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델비
트로델비

[팜뉴스=김민건 기자] 삼중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신약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을 위한 첫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까. 

업계에서 오는 22일로 예정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 트로델비가 상정될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트로델비 암질실 상정 여부가 업계 이슈인 것은 올해 열리는 마지막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을 설정해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 보험 등재가 가능한 일정이다.

2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인 트로델비는 TROP-2 단백질을 표적하는 첫 ADC 치료제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뒤이은 7월부터 급여 등재 절차를 밟아왔다. 

정부는 신약 급여 등재 시 급여 우선순위를 선정하는데 여기에는 5개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중증 질환 위중도, 두 번째는 대체 약제 여부, 세 번째는 생존연장 효과, 네 번째는 건보재정 부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제약사가 제시하는 재정분담안이다.

길리어드는 심평원과 급여 등재를 위한 교감을 하는 등 상당한 신경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단계 중 1차(세포독성)와 2차(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이후 3차 치료에서 급여를 우선 받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9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키트루다와 트로델비 급여 등재에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장은 "약이 등재되려면 효과도 좋아야 한다. 환자들이 모두 웃을 수 있게 진심으로 응원하며 열심히 검토하겠다"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도 급여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심평원, 공단은 물론 제약사와 각 위원회가 중요하다면서 "제약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환자 보장성 강화 취지를 살리고, 재정 소모를 가급적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트로델비의 빠른 급여 등재를 위해선 정부 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적극적인 의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HER2를 표적하는 또 다른 ADC 유방암 신약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그 사례다. 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의 국내 급여 등재를 위해 전세계 최저가 약가와 추가적인 RSA 부담 등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엔허투는 올해 5월 암질심을 통과했으며 현재 약평위에 계류 중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 11%가 삼중음성이며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매우 공격적이어서 재발과 전이로 인한 5년 상대생존율은 10%일 정도로 열악한 치료 환경이다.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에 그친다.

이에 반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자체가 귀한 상황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모두 음성으로 호르몬 또는 표적치료 모두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1차와 2차치료 이후 재발한 환자에게 사용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항암화학요법을 써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경우 무진행생존기간 3~4개월에 불과하며 부작용도 큰 세포독성요법은 생존연장과 삶의 질 측면에서 기대치가 매우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삼중음성 유방암 분류
삼중음성 유방암 분류

새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같이 면역반응에 따라 면역항암제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급여는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제한적으로만 처방 가능하다. 결국 2차 이상 치료에서 유전자변이, PD-L1 같은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트로델비가 유일하다.

트로델비는 임상 3상인 ASCENT 연구에서 뇌 전이가 없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화항화학요법 단일군과 비교해서 임상적 효과, 안전성, 삶의 질을 모두 개선했다.

트로델비의 무진행생존기간은 5.6개월(59% 개선)로 항암화학요법군 1.7개월 대비 3.9개월을 개선했고, 전체생존기간도 12.1개월(52% 개선)로 항암화학요법군이 6.7개월로 1년을 넘기지 못한 것을 더욱 연장시켰다.

전체생존기간, 무진행생존기간을 볼 때 충분히 2차 치료권에 들어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손주혁 연세암병원 교수는 트로델비 출시 간담회에서 "무진행생존, 전체생존, 삶의 질을 모두 향상시켜 전이성 유방암에서 중요한 요소를 전부 충족시켰다"며 "기존 무진행생존기간 1.7개월에서 5개월을 연장한 것은 통계적,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삼중음성 유방암 환우 단체는 트로델비를 비롯한 치료제들의 신속한 급여를 바라고 있다. 이두리 우리두리구슬하나 환우회 대표는 "환자를 살리는 약이 세상에 나왔지만 비용 부담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쓸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사망하는 환우가 너무 많다"며 "빠른 급여화로 환우들이 죽음의 공포가 아닌 살고자 하는 희망을 통해 힘을 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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