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재현 원장
사진. 정재현 원장

정맥류는 정맥 내 혈류에 장애가 생겨서 정상 직경보다 훨씬 크게 부풀어 오르고 뒤틀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내부에는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이것의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하거나 혈전 등에 의해 혈류가 부분적 또는 모두 막히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주로 하지나 복부 등에서 쉽게 생기게 된다. 이 중 남성에게만 생기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고환에서 발생하는 정계정맥류이다.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나오는 혈관이 확장되어 역류가 일어나고 꼬불꼬불 엉키게 되는 질환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10~15%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는 남성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해부학적으로는 왼쪽에서 많이 보이는데, 이는 오른쪽에 비해 길이가 더 길고 혈류 흐름이 완만하지 못하며 부신정맥 등 가지 혈관들이 많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겉으로 볼 때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미용적인 문제가 보이게 되지만 이 외에도 여러 문제가 동반된다. 대표적인 것이 고환에서 묵직한 느낌 및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거나 격한 운동을 할 때 부어 오르기도 하며, 왼쪽 아랫배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고환은 체온보다 좀 더 낮은 온도에서 정자를 생성하는데, 정계정맥류는 온도를 높이기에 비정상적인 정자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진단은 주로 신체검사, 정액검사,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체검사는 직접적으로 고환 진찰을 하는 것으로 정계정맥류의 유무 및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이 어려울 시 배에 힘을 주고 복압을 높여 확인하기도 한다. 정액검사는 정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정자의 생성 방해 및 운동성을 떨어뜨리기에 이 부분을 확인하게 된다. 도플러 초음파는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늘어난 정맥의 크기 및 개수에 대해 알 수 있다.

증상이 없고 불임 위험이 없다면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하기도 한다. 일부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통증, 불편함 등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고환의 크기가 회복될 수 있으며, 정액검사 소견 역시 1년째 40%, 2년째 70% 정도로 완화되기에 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술로 개선할 수 있는 남성 불임 원인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상태 파악 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은 고환의 크기가 반대쪽보다 20% 이상 줄어든 경우, 고환에서 꽉 잡아당기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경우, 양쪽 모두 중등도 이상의 정계정맥류가 있는 경우, 정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는 경우 등에서 진행할 수 있다. 크게 서혜하부 접근법을 통한 미세 수술, 복강경, 색전술이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유럽 비뇨의학회에서는 표준 치료법으로 서혜하부 접근법을 통한 미세 수술을 제시하고 있다.

서혜하부 접근법은 재발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모든 정맥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정삭을 밖으로 꺼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수술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되는 정맥뿐 아니라 우회정맥 등 모든 혈관을 확인하여 치료할 수 있다. 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혈관들까지 함께 제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시 정계정맥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방법에서 동반되던 음낭수종, 혈관 및 신경 손상, 방사선 노출, 조영제 부작용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아 신체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특히 서혜부보다 하부에서 접근하는 경우 근막층을 절개하지 않아도 되기에 불편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서혜하부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권장된다. 아울러 림프관, 고환동맥이 손상되지 않아 2차적인 문제가 적게 보이고 있다.

글. 서울리더스비뇨의학과의원 정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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