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엔허투

[팜뉴스=김민건 기자] '세계 최저가 약가를 제시했다. 무진행생존기간을 4배 연장했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진행 중인 HER2 표적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이야기다. 그러나 협상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고, 그 과정은 무던히도 더뎌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다이이찌산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산하 경제성평가소위원회(이하 경평소위)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5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엔허투는 앞서 세 번의 약평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2023년도 약평위 일정은 매월 1회씩 총 열두 번 열리게 돼 있다. 오는 10월과 11월, 12월이 엔허투가 약평위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올해 남은 세 번의 기회다.

약평위에는 약제급여기준 소위원회, 경제성평가 소위원회, 위험분담제 소위원회, 재정영향평가 소위원회, 한약제제 소위원회, 약제사후평가 소위원회가 있다. 엔허투는 약평위 산하 경평소위 논의 단계에 있다. 이 외에도 위험분담제 소위원회 등이 산넘어 산처럼 있다.

제약사와 각 위원회 간 경제성평가 등 논의가 끝나야 약평위에 상정, 최종적으로 급여적정성이 인정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보건복지부 건강정책심의위원회 결정, 급여기준 고시를 거쳐 급여 처방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5월 암질심을 통과했을 때만 해도 엔허투 급여 처방은 무척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급여 등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 과정은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는다. 지켜보는 환자와 관계자들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간 있었던 신약 급여 등재 과정을 통해 일부나마 추측할 수 있다. 엔허투는 치료 효과가 매우 좋다. 기존 약제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4배 이상 늘렸다. 정확히는 4.24배다. 

작년 6월 ASCO에서 발표한 DESTINY-Breast03 중간 분석 결과, 엔허투는 기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표준치료 요법인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 T-DM1)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HR)을 72% 감소시켰다. 혁신적인 결과였다.

독립적중앙맹검(BIRC)에서 평가한 엔허투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8.8개월로 캐싸일라의 6.8개월 대비 22개월을 연장했다.

연구자평가에서도 엔허투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40.5개월로 캐싸일라의 25.7개월과 동일하게 차이를 나타냈다.

엔허투가 기존 약제 대비 생존기간을 4배 이상 증가시켰다는 것은 치료 기간을 늘렸다는 것이고, 치료 효과가 좋다는 뜻은 환자들이 더욱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건보재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엔허투의 혁신성은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문제는 혁신성을 재화라는 가치로 환산할 때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것인가다.

이러한 문제는 엔허투 뿐만이 아니다. 혁신신약이 가지는 딜레마다. 엔허투의 답답한 급여 등재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유 중 하나를 추측할 수 있다.

다만 지출되는 비용 이상으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실제 성균관대학교와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지난 2007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케싸일라를 처방받은 HER2 양성 전이성 환자 2212명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해 엔허투 사용 시 생존혜택과 비교 추정해 1인당 무진행생존기간을 3배 연장한 결과 사회경제적 편익은 총 2614억원, 1인당 1억1800만원으로 추산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 가치를 단순히 생존기간 대비 비용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고도 본다. '삶'을 이어나가는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0일 종료된 국민동의청원 청원인은 한 달 엔허투 투병비로 18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1회당 투약비는 760만원이다.

그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엔허투를 맞는 이유는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당신의 딸, 아내, 엄마일 수도 있다. 돈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루빨리 급여 적용으로 많은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소망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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