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2016년 국내에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이하 NGS) 검사가 도입될 때 많은 병원들이 임상의사들이 필요한 유전자를 모은 고유의 NGS 패널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패널들은 얼마 가지 못해 기업에서 만든 커머셜(상업용) 패널로 대체됐다. 

NGS 패널은 새로운 유전자가 발견되거나 신약이 출시되면 유전자 패널을 해석하는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통해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NGS 관련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막대한 인력과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메틱스) 정보 등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병원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에 어려웠다.

김태정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김태정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김태정 교수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새로운 차세대 유전자검사법 도입을 준비하던 인물 중 하나였다. 김 교수는 "NGS 시약을 공급하는 회사도 이윤이 별로 안 남고 병원도 인력을 막대하게 투자해서 패널을 유지하기 때문에 비용 효율성 면에서 어려운 검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바이오인포메틱스와 유전자 패널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해줄 수 있는 기업의 서비스 포맷이 인기를 얻게 됐다"며 "커머셜 패널이 사용도 쉽고 업데이트가 많이 된다는 점 때문에 자체 패널을 사용하던 병원들이 커머셜 패널을 다시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여의도성모병원은 올해 10월부터 국내 처음으로 퀴아젠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QIAseq 멀티모달 패널 HT'를 도입해 NTRK 등 암 유전변이를 확인하는 NGS 검사를 하고 있다.

NTRK 유전자변이는 양성 유병률이 낮은 희귀 암종이지만 NGS 검사로 적절한 표적치료에서 높은 효과를 확인하면서 NTRK 융합 유전자 검체 검사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울러 중요한 이슈가  있다. NGS 검사를 시행하는 국내 병원 대부분이 사용하는 커머셜 패널은 RUO(Research use only) NGS 규격을 사용한다. RUO는 LDT NGS(Laboratory Developed Test, 실험실 개발테스트)라고도 한다.

식약처는 의약품 허가 시 동반진단 개념과 같이 유전자 또는 바이오마커 진단 방법으로 '신뢰성 있는 검사' 또는'허가된 검사'처럼 검증된 검사법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병원에서 쓰는 RUO NGS 패널 중에서 동반진단은 없다. 커머셜 패널을 사용하는 RUO NGS가 많다보니 병리학회나 유전자검사 평가원, 식약처에서 RUO NGS를 사용하는 병원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 'NGS 실시기관'으로 인증하고 있다.

문제는 유전자변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이 급여를 받을 때 바이오마커 테스트 방법이 임상적으로 검증됐거나 식약처가 허가한 검사라고 표현하는데, 많은 병원이 사용하는 RUO NGS가 "검증된 검사법에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구축한 NGS 진단 플랫폼이 있음에도 동반진단이 아닌, RUO 규격이기 때문에 환자 선별과 약제 처방, 급여에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전자변이, 바이오마커가 환자 예후와 직결되는 만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김 교수는 "환자 선별을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식약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RUO NGS가 임상적 근거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식약처는 보통 '허가됐다는 범주 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처럼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내 임상의사, 학회, 식약처가 노력해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현 상황이다"고 말했다.

팜뉴스는 김 교수와 만나 국내 NGS 검사 현황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NTRK 유전변이 NGS 검사를 위한 퀴아젠의 멀티모델 패널을 도입한 이유를 들었다. 김 교수와 인터뷰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국내에서는 RUO NGS(LDT NGS)만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동반진단 NGS 플랫폼은 해외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할 수 있는 체외진단(In Vitro Diagnositic, IVD) 규격인데 미국FDA는 RUO와 IVD를 구분해요. 국내는 똑같은 IVD인데 식약처가 '체외진단의료기기' 항목으로 허가해주면 그게 IVD 개념이거든요.

(국내에서) IVD 규격은 NGS에 적용을 안하고 있어요. RUO라는 건 원래 연구 목적이기 때문에 동반진단 개념으로 쓰기 위해 약제 허가사항에 근거가 달려 있어야 하고, 병원에서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는 거죠. 아예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연구 기반이기 때문에 대부분 급여를 받을 수가 없어요.

2016년 당시 NGS에 사용 가능한 거의 모든 패널이 다 RUO였기에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선별 급여하고 NGS 시행 병원이라는 규제를 만들었어요, 환자한테 도움이 될 경우 비슷한 개념의 RUO나 LDT NGS 시행 허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하게 한 거죠. 그 대신 허가받은 병원은 여러가지 정도(精度) 관리를 통해 정부가 보증하고 있고요."

▶동반진단 NGS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나요. 

"동반진단 NGS 플랫폼은 전부 다 외국산이긴 한데 국내 들어온 써모피셔의 온코마인 디엑스 타겟 테스트(Oncomine Dx Target Test, ODxTT)가 유전자 검사 항목하고 약제가 동반진단으로 묶여 있고 현재 국내에서 급여가 되고 있어요.

해외에 보내서 시행하는 동반진단 NGS 서비스로는 Foundation medicine one CDx와 Guardant360이 있는데 국외 검사라 급여를 받을 수 없어요.

이것을 사용해서 환자를 선별하는데 FDA에 IVD로 등록돼 있고 데이터 시트지에 어떤 약제를 쓰기 위해 필요한 밸리데이션(규격화)이 돼 있으니깐 식약처가 아무런 우려 없이 받아들이기에 아주 좋은 포맷이죠.

문제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여러 이슈가 있었어요. ODxTT는 IVD 규격도 있고, 동반진단 규격도 가지고 있는 스몰패널이라 (검사할 수 있는)유전자 개수가 제한적인 거죠.

지금 국내에서 하는 RUO NGS 패널 대부분은 검사 개수가 160개에서 200개를 넘어가고 500개까지 되는 빅패널도 있는데 허가된 병원에서만 RUO 패널을 시행할 수 있는 규격이에요. 

2016년에 병원들은 스몰패널 보다는 빅패널을 원했고 대부분 NGS 플랫폼은 빅패널인 RUO(LDT) NGS 패널로 많이 확정돼 있다 보니 국내에 늦게 들어온 ODxTT를 듀얼(스몰패널과 빅패널)로 사용하는 상황은 인력적으로나 여러 어려움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동반진단 ODxTT라는 플랫폼은 국내에서 하는 곳이 몇군데 없는데 그중 한 군데가 여의도성모에요. NGS를 약간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국내 최초로 동반진단 NGS를 들여왔고 지금은 국내에서 제일 많이 하고 있거든요."

▶NGS 패널은 빅패널과 스몰패널을 서로 바꿔서 사용할 수 없나봐요.

"기기마다 호환되는 패널이 있긴 해요. 예를 들어, 내가 A사 패널을 쓰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B사 패널로 바꾸는 게 가능하죠. 그런데 호환이 안 되는 것도 있어요. 써모피셔 제품 간에는 가능한데 일루미나 계열 장비에 장착하면 여러가지 이슈가 많이 생기는 경우인데 그래서 보통은 그렇게 안 해요."

김태정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교수가 NGS 패널 검사 관련해 연구하는 모습.
김태정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교수가 NGS 패널 검사 관련해 연구하는 모습.

▶NTRK 유전변이를 찾는데 RUO NGS 플랫폼 검사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NTRK에 관련된 게 조금 독특해요. NTRK 유전변이는 도움을 줄 수 있는 환자군이 너무 많으니깐 임상시험 플랫폼 자체에 규격을 두지 않고 NTRK를 잡아내기만 하면 약제를 쓸 수 있는 식으로 임상을 진행했어요. 

그래서 NTRK 표적치료제 허가사항 자체에 '어떤 환자군을 찾아서 어떻게 쓴다'라는 진단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요. NTRK가 가진 성향 자체가 플랫폼에 규격을 두지 않아도 될 만큼 거의 모든 암종에서 유용성을 증명했으니깐요.

FDA가 동반진단을 되게 중요시해요. 환자군을 찾는 것도 결국 재정적인 어떤 요구도가 있거든요. 약제를 써서 환자한테 효과가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에서 가격도 1000만원씩 하기 때문에 환자를 잘 찾아내야 하니깐 투여 효과 예상이 아주 잘 되는 임상시험이 FDA가 가장 원하는 목표인 거죠.

NTRK도 환자군을 찾는 규격을 통일하면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해서 더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했을 때 모든 암종별로 다 찾는 방법을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임상적 유용성이 이렇게 훌륭하면 방법 자체에 규격을 두지 않겠다고 한 거에요.

현재 NTRK에 관련해서는 특정 약제를 쓰기 위해 반드시 특정 플랫폼으로 검사하라는 동반진단 규격을 두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플랫폼은 NTRK 찾기에는 최적의 플랫폼이기는 해요."

▶국내 NGS 검사 환경이 NTRK 유전변이 검사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건가요. 

"왜냐면 동반진단 규격을 만들면 모든 병원에 세팅할 수가 없어요. 지금부터 동반진단 검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NGS 검사에서 NTRK만 할 수 있다고 특정 플랫폼을 정해버리면 굉장히 큰 병원에서도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환자를 찾는데 되게 제한이 많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2016년에  정부 정책으로 전세계에도 없는 NGS 보급화를 진행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작은 병원도 시행할 수 있게, 굉장히 많은 병원이 적어도 NGS 시행병원으로 등록해 검사할 수 있게 규격을 만들어 놨어요. 그러니 NGS 기관끼리 검사를 서로 주고받을 수도 있게 됐고요.

A병원이 NGS 등록 병원이 아닌데 검사를 위해 다른 병원에 샘플을 보내 검사해오는 것을 보통 위수탁 검사라고 해요. 이게 NGS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못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전국 단위로 NGS 플랫폼이 굉장히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NTRK 유전자변이 검사는 왜 중요한가요.

"대부분 표적치료가 다 그렇지만 NTRK에 한해 특히 소아암에서 예후가 너무 안 좋아요. 그리고 대부분 약제는 사실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유전자변이를 표적해서 치료하는 NTRK 약제는 그 환자에서 나왔다고만 하면 오랜 생존 기간을 보장할 수 있거든요.

환자가 계속 치료받을 수 있게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왜냐면 치료 유지를 하다보면 재발했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신약이 또 나오게 되거든요. 그래서 일단 NTRK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환자에서 의심을 하고, 만약 가능하면 검사해서 그 방법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실제로 NTRK 환자 중에 아무 치료도 안 듣고 그랬는데 우연히 NGS 검사에서 NTRK가 나와서 약제를 썼더니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본 경우가 많아요. 특정 암종에서 NTRK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치료제가 너무 효과가 없으니 그때 가서야 NGS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연히 NTRK가 나오고 보험 급여가 돼 있다고 해서 써보면 효과가 굉장히 좋은 거죠.

적어도 현재로서는 모든 암 환자에서 NTRK 가능성을 염두에 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특히나 소아암이라든지 어느 정도 NTRK 변이가 알려진 경우, 성인의 특종 암종에서 비중이 높은 암 중에 NTRK가 나와서 약제로 치료할 수 있으면 다른 항암제 보다 최고의 치료가 될 수 있어요."

키워드

#NGS검사 #NT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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