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유산유도제 '미프진'은 결국 식약처의 완고한 벽을 뚫지 못할까.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임신중절)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된 상황인데도 식약처가 요지부동인 이유는 뭘까. 안타깝게도 오유경 처장은 2023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앞서 질문에 대해 침묵을 이어갔다. 

심지어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 팀장과 남인순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미프진의 국가 필수약 지정을 촉구했는데도 식약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팜뉴스가 두 사람의 현장 발언을 토대로, 식약처의 직무유기를 고발한다.

 

남인순: 건약은 헌법재판소(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경절 이후 필요한 후속 조치로 유산유도제 '미프진' 도입을 주장 중이다. 저도 관련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동근 참고인은 국가 필수의약품 제도 취지와 목적에 비춰 봤을 때 미프진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동근: 헌재는 여성인들이 원치 않는 임신할 경우 자기결정권 행사 측면에서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유산유도제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핵심 필수의약품으로 유산유도제를 지정하면서 각 국가를 대상으로 "사용을 보장하라"고 권고해왔다. 

임신 중지 가이드라인을 지닌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산유도제를 허용해왔다. 더구나 주요 선진국 등 95개 해외 국가들이 해당 의약품(미프진) 허가를 인용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니다. 현대약품이 지난해 12월 허가 신청을 철회한 이후 1년 가까이, 제약사들이 허가 신청하고 있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유산유도제는 국가 필수의약품 요건을 갖췄다는 점이다. 국가 필수약 은 치료 필수적이면서 안정공급에 도달하기 어려운 약을 국가 필수약으로 지정하도록 요청한다. 

미프진 같은 유산유도제도 취지에 부합한다. 정부는 민간 회사가 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미프진을 국가 필수약으로 지정하고 비축해서 필요한 경우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남인순: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 참고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유경: 미프진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겠다.

이처럼 미프진 도입은 식약처 국정감사의 단골 주제다. 건약과 남인순 의원은 식약처를 향해 수년 전부터 미프진 도입을 촉구해왔다. 이동근 팀장과 남인순 의원의 지적에 대한 오유경 식약처장의 발언에 이목이 쏠렸던 이유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날 국감에서도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건약이 식약처를 비판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뭘까.  팜뉴스는 지난 "[2023국감] 식약처 필수약 지정 해제... '숨은 의도'는?"에 이어, 후속 인터뷰를 통해 이 팀장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어봤다. 

문: 국감에서도 느꼈겠지만 식약처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미프진 도입 주장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게 되거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말 심각하다. 임신중절 통계에 따르면 연간 3만명이다. 이중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임신 중지 관련 의료 전달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미프진만 있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의료기관들도 주먹구구로 임신중지(낙태) 시술 중이고 특별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치료의 질에 대한 보장이 없고 의료 기관도 몇 곳 없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이런 건강 피해를 방관 중이다. 

더구나 국민들이 생명과 관련된 의약품을 사용할 때 안정적인 공급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국가 기관이 바로 식약처다. 하지만 식약처가 의무를 방기하면서 사람들이 아주 위험한 방법으로 임신 중지를 시도하고 있다. 

문: 아이를 낳게 되거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평범한 여성들의 임신 중지에 관련된 불안감은 상당하다. 이들은 대부분 성인이고 직장인도 있고 이미 결혼한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연과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약물 임신 중지를 원한다. 하지만 미프진을 접근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팜뉴스가 'L 낙태 커뮤니티' 관련 글을 살펴본 결과, 수많은 여성들이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 노출된 채로 시술을 받고 있었다. L 커뮤니티 게시판엔 "낙태 수술 이후 생리를 하지 않고 있다.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B 씨 역시 "낙태 수술 전에 주사를 맞았는데 너무 배가 아파서 죽을 뻔했다" 등의 부작용 호소 글이 상당하다. 낙태 시술 전후로 더욱 충격적인 사례가 있었지만 개인 신상을 고려해 공개가 어려웠다)

문: 오유경 처장은 건약 지적에 대해 "미프진에 대해서는 법률개정 추이를 지켜보겠다"라고 답했는데.

'법률 개정'은 모자보건법을 말하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절 수술 허용 관련 규정이 있는데 약물은 없다. 때문에 미프진 허용의 합법 여부를 모르겠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다. 하지만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낙태죄가 위헌이 됐기 때문에 관련 법상 근거도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즉, 관련 모자보건법 조항도 효력을 잃은 것이다. 저희도 그렇게 주장하고 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언급했고, 당사자들이 절규 중인데 식약처가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진 국가기관의 수장이 할 말은 아니다.

문: 마지막 질문이다. 식약처는 미프진에 대해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것처럼 완고한 입장이다. 그런데도 국정감사까지 참고인으로 나서 관련 주장을 펼친 이유가 무엇인가. 

식약처가 당장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론화를 하면  식약처가 여성들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보장에 대해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압박을 느낀다면 그래도 조금의 변화는 있지 않을까. 수많은 여성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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