

이후 무작위 순서로 두 번의 6주 연구 단계를 수행했다. 첫번째는 기존의 건강했던 수면패턴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면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중간에 재조정 기간에는 6주간의 휴식기간을 갖게 했다.

건강한 수면패턴에서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7.5시간의 수면을 취했고, 수면을 제한하는 그룹은 기상 시간은 그대로 두고 취침 시간을 기존보다 1.5시간 늦춰 평균 수면 시간을 6.2시간으로 줄였다. 이는 잠이 부족한 미국 성인의 평균 수명 시간에 맞춰 세팅한 결과이다.

매 연구 시작 및 종료 시점에서 대상자들은 MRI 스캔과 혈중 포도당 및 인슐린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ral glucose tolerance test)를 실시했다.

그 결과, 6주 동안 야간 수면 시간을 6.2시간 이하로 제한한 여성은 폐경 전 및 폐경 후 모두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14.8% 증가했고 특히 폐경 후 여성에게는 더욱 심각한 영향(최대 20.1%)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경 전 여성의 경우, 수면 제한에 반응해 공복 인슐린 수치가 증가한 반면에 폐경 후 여성에서는 공복 인슐린 수치와 공복 혈당 수치 모두가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수면 부족 상태에서 당뇨병 발생 위험성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으며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을 겪는 여성의 혈당 수치를 정상화하려면 더 많은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며 특히 폐경 후 여성에게는 이러한 조치가 혈당 수치 상승을 상쇄하는 데 있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성의 수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당뇨병 전단계와 제2형 당뇨병 진행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당뇨·소화·신장을 연구하는 NIDDK(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연구소 코니 실바(Corinne Silva) 박사는 "본 연구는 여성의 수면 부족이 인종이나 민족적 특성에 관계 없이 여성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폐경기 여성의 만성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최대 20.1%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당뇨병 예방을 위한 변수로서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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