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RSV 바이러스 백신 급여 조건의 부적절성이 지적됐지만 영유아 부모들이 진짜 문제는 RSV 예방과 치료의 열악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RSV 수동 면역 백신 비용을 일부 지원하지만 정작 RSV는 흔하게 걸리고 입원이 빈번할 정도로 중증 질환이란 이유에서다. 

심지어 RSV는 국가필수예방접종 목록에도 없다. 갑작스런 RSV 습격에 아기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치료와 예방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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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은 RSV가 전 세계 6400만명에게 영향을 주고 매년 16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에선 매년 5세 미만 어린이 5만여명이 RSV 감염으로 입원한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은 스스로 RSV를 위험한 질병으로 정의해왔다. 질병청 국가정보포털에 따르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대부분의 사람은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영유아와 노인에게 특히 증상이 심각할 수 있다. 

심지어 질병청은 "RSV는 국내 1세 미만 영아의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의 원인"이라며 "늦가을과 겨울철, 어린이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는 "RSV를 경험하기 전까지 RSV란 바이러스조차 모른다"라는 목소리가 늘상 나온다. RSV 치료와 예방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먼저 RSV는 어린이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17종)에서 빠져 있다.

쌍둥이 영아를 둔 A 씨(38)는 "RSV란 단어조차 생소하다"며 "국가필수예방접종 목록에 있었다면 매달 접종을 하면서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질병인지 알기라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부분의 부모가 RSV 존재에 대한 인지를 못하고 있다. 영유아 부모들이 RSV를 일반 감기로 오인하거나 증상 초기에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A 씨는 지난해 2월 L 커뮤니티에 "아기가 기침이 나고 열이 나는데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일반 감기 같지 않다"며 "요즘 RSV 바이러스가 유행이라는데 혹시 맞느냐"라는 글을 올렸다. 

B 씨도 "첫째가 RSV로 이틀 동안 고열에 시달린 뒤 폐렴까지 왔다. 저도 옮았는데 이제는 둘째가 기침이 시작돼서 병원을 다녀왔는데 일반 감기라고 했다. 하지만 둘째마저 RSV일 수 있어서 너무 불안하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부모들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결국 대형 종합 병원 또는 상급 종합 병원에 가서야 뒤늦게 RSV란 사실을 깨닫는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보통 일주일 동안 입원하기 때문에 입원비, 약제비 등 1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써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질병청은 스스로 "출생 후 2년 이내에 거의 모든 어린이가 초감염(첫 감염)을 경험하며, 이 중 20~30%는 세기관지염(폐의 작은 기도의 염증)과 폐렴으로 진행한다"며 "재감염도 흔히 일어나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나이와 관계없이 다시 감염된다"고 경고해왔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RSV 이력이 소아 천식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Vanderbilt University Medical Center 연구진의 관찰 연구(Lancet)에 따르면 생후 첫 해에 RSV 감염이 어린이의 천식 발병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매년 추적 관찰한 결과 만삭에 태어난 건강한 어린이의 경우, 생후 첫 해에 RSV에 감염되지 않은 영아는 5세 대 소아 천식 발병 위험이 26% 낮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RSV 위험성을 간과한 채로 고위험군 위주의 급여를 지원중이다. 

또 다른 영유아 부모는 "RSV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복지부와 질병청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변에서 RSV를 걸린 아기를 보면 보통 입원을 하고 치료제도 없어서 고통을 호소한다. 저희 아기는 아직 걸리지 않았지만 독감보다 치사율이 높아서 RSV가 정말 무섭다"고 답했다. 

한편 팜뉴스는 27일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에 RSV 치료 지원 문제를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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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셋 #영유아 #R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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