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동시에 만성질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새롭게 출시되는 약제와 허가 받는 신약도 많아지면서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서울 웨스튼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제37회 '약의 날' 행사에서는 '지역사회 환자중심 약물안전관리 전략'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해 지역약국과 의료기관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약사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현재 당면한 약물문제 현황과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제시됐다.

# 환자안전사고, 낙상이 가장 많았지만 작년부터 '약물'이 1위 차지

우선 지역약국을 중심으로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가 주축으로 진행하고 있는 내용들이 다뤄졌다.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는 지역사회 약국을 위한 환자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약사의 의약품 및 환자 안전 활동을 통한 전문성을 제고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건강 증진과 안전을 강화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김수경 부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2020~21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약 2만여 제품이 유럽에서는 8만 5000개 품목이 통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약 2만 5000개 품목이 허가됐고 비급여 의약품까지 포함하면 3~4만 품목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이러한 의약품 사용 증가는 결국 약물 관련 위해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OECD 국가에서 7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5% 가량이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적정 처방과 다제약물 사용은 환자와 보건의료 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늘어난 의약품 사용이 약물 위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김수경 부본부장
사진.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김수경 부본부장

주목할 점은 의약품 이상사례와 환자안전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환자안전사고에서 '약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에 가장 많았던 낙상을 제치고 지난해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발표한 국내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25만 9441건 ▲2021년 53만 9441건 ▲2021년 31만 5867건으로 매년 수십만 건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2022년 환자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 보고 건수는 ▲2018년 9250건 ▲2019년 1만 1953건 ▲2020년 1만 3919건 ▲2021년 1만 3146건 ▲2022년 1만 4820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 부본부장은 "환자안전사고 보고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예전에는 보고 건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가 '낙상'이었지만 작년에는 '약물'이 1위를 차지했다"라며 "2022년에 보고된 1만 4820건 중에서 약물이 43.3%로 가장 높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역약국을 통해서 수집되는 환자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처방단계에서 발생한다"라며 "약 90%에 가까운 약물 사고가 처방오류에서 생겨나며, 이는 약사들의 감시 활동에 의해 미리 발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는 다방면에 걸쳐 약물안전을 개선하고 있다. 약사 대상 캠페인에서는 약 봉투에 □본인확인 □의약품확인 □DUR확인 □부작용/알레르기 확인 등을 체크표시 할 수 있게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약물 안전카드 및 스티커를 활용한 알레르기, 부작용 예방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환자를 대상으로는 '알려주세요' 캠페인을 통해 환자가 겪은 의약품 부작용 경험이나 복용 중인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약사에게 알리게끔 하고 있다.

# 병원약사회 "원활한 의약품 공급체계 구축 & 약물 안전 사용 제도 마련해야"

다음으로 의료기관에서 환자 안전을 책임지는 한국병원약사회의 발표가 이어졌다.

한국병원약사회 환자안전·질향상위원회 최혜정 부위원장은 최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약품 관련 주요 이슈로 의약품 공급 부족과 의약품 사용 오류를 꼽았다.

최 부위원장은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공급 문제가 심각하며 이는 환자 약물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치료 과정이 지연되거나 치료 요법 변경을 유발해 환자에게 치료 선택의 폭을 제한시키고 비급여 의약품 사용 등으로 전체적인 의료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약을 선택함으로써 투약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은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스트레스와 불만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의약품 공급 중단과 공급 부족이 모두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한국병원약사회에서는 의약품 공급이 개선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먼저 국가필수의약품 공급기반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의약품 공급 불안정 및 공급 중단 의약품 전문가 자문의견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혈관 조영술에 사용되는 인도시아닌그린과 같은 공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식약처에 협조요청을 하거나 제약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한국병원약사회 환자안전·질향상위원회 최혜정 부위원장
사진. 한국병원약사회 환자안전·질향상위원회 최혜정 부위원장

이어서 '의약품 사용 오류'에 대해서는 처방 단계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모양 유사 의약품 ▲이름/발음 유사 의약품 ▲다용량 의약품 ▲불충분/불명확한 라벨링 ▲포장단위 일관성 부족 ▲보관 조건 등이 있다.

최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된 예시로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는 당뇨병 복합제를 들 수 있다"라며 "대부분 메트포르민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제품명 끝에 '~~메트'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약들이 한 공간 안에 있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병원약사회는 기초 수액제에 붙어 있는 라벨 색상을 개선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는 거의 차이가 없던 라벨 색상을 제품별로 다양한 색깔로 카테고리 지어 잠재적인 위협요인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수액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끝으로 최 부위원장은 "의료기관에서 환자 약물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약품 공급체계를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이와 동시에 의약품 사용 안전을 위한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이러한 활동을 주체적으로 하는 병원약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기준을 재고해야 하며, 다양한 의약품 모니터링 결과를 수집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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