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국회의원과 신동근 국회의원은 202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와 공동으로 '정신병원 경영실태'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전국 283개 정신병원에 설문을 보냈으며, 34개 병원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12.0%.

최근 '길거리 흉기난동'이 횡행하면서 대책으로 '사법입원제'가 논의되고 있다. 강제적인 인신구속에 따른 인권침해 논란을 차지하더라도 '사법입원제'의 전제는 입원을 받아 줄 정신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병원이 줄폐업을 앞두고 있다. 이미 폐업한 병원도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말 폐업을 선언한 병원도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정신병원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정신병원, 줄폐업 우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은행은 정신병원 대출 회수에 나서게 될 것이고, 대출을 갚지 못하면 그만큼 폐업이 빨라질 것"이라며 "따라서 이 정신병원 경영실태분석 보고서는 정신병원 수명을 단축하는 보고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병원 경영상태에 대한 질문]

# 현재 병원 재무 상태 ... 10개 중 7개 병원이 적자 상태

올해 6월말 기준으로 병원의 재무상태에 대해 물어봤다. 응답 34개 병원 중 25개 병원(73.5%)이 '적자 상태'라고 응답했다. 10개 중 7개 이상 병원이 적자라고 하였다. '흑자'인 병원은 6개 병원(17.6%)에 불과했다.

# 정신병원 중 절반, 외부에서 돈 빌려 직원 월급 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8번의 인건비(직원급여) 지급이 있었다. 8번의 인건비 지급 중 한 번이라도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지급한 경우가 있는지 조사했다. 절반 가까운 16개 병원(47.1%)이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인건비를 지급했다. 이 중 4개 병원(11.8%)은 8개월 전부 외부에서 자금 차입이 있었다. 10개 중 1개 병원이 인건비 지급을 위해 매월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었다. 이런 병원이 얼마나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 병원 운영 가능 기간 ... 5년 이내에 정신병원 절반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향후 얼마 동안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조사했다. 10개 중 4개 병원(14개 병원, 41.2%)이 '3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5년 이내'는 5개 병원(14.7%)이 응답했다. 현 경영상태가 지속된다면 3년 이내에 10개 정신병원 중 4개 정신병원이, 5년 이내에 절반 이상(55.9%)의 정신병원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

# 3년 이내에 22,000명, 5년 이내에 3만명의 정신입원환자가 사회로 나온다

이를 전체 정신병원으로 환산하면, 283개 정신병원 중 117개 병원(41.2%)이 3년 이내에 문을 닫고, 158개(55.9%) 정신병원이 5년 이내에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이다. 병상 수로 단순 계산을 하면, 23년 8월말 기준 55,180병상 중 3년 이내에 22,734병상이 축소가 되어 32,446병상만 남고, 5년 이내에 30,845병상이 축소가 되어 24,335병상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병상 수의 축소는 그만큼의 입원환자 수의 축소를 의미한다. 3년 이내에 22,734명의 정신입원환자가 가정과 사회로 나오고, 5년 이내에 30,834명의 정신입원환자가 가정과 사회로 나오게 된다.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 회복 등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에서 정신입원환자가 대거 가정과 사회로 나온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병원 경영 악화 원인에 대한 설문]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청도대남정신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복지부는 <정신병원 시설기준>을 개정하여 기존 10인실 입원실을 6인실로 축소했다. 6인실로 교체하는 시설개선 공사를 하면서 정신병원은 평균 9억원의 비용을 사용하게 됐다(23.5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조사). 

다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공사비용을 정신병원은 대부분 부채로 충당했다.

①예기치 못한 시설개선에 따른 거액의 공사비용의 지출, ②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입원 환자 감소와 이에 따른 병원수입의 감소, ③코로나19 이후 전기료, 원자재 등 물가인상,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지출 증가. 이 세가지가 맞물려 정신병원의 경영난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설문은 경영난의 원인에 대한 설문이다.   

# 지난 2년간 병원당 11억원 부채 증가

10인실 → 6인실 정신병원 시설개선 이전인 2021년 2월과, 시설개선 완료 이후인 2023년 6월. 두 시점에서 병원의 부채와 이자부담 변화에 대해 조사했다.

절반 이상(18개 병원, 52.9%)의 병원에서 부채가 증가했다. 감소한 병원은 7개(20.6%)에 불과했다. 지난 2년 동안 정신병원은 평균 33%의 부채가 증가했으며, 병원당 11.3억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이 증가액의 대부분은 10인실에서 6인실로의 시설개선 비용(평균 9억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2억원의 추가 부채는 지난 2년간 병원 운영의 수지 적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설개선으로 정신병원은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운영수지 적자로 지난 2년간 운영할수록 부채만 늘어난 것이다. 

23개 병원(67.6%)이 이자 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부채 증가 18개 병원보다 이자 부담 증가 병원수가 많은 것은 부채는 그대로더라도 최근 2년간 은행 이자율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병원 수입은 줄고, 인건비 지출은 늘고

정신병원은 2년 전에 비해 병원 수입은 감소했고, 인건비 지출은 증가했다. 

코로나19와 입원실 축소로 환자는 지속적으로 줄었음에도 전체 직원수의 변동은 거의 없었다(-3명). 환자가 줄어 의사는 8명 감소했지만, 병실수가 증가함에 따라 간호사 포함 병원 운영 직원은 오히려 5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6명 감소했음에도, 의사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했고, 의사 이외 직원 인건비도 인원 증가에 따라 상승했다. 전체 인건비는 2년 전에 비해 9% 상승했다.

반면 병원의 수입이라고 할 수 있는 청구진료비는 2% 감소했다. 정신병원은 비급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청구진료비가 병원 수입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입(청구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60%를 넘어서게 됐다. 2년 전 55.8%에서 2023년 6월 현재 62.1%로 증가한 것이다. 

인건비 이외에도 재료비, 전기세, 난방비 등의 병원 운영경비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수입(청구진료비)의 감소와 맞물려 정신병원은 적자 상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이미 폐업한 병원 발생

대구 소재 '제2미주병원'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 5월 3일 폐업했다. 

제2미주병원 폐업 사유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2020년 3월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한 입원환자 공백에 따른 적자 발생을 시작으로 이전 입원환자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수개월이 소요되었으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이행을 위한 병상 수 감소에 따른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2023년 5월 폐업했다"고 밝혔다.  

제2미주병원은 시설개선 이전 299병상을 운영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10인실→6인실 시설 기준에 맞추면서 179병상으로 40%(120병상)의 병상이 감소했다. 병상수 감소는 입원환자수 감소를 뜻하고 그만큼의 병원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시설개선 이후 해당 병원은 40%의 수입이 감소하였고, 5명의 전문의를 3명으로 줄이는 자구책을 썼으나, 경영난을 못 이기고 지난 5월 3일 폐업하였다고 한다. 

# "올해 말 폐업하겠다"는 정신병원 논란도 

그리고 지난 9월 1일 인천참사랑병원은 한 언론을 통해 "올해 말까지 병원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영난'이 그 이유라고 했다. 

가장 많은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 실적(2022년, 276명)을 기록한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대다수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복지부 차관이 당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면서, 올해 말 폐업은 논란으로 끝났지만 해당 병원의 경영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인천참사랑병원은 마약중독치료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마약중독자(2023년 9월말 현재 32명 입원)보다 일반 정신질환자(202명 입원)가 7배 더 많이 입원하고 있는 정신의료기관이다. 인천참사랑병원의 올해 말 폐업 논란은 정신병원 경영난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 '경영난'으로 인한 정신병원 줄폐업 현실화

올해 들어 이미 폐업한 정신병원이 있고, 올해 말 폐업하겠다는 정신병원 논란에서 보듯이 '경영난'으로 인한 정신병원 줄폐업은 현실화되고 있다. 

10개 중 7개 병원이 현재 적자 상태이며, 정신병원 중 절반이 돈을 빌려 직원 인건비를 주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3년 내 문을 닫는 병원이 40%에 달한다. 5년 이내 문을 닫는 병원은 절반이 넘는다.

3년 이내 22,000명의 정신질환자가, 5년 이내 3만명의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병원당 11억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정신병원 줄폐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약 치료 병원'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아닌, 정신병원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 제안]

1. 근본적 대책 – 의료급여환자와 건강보험환자 차별을 없애야 한다

가. 정신병원에서만 차별받는 '의료급여환자' ... 헌법 11조(평등권) 위배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행위별수가제'이다. 외래환자든 입원환자이든, 내과든 외과든 진료과목의 구분없이, 건강보험환자이든 의료급여환자이든 환자 신분의 구분 없이 기본적으로 '행위별수가제'이다. 

그런데, 정신병원 '입원'환자 중 '의료급여환자'만은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정액수가제'이다. 정신병원이라 하더라도 외래환자는 '행위별수가제'이고, 정신병원 입원환자라 하더라도 '건강보험환자'는 행위별수가제이다.

'정신병원⋅입원⋅의료급여' 이 세 단어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환자만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정액수가제'를 적용받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 '정신병원 의료급여 입원환자'가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것이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행위마다 수가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법상 용인되는 최선의 진료를 유인한다. 반면, '정액수가제'는 진료행위와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극적 진료를 유인한다.

더군다나 '정해진 액수'가 적을수록 소극 진료의 유인력은 커진다. '정신병원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입원 하루 정액은 6만원으로, 정신병원 건강보험환자 하루 입원진료비용의 70% 수준이다. 

'정신병원 의료급여 입원환자'에게만 적용되는 '정액수가제'는 '의료차별'로서 헌법 제11조에서 정한 '평등권'에 위배 소지가 높다. 

때문에 국가권익위원회는 기회가 될 때마다 관련 의견을 표명했다. "유독 정신과 의료급여환자에게만 건강보험 환자와 차별하여 낮은 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풀어야 할 정신보건의 문제를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국가의 취약계층 보호 의무를 해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 2009. 11.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현병철)  

심지어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에게 주는 식단이 달라, 먹는 것 가지고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도 '정신병원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의료차별을 해소하기 위하여 그동안 노력을 했다. 2019.6 약제비를 정액수가에서 분리하여 행위별수가제로 돌렸다. 그전까지는 건강보험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약을, 의료급여환자에게는 저가의 약을 처방했었다. 2021.4 식대와 정신요법료를 정액수가에서 분리했다.

부끄럽지만 그전까지는 먹는 것 가지고 차별을 했다. 건강보험환자에게 주는 밥과 의료급여환자에게 주는 밥이 달랐다. 의학적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정신요법을 덜 시행했다.

나. 근본적 차별 여전 ... '행위별수가제'와 '정액수가제'에서 기인

그러나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건강보험환자에게는 적극 의료를 유인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의료급여환자에게는 소극 진료를 유인하는 '정액수가제'를 적용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근본적 차별인 것이다. '정해진 액수'가 건강보험환자의 70% 수준이므로, 진료에 있어서 딱 그만큼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차별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정액수가제'를 없애고 '행위별수가제'로 통일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2. 당장 정신병원 폐업 막을 대책...'폐쇄병동집중관리료'⋅'격리보호료'를 의료급여환자에도 적용하는 예산 편성

2020년 정신병원 시설개선 논의에서 당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장은 "입원실 인원 축소에 따른 손실은 보전해주겠다"고 정신병원을 설득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신병원 내에는 '개방병동', '폐쇄병동', '격리보호실'이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방병동' 또는 '폐쇄병동'에 입원을 시키고, 상황에 따라 '격리보호실'에 격리보호하기도 한다. 폐쇄병동과 격리보호실에는 직원을 더 많이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래서 '폐쇄병동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를 별도로 지급해주고 있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정신병동에 한해서이다. '정신병원'에도 '폐쇄병동'과 '격리보호실'을 운영하면서 직원을 더 많이 배치하고 있는데도, 정신병원에는 이를 지급해주지 않았다. 정신병원 자체가 그동안 차별을 받고 지내온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부터 정신병원에도 '폐쇄병동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를 지급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를 차별한다. 건강보험환자에게만 적용하고, 의료급여환자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급여환자도 폐쇄병동에 입원하고, 격리보호실에서 별도로 보호받는다. 따라서 의료급여환자에도 두 항목을 적용해 주는 것이 '의료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의료급여환자 진료비는 일반회계에서 지원해주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폐쇄병동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예산을 편성할 것을 제안한다. 예산 규모를 추정하면 약 1900억원 규모이다. 

이 방안은 여러 가지 정책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①정신병원의 경영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②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의료차별'을 시정할 수 있고, ③마지막으로는 시설개선으로 인한 입원 인원 축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복지부의 약속을 지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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