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탈모는 인류 존재와 함께 지속되어 온 건강의 문제이다. 동물과 달리 사람은 털이 신체의 일부에만 집중되어 덮인다. 그래서 모발, 즉 머리털은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걷는 모습과 함께 인간만의 독특한 외형적 특징을 규정한다.

탈모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탈모가 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신체적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모자나 가발 등의 수단을 사용해서 감추고,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도모한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스트레스, 나이, 대사 불균형, 항암 치료나 약물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주로 문제가 되는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원형 탈모이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 호르몬의 작용이 주 원인이다. 여자에게서 머리 숱이 적어지는 여성형 탈모도 남성형 탈모의 범주에 속한다.

원형 탈모는 일종의 자가면역 반응인데, 어떤 계기로 시작되는지 보통 불분명하다. 탈모 치료제로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그리고 두타스테리드가 있다. 이들은 남성형 탈모제로 허가를 받았다.

원형 탈모에 대해서는 스테로이드를 도포하거나 미녹시딜을 확대 사용하는 외에 약이 없다가, 최근에 2 종의 약물이 나왔다.

탈모제의 치료와 처방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3000년부터 발견된다. 오랫동안 무수히 많은 처방과 약물이 개발되어 왔지만 실제적인 효과를 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 살았던 히포크라테스도 탈모가 심했다. 그는 탈모가 남자에게 두드러지고,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거세한 환관들 중에는 탈모가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하여, 탈모가 남성의 성적 특징과 관련이 있음을 간파했다.

지금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임을 알고 있으니, 히포크라테스는 과연 2500년을 앞선 혜안(慧眼)이었다. 물론 탈모를 고치고자 거세를 하기에는 치료의 득실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대신 그는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여러 가지 처방을 시도했다.

그가 개발한 약물도 그의 탈모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지금도 탈모인의 아이콘이다. ‘히포크라테스의 탈모’는 남성형 탈모가 아주 심하게 진행되어 두발이 귀 선을 중심으로 측면에만 남은 경우를 말하는 보통 명사가 되었다. 

탈모제 개발 5000년 역사를 뒤로 하고, 1988년에 최초의 탈모제 미녹시딜 (상표명 로게인)이 나왔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에 적용하도록 개발한 혈관 확장제이다. 1979년에 약물로 승인을 받아서 출시되자마자, 약을 복용한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머리털이 자라나는 부작용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업존은 1950년대부터 이 화합물을 합성하여 약물로 개발해 왔지만 발모 작용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 새로 나온 고혈압 약의 발모 작용에 대한 보고서가 권위있는 의학 잡지에 실리고 비공식적으로 만든 외용제가 환자에게 사용되어 그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나자, 개발자인 업존이 남성형 탈모와 원형 탈모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임상시험에서 남성형 탈모에 대한 효과가 있었으나 원형 탈모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았다. 미녹시딜 외용제는 남성형 탈모에 대한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며, 증상이 심하지 않은 원형 탈모와 다른 종류의 탈모에도 확대 사용된다.

오랫동안 탈모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도 안되다가, 기대하지 않던 부작용 덕으로 탈모제가 나왔다. 거의 40년 가까이 사용되어 왔지만 탈모 작용을 나타내는 기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미녹시딜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털이 자라는 모낭의 상태를 개선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낭을 튼튼하게 하고 모낭에 혈류를 통한 양분과 산소의 공급을 촉진하며, 털이 자라는 성장 주기를 안정하게 만든다고 보고되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미녹시딜이 나온 후 약 10년 만인 1997년에 두 번째 탈모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 (상표명 프로페시아)가 남성형 탈모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피나스테리드는 전립선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남성형 탈모의 발생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작용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개발되었다. 두타스테리드 (상표명 아보다트)는 피나스테리드와 유사한 종류의 약물이다. 전립선 치료제이며, 2009년 남성형 탈모에 사용하도록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20세기 전반까지 미국에서 정신이나 행동에 장애나 문제가 있는 남자들을 거세하는 일이 합법적으로 행해졌다. 예일 대학교의 해밀턴이라는 의사가 시설에 격리된 사람을 치료하러 방문하곤 했다.

어느 날 그는 거세된 수용자의 쌍둥이 형제가 면회를 온 장면을 보게 되었다. 모발이 풍성한 수용자와 달리 방문한 형제의 머리에는 탈모가 심했다. 해밀톤은 거세된 수용자 104명을 대상으로 남성 호르몬 치료를 수행하면서 몇 가지 신체적 변화를 관찰했는데, 그 중 하나가 탈모 현상이었다.

거세된 성인 남자 중에서 탈모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남성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탈모가 생겼다. 해밀턴은 1942년에 남성 호르몬이 탈모와 직접 관련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남성의 특징이 탈모와 관계가 있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발견을 20세기에 재발견한 셈이다. 

탈모제 개발에서 두 번째 중요한 실마리는 1974년에 나왔다. 중앙 아메리카의 도미니카 공화국의 외진 시골 마을에 여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남자로 성전환이 일어나는 신비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알고 보니 성전환 현상은 테스토스테론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와 관련이 있었다.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이 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기 때문에 나타난 일이었다.

정상인 경우 태아일 때부터 성호르몬이 발현하여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의 성징을 가지고 태어난다. 성전환이 일어나는 아이들은 태아일 때에 테스토스테론 대사에 결함이 있어서 남성의 성징을 발달하지 못하고 여자 아이의 외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테스토스테론 대사 유전자 외의 다른 남성 유전자는 정상이기 때문에, 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 남성 성징을 강하게 발현하면서 남성의 외모를 회복하게 된다. 이들은 남성의 성징을 발현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성의 생식기의 크기가 작고, 탈모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테스토스테론을 대사하는 유전자가 남성 성징의 발현과 탈모에 역할을 한다고 알려지게 되었으며 약물 개발의 타겟으로 부각되었다.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에도 작용하지만 모낭에도 작용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아니라 그 대사물이 작용한다. 전립선과 모낭 등에 테스토스테론을 대사하는 효소가 있어서, 이들이 테스토스테론을 대사물로 만든다.

테스토스테론 대사물의 작용으로 모낭이 수축되고 혈류를 통한 양분과 산소의 공급이 부족하여 탈모가 생기고 털이 자라지 못한다. 피나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 대사 효소를 억제해서 대사물로 바뀌지 못하게 하고, 그 결과 대사물이 모낭에 작용하지 못한다.

머크는 피나스테리드를 전립선 비대증 약물과 남성형 탈모약으로 개발했다. 외용제 형태로 허가된 미녹시딜과 달리, 피나스테리드는 경구 투여한다. 남성에게만 허가되었다. 이 약물이 여성의 탈모에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유효성이나 안정성이 임상시험을 통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폐경된 여성에게 허가 외 사용되기도 하지만, 임신 중에 사용하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GSK가 개발한 두타스테리드도 테스토스테론의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한국에서 전립선 치료제와 남성형 탈모제로 승인이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전립선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나 남성형 탈모에 대해서는 허가 외 처방으로 사용된다. 역시 여성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