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동안 눈부신 성장세를 이뤄냈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여전히 견조한 성적표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당초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 실적이 저하되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3분기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유한양행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이 지난 2014년이었는데 불과 10년 남짓한 시간에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 해가 끝나기도 전에 일찌감치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팜뉴스는 금번 특집으로 2023년 3분기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살펴봤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 김응민 기자] 지난 2014년 12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낭보가 전해졌다. 유한양행이 제약업체 가운데 사상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쾌거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회사가 창립된 지 88년만에, 국내 제약산업이 시작된 이래로는 약 120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로부터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3년 11월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3분기 누계 실적을 살펴보면 일찌감치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확정지은 제약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7곳이다.

제약업계에 있어 매출 1조원이라는 숫자는 의미 있는 수치다. 매출액은 회사의 외형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어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으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기초 체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실적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반짝 상승'으로 치고 올라온 진단키트 업체나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기존에 영위하던 핵심 사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차별점이 있다.

실제로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폭등하며 2020년 1조 1252억원, 2021년 1조 3708억원이라는 매출액을 기록했던 씨젠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2022년 8536억원으로 매출이 하락했고 올해에는 3분기 누계 매출이 2668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엔데믹이 도래해도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호실적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장세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3분기(연결 기준)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 6211억원, 76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 반기 누적 매출액 1조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1년만에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다.

이처럼 빠른 성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경쟁력과 실행력, 그리고 탁월한 운영(Operation excellence)가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기존에 1~3공장이 풀가동 중인 것에 더해 생산 효율성 향상과 지난 6월부터 전체 가동에 들어간 4공장의 성공적인 증설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주목할 점은 앞으로도 탄탄대로가 전망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4공장 수주 활동을 통해 견조한 시장 수요를 확인했고, 추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5공장을 24개월만에 증설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선수주 활동을 확대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CDMO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 개발에 힘쓰며 외형 확대에 기여하는 중"이라며 "기존 제품의 처방 건수 증가 및 신규 제품 출시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지난 7월 유럽에서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와 미국에 출시한 하드리마도 순조로운 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바이오 기업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은 이번 3분기까지 총 매출액 1조 7938억원, 영업이익 6330억원을 달성했다. 셀트리온 역시 반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가입을 확정지었고 2023년 예상치는 무난히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의 성장 동력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주요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유럽 주요 5개국(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의 램시마와 램시마SC 합산 점유율은 69.8%에 달했고 트룩시마 22.3%, 허쥬마 21.7%의 준수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향후 매출 성장을 책임질 주력 제품의 상업화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램시마SC의 미국 제품명인 짐펜트라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는데, 유일한 SC 제형의 인플릭시맙 치료제로 차별성을 인정받아 신약으로 승인 및 출원된 특허가 확보될 경우 2040년까지 '경쟁 없는 신약'으로 판매가 가능하게 된다.
 

전통제약사 중 맏형인 유한양행은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 4218억원, 영업이익 508억원을 기록하며 전통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남은 4분기의 매출액을 감안하면 거의 2조원에 육박하는 외형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고른 성장을 기록했는데, 처방의약품(ETC)과 생활유통사업, 해외사업 영역에서 골고루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처방의약품 부문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553억원으로 전년(8120억원) 대비 5.3% 늘어났고, 생활유통 사업 부문은 15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24억원) 보다 17.6% 증가했다. 해외사업 부문은 올해까지 209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1466억원) 보다 42.6% 상승한 수치다.

처방약 부문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 HIV 치료제 빅타비,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 등이 지난해보다 20% 넘는 처방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GC녹십자는 이번 3분기까지 누계 매출 1조 2216억원, 영업이익 42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원을 넘겼지만, 전년 동기 1조 2998억원 대비 6% 감소하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는 주력 제품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해외 매출이 크게 줄면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對) 러시아 수출이 급감하면서 일시적인 부진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통상 3분기 실적에 주로 반영되는 독감 백신도 해외에서는 매출이 증가했으나 내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 9월에 러시아 연방 보건부에 헌터라제 ICV 품목 허가를 신청하며 향후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투여'하는 기전으로,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약물이 뇌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투과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개선한 방식이다.

실제로 2021년 일본에서 허가 받은 헌터라제 ICV는 출시 후 누계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으며 지속적으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얼마 전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에 1조 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린 종근당은 2023년 3분기 누계 매출액 1조 164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322억원을 달성했다.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는 지난 9월부터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현으로 매출액이 다소 주춤했으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아토젯',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고혈압 치료제 '딜라트렌' 등의 주요 품목이 성장하며 이를 상쇄했다.

특히 프롤리아는 기존 환자와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환자가 지속되며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다만, 올해 판매 계약이 종료되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의 공백이 우려되지만 당뇨병 복합제나 4제 고혈압 복합제 등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올 3분기 누계 매출액 1조 685억원을 달성하며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고 영업이익은 1505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이 3분기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최초이다.

흥미로운 점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작년 성적을 올해 또 한번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미약품의 상승세는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및 복합제 라인업이 배경에 있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성장한 455억원을, 고혈압치료제 복합신약 제품군인 ‘아모잘탄패밀리’는 3.5% 성장한 352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기록중인 한미약품은 올해에도 이 기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한미약품 등 각 사업회사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라며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R&D를 통해 기술 중심의 혁신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대웅제약은 2023년 3분기까지 매출액 1조 135억원 영업이익 939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한미약품과 함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매출이 1조원에 못 미쳤지만 올해에는 3분기만에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이 같은 대웅제약의 실적은 전문의약품 부문의 활약이 컸는데, 자체 개발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국내에서 개발된 첫번째 SGLT-2 저해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등 기존 제품들의 고른 성장이 지속됐다.

또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교두보 역할이 기대되는 말레이시아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대웅제약 측은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자체 개발 품목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내외 사업 확대 등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신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꾸준한 R&D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대표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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