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최근 의약계에서 뜨거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약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급여의약품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오남용이 우려되는 처방이 많고 부작용 등에 대한 위험성도 크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업계를 대상으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시범사업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각종 통계 자료를 공유하고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초·재진 확대, 약 배달 등 각종 이슈를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안건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초진이 가능한 범위를 섬·벽지로 제한했는데 대상 범위가 협소하고 현재의 진료 기준에서는 야간 및 휴일에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 접근성을 확대하고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
사진.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

하지만 의약계에서는 초진 확대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서 법적 책임 소재 불분명하고 비급여의약품의 상당 부분이 감시되지 않아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지난 18일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비대면 진료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고위험 비급여 약물에 대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약물 오남용에 대한 위험성은 높은데 감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비급여의약품이란 보건복지부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 금액표'에 등재되지 않은 의약품이다. 쉽게 말해 비급여의약품은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은 약이다. 의료기관이 가격(비용)을 정하고 환자(소비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므로 급여의약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문제는 비급여의약품은 진료 및 처방 데이터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집하지 않아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에서 처방 비율이 높은 비급여의약품으로는 사후피임약, 탈모치료제, 비만치료제, 여드름/주름 완화제 등이 있다"라며 "이러한 약물들은 중고거래 등을 통해서 불법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이를 사전에 적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의 비급여의약품 중 상당수는 고위험 약물로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표.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 목록(자료=대한약사회)
표.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 목록(자료=대한약사회)

탈모약으로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약물로,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사용된다.

소아 및 여성은 사용할 수 없고,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약의 부서진 조각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피부에 흡수돼 태아 최기형성(외부생식기 이상)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성인 남성 역시 이 약을 탈모치료에 사용하면 생식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부회장은 "피나스테리드는 적응증에 따라 급여의약품이 될 수도 있고 비급여의약품이 될 수도 있다"라며 "전립선비대증으로 사용하면 급여의약품으로 분류돼 투약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체계적인 감시가 가능해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탈모 치료는 비급여의약품으로 처방된다"라며 "비급여의약품으로 처방되는 순간 사용량에 대한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부작용을 생각했을 때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약사회에서 지적한 고위험 비급여 약물 중 상당수가 '기형아 발생'이라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피나스테리드 외에 탈모약으로 사용되는 두타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탐스로신 복합제, 피나스테리드·미녹시딜 복합제와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트레티노인, 트레티노인과 복합제 등이 모두 기형아 발생과 관련된 약물 부작용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해외 사례를 예시로 들며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 체중 감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뇨제와 당뇨병 치료제는 비대면 진료에서 처방할 수 없다"라며 "발기부전치료제 역시 의약품 금기 사항 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온라인 진료만으로는 처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과 영국, 호주,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도 모두 비대면 진료에서 처방을 제한하는 의약품을 규정하고 있다"라며 "국내 역시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약품을 처방 불가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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