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우리나라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급부상하고 있는 소비층이 있으니 바로 '그랜드 제너레이션'이다.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이란 기존 '실버'나 '액티브 시니어'를 대체하는 용어로 정년퇴직 이후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생) 세대는 대략 1400만명 정도로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고령층과는 달리 막강한 잠재 구매력과 높은 기대여명을 바탕으로 새로운 주류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저출산 및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팜뉴스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방준석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인의 만성질환과 건강관리를 연구하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방 교수는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MBA과정 헬스케어트랙 주임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대한약국학회 회장이자 (재)약학정보원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사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방준석 교수
사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방준석 교수

#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고령화 현황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리나라의 초고령화 진행속도는 세계 1위라고 손꼽힌다. 어떤 변화이든 대비할 사람의 인식이나 준비하는 속도보다 변화가 더 빠르면, 충분치 못한 준비 탓에 개인이나 사회가 커다란 시련이나 부작용을 겪게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초고령화만 문제가 아니라 초고령화・저출산・저성장이라는 '3종 세트' 악재가 함께 몰아 닥치는 전대미문의 문제상황을 슬기롭게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매년 약 80만 명 인구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진입하고 있기에 약 10년 후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현재의 2배가 된다. 그리고 1.5세대 후에는 의료비용 지출이 지금 시점과 비교해 20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연금 재정의 고갈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의 이동과 감소로 약 20개 지자체가 10년 후에는 소멸 되리라 예측하며, 이와 함께 4년제 대학도 10년 안에 수십 개가 폐교될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노인이란, 75세를 기점으로 신체적 건강, 재정적 여유, 대인관계 등 모든 부분이 인간답지 못한 아주 열악한 수준으로 축소되거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평균기대수명은 83세 부근인데 이는 여성이 남성 배우자와 사별하고 8년 가량 더 생존하지만 이중 마지막 2년은 요양병원에서 있다가 별세하는 것이 평균적인 노후 가정을 의미하는 셈이다.

또한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현 고령층은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의 70%를 부동산으로 축적했기에 평생 모은 재산의 30% 내외만 자신의 생애 동안 사용할 뿐이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열악한 노후 자산관리구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전 국민의 약 60% 이상은 자신의 노후의 삶에 대한 관리를 '정부가 알아서 어떻게 해주겠지'라며 막연히 기대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제도는 젊은 시절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은퇴 후까지 연장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 외치며 50~60대에 은퇴하면 여유로운 시간과 풍족한 재정으로 찬란한 인생 2막이 기다릴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은 40대부터 미리 노후 준비를 하지 않으면 100세 시대-은퇴-연금이라는 '3박자의 축복'은 소수의 계층에만 해당하는 것이지, 대다수의 소시민에게는 신기루에 불과할 지 모른다는 양면성이 존재하고 있다.

#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돌보고 케어하는 보건의료 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약국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21세기 선진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질병발생 후의 치료행위 보다 만성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핵심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의 기초적 건강관리에 힘써 국가의료재정 지출규모를 절감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런 패러다임에 가장 적합하고 비용-효과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의 구성요소가 바로 '약국'이다.

지난 한 세대(generation)동안 이어진 의약분업시대의 약국은, 환자에게 의사가 발행한 질병치료제 처방에 따라서 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약국이 이제는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의 예방, 경질환(Small Disease)에 대한 신속대처, 고령자 다제복용(Poly-pharmacy)에 따른 약물부작용 관리를 포함한 지역사회 거주민에 대한 생애 전주기 건강관리 업무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도 전국 방방곡곡에 약 2만 4천여개소의 약국이 초고령화 시대에 날로 폭증하는 보건의료적 중요 역할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담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병, 근감소증 등과 같은 만성질환은 이제 '국민질환'이라 불릴 만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이 더 악화되어 합병증을 유발하여 병원을 방문하면 치료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증가하고 추가 의료자원까지 요구된다. 

이처럼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약국의 중요한 영역으로 고령화시대에 많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기초건강관리란 금연, 금주, 수면, 운동, 식이요법과 같은 다섯 가지 생활의 기본영역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들이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알려져 있다.

# 이번 'GGC 2023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세션 주제 중 '고령친화마을'은 무엇이며 여기서 약국 및 약사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인간이 노화과정을 겪으며 만성질환도 발생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다수의 복합질환을 앓게 되어 전반적으로 체력과 건강상태는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돌봄 및 요양'인데, 선진국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정부도 지역사회통합돌봄 즉 '커뮤니티 케어'라는 개념의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친숙한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이나 자기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방식으로 고령자 생활, 요양, 돌봄, 치료를 한 번에 추진하는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만성질환자는 예외 없이 치료약을 복용한다. 그러나 많은 수의 약을 복용하면 필연적으로 부작용과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부작용 및 상호작용 때문에 또 다른 약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의료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노인전문약사'란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여하는 전문자격면허까지 생기게 됐다. 

노인의 질병과 생활을 포함한 총체적 건강케어는 현재의 약국모델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약사회가 독신생활자나 거동불편자를 위한 재택방문 약료서비스, 다제약물처방 검토서비스 등을 수년째 시행하면서 고도화시키고 있는 이유다. 이것이 아예 지자체나 마을 단위로 체계화 된 것을 가칭 '고령친화마을'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본이나 유럽에는 이미 구체적인 모델이 운영되는 중이다.

정리하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과 약사의 지역사회 방문맞춤약료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더욱 합리적으로 융합한 선진국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약사는 이러한 서비스 모델 안에서 개인화되고 전문화된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전국에 분포하는 약국과 약사는 지역사회의 건강생활 지킴이 이자 관리자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의사로부터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사이에 약사가 전화나 대면 접촉을 통해 약복용 준수여부나 부작용 발생유무 및 흡연과 같은 당뇨병 악화인자의 회피를 위한 단순개입과 조언만으로도 당뇨병 상태가 유의하게 호전되었음을 입증했다. 

어떠한 추가적인 치료 및 진단 행위가 없었음에도 단순한 문의나 조언만으로도 우수한 결과가 생기는 것이야 말로 가성비가 높은 보건의료시스템인 것이다.

# 발표 세션 부제의 '단골 약국'에 대한 개념도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만성질병이란, 24시간 연속적으로 변화되는 병태생리학적 현상이다. 

의료기관에서도 3교대 근무를 할 때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환자에 대한 관찰, 처치 행위를 인계하여 치료와 돌봄이 간단없이 이어지 듯 지역사회 건강지킴이,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되는 약국도 한 환자의 질병 이력과 약물복용 습관과 이전 기록, 환자의 특이적인 건강관리습관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 서비스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아직은 이를 실현할 전산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운영시스템이나 제도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이번에 제시하는 '단골약국'이란 특정 직능단체의 구호나 요구사항이 아닌,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의 안위를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인정하고 협력하길 기대한다.

단골약사나 단골의사를 잘 활용하면 전술한 대로 국민의 안위를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들은 이미 전 세계에서 학술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 일본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커뮤니티 케어'와 같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통해 약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단골약사'가 이러한 개념과 연관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일본의 사례뿐만 아니라 유럽과 영연방 국가들에서 단골약사의 장점과 효용성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이를 적용함에 있어 법률과 민간 정서상 아직 시기상조인 점도 있고, 실제로 구현하는데 재정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있기에 외국의 성공사례가 꼭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에 적용가능 한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제적・사회적 관행이나 국민정서가 존중되고 일부 직능단체의 이권도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전대미문의 초고령화 시대를 곧 겪게 될 우리나라의 건강관리시스템은 전적으로 환자나 소비자 및 수익자를 우선 하는 방향으로 설계・운영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일본처럼 지역사회에서 만성질환자의 약료관리와 요양, 돌봄 서비스가 한 공동체 안에서 이뤄진다.

당연히 지역사회 약국이나 약사가 어떤 수혜자가 젊은 시절 '건강인(健康人)'일 때부터 '반건강인(半健康人)' 상태를 지나 '비건강인(非健康人)', 곧 환자가 되어가는 수십 년간 전 생애 동안 누적된 데이터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친밀감을 바탕으로 치료와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이른바 '단골약국'과 '커뮤니티 케어' 개념의 융합이야말로 매우 현실적이고 가성비 높은 서비스 모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끝으로 팜뉴스(약사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저출산-초고령화-저성장 환경이 심화되면서, 약국에서의 약무와 약료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전문약사제도와 커뮤니티 케어라는 다양한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 기술환경, 제도환경 등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팜뉴스(약사신문) 독자들께서는 ▲첫째 대응전략의 변화 ▲둘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셋째 조직문화의 변화를 잘 실천하여 시류(時流)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행동하시기를 희망한다. 

이와 함께 대한약사회라는 조직의 리더십이나 변화의 동인도 필요하고 개인 약사의 리더십과 변화추진의 역량도 중요하다. 더불어 약업생태계 속의 모든 구성원 간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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