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박옥남 메디헬프라인 대표는 의약품 인허가, 임상시험 CRO, 보험약가 등 컨설팅 업계 베테랑이다. 특히 메디헬프라인 설립 이후 20여년간 연평균 100여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바이오벤처들과 꾸준히 호흡해온 인물이다. 

박 대표가 최근 "한국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4차 포럼"에서 드러낸 문제 의식이 업계 주목을 받은 이유다. 그는 신약 개발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정부를 향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쓴소리를 했다. 박 대표의 현장 목소리를 전한다. 

박옥남 대표
박옥남 대표

# 기업 과제 계획서 보고 충격... "IND 요구 조건 몰이해"

제약 산업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산업이다. 동시에 규제 산업이란 속성을 깔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제를 말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저의 경험담을 먼저 말씀드리겠다. 

최근 심사를 가면 충격(쇼크)을 받아 놀라는 경우가 있다. 식약처 IND(임상계획승인) 과제에 참여한 바이오벤처의 계획서 수준 때문이다. 예를 들어 40억짜리 과제에서 마지막 후보로 올라온 기업 3곳의 계획서를 살펴봤는데 어떤 기업도 IND를 위해 식약처가 요구하는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심사위원 중에서도 계획서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이렇게 하면 IND가 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계획서에 목표 설정과 전략이 없었던 탓이다. 이는 초기 단계 신약 개발 R&D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마치 서울을 가야 하는데 연구자들은 부산에서 열심히 땅을 파는 느낌이다. 기초적인 기획과 전략의 부재로 돈을 다발로 갖다 줘도 어느 순간에 보면 성과가 없다. 

# 해답은 CRO육성에 있지만....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CRO(임상수탁기관)이다. 하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어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가 최근 급성장하면서 다각적인 형태의 CRO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통적인 개념의 CRO의 역할은 비임상, 인허가 컨설팅이지만 CMO(의약품 위탁생산) 등 품질과 제조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하지만 이들이 바이오 벤처에게 적절하지 않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인허가, 임상 수행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CRO를 만나 잘못된 정보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개별적인 코칭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부분에서 부적절한 컨설팅이 이뤄진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시작은 바이오 벤처다. 바이오 벤처들이 CRO들과 필연적으로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CRO 업계를 향한 체계적인 지원이 없다. 특히 국내 CRO들이 글로벌 CRO에 비해 경력이 짧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참여할 기회조차 없다. 

우리 정부는 바이오에 1조 9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여기에 CRO들이 설 자리는 없는 상황이다.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의 기술뿐 아니라, 기술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돕는 CRO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4차 포럼 현장
한국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4차 포럼 현장

# 식약처 심사 인력 부족, 어제 오늘 일 아니다

마지막으로 별도로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바로 식약처의 전문성 부족이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를 과학화하겠다"라는 패러다임이 확장 중이다. 우리 식약처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심사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2021년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 8000명, 유럽의약품청은 약 4000명, 일본도 600명인데 우리 식약처는 250명이다. 업계에서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식약처는 경력이 없는 인턴 수준의 심사관 350명을 채용했다. 전문성이 절실한 영역인데 GRP조차도 어렵게 느끼는 초보 심사자들이 하나의 허들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해서 규제기관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첨단 산업의 연구와 발맞춰 심사 규정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식약처는 너무 힘이 없는 것 같다. 

정부의 예산 배정도 거의 안 되고 인력 한 사람 늘리는 것도 힘들다. 아무리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서 신약개발을 위한 메가펀드를 조성해도,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신약 개발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단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