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레카네맙(상표명 레켐비)이 알츠하이머병에 사용하도록 올해(2023년) 7월 미국 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승인을 받으려 하고 있다. 도나네맙의 임상시험 결과도 7월에 발표되어서, 빠르면 금년 내에 승인이 기대된다. 

치매에 적용하는 약물로서 도네페질(상표명 아리셉트),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메만틴이 사용되고 있다. 약물들은 경증의 치매 환자들이 경험하는 인지적 혼란 등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약물을 복용해도 인지장애가 개선되지 않으며 치매는 계속 진행된다.

아두카누맙(상표명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실제적인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채 2021년에 FDA의 가속승인을 받아서 논란을 일으켰으며, 2년이 지난 지금 퇴출 중이다. 이에 비하여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임상시험에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도네페질 등의 증상 완화제가 나온 지 거의 20여년 만에 나온 약물들이며 또한 병의 진행을 완화하는 최초의 약물들이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항체 약물로서 작용 방식이 유사하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라고 하는 단백질 찌꺼기가 쌓인다.

병의 진행에 따라 침착물이 많아지고 뇌의 여기저기로 퍼지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이 신경을 손상시키며 이 찌꺼기를 제거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완화할 것이라는 가설이 나왔다. 이 약물들은 아미로이드 베타 찌꺼기를 제거한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경증의 알츠하이머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환자에게서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18개월 동안 수행한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을 투여받았은 환자군에서 플라시보 투여군에 비하여 인지 능력 감퇴가 5-6달 지연되었다.

도나네맙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경우, 플라시보 투여군에 비해서 인지 능력 감퇴가 평균 4달 지연되었으며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인 ‘타우’가 적게 응집된 사람들, 즉 병의 진행이 이른 사람들의 경우 6달 지연되었다. 

약물 치료로 치매의 진행이 18개월동안 평균 5달 지연되었는데,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약물은 1 차적으로 환자의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한다. 18 개월 동안 약물에 의해 환자의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대부분 제거된다. 나쁜 것은 다 제거되어 뇌신경이 더 나빠질 리가 없으니 치매의 진행이 멈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제거된 이후 약물이 작용할 여지가 없으니 더 이상 효과가 없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치매라고 진단을 받으면 환자의 여명은 대체로 7년에서 17년 사이이다. 환자의 인지 능력이 나빠지지 않고 현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상적이다.

반면, 5달 지연시킨 이후 치매의 진행이 계속된다면 약물 치료 비용과 부작용을 고려할 때에 치료의 의미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느 상황인지 아직 모른다. 약물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는 대체로 부작용이 큰 약물이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도 마찬가지이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을 투여하는 중에 MRI 뇌영상을 보면 3~ 7명 중의 한 명꼴로 뇌에 미세한 부종이나 출혈이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을 투여할 때에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환자는 대부분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아무 증상도 느끼지 않으며 때로는 두통, 어지러움, 혼란스러움 등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치료를 시작한 후 초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여러 달이 지나면 해소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치료를 받는 동안 주기적으로 MRI 뇌영상을 촬영해서 부작용이 나타나는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아주 드물지만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 임상시험에서 도나네맙을 투여 받은 환자 3명이 약물 투여와 관련해서 사망했다고 보고되었다.

레카네맙을 투여받은 환자 중에서도 혈전증 약을 복용하던 환자 3명이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혈전증의 위험이 높아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뇌출혈의 가능성 때문에 치료가 권장되지 않는다.

아밀로이드 뇌혈관병증(Cerebral Amyloid Angiopathy, CAA) 환자도 위험군이다. 아밀로이드 뇌혈관병증이란 뇌의 혈관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침착되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확률이 높고 뇌출혈의 빈도도 높다. 약물 치료 중에 혈관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제거되면서 이들이 뇌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치료를 받기 전에 환자는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아포지단백 E(APOE) 유전자형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APOE 단백질은 지질 대사와 운반에 관련되는데 그 유전자는 ε2, ε3, ε4 세 가지 형태가 있어서 사람마다 다른 형을 가진다.

APOE ε3형이 가장 흔하다. APOE ε4를 가지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빈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각각 하나의 유전자를 물려 받아서, 한 쌍의 유전자를 가진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임상시험에서 APOE ε4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들에게서 미세 부종과 출혈의 가능성이 특히 높았다. 이들은 또한 약물의 효과가 가장 적게 나타난 그룹이기도 하다.

 

사진. 에자이 '레카네맙(상표명 레켐비)'
사진. 에자이 '레카네맙(상표명 레켐비)'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은 까다로운 약물이다.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이 시작할 무렵 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일 때에 적용한다.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치매에 약물은 효과가 없다. 알츠하이머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도 약물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 있더라도,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거나 혈전증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치료가 권장되지 않는다. 본인이든 지인이든 인지장애를 경험하기 시작하여 약물 치료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먼저 치료가 적합한가를 검토해야 한다.

PET 영상, MRI 영상, 뇌척수액 검사,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치매가 알츠하이머병인가를 확인하고 부작용의 가능성을 판단한다. 혈액검사는 뇌에서 일어나는 병리학적 특징을 보기에 민감도가 낮다. 

모든 조건이 부합되어 치료가 결정되면 환자는 레카네맙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도나네맙이 약물로 허가를 받아서 사용하게 되면 한 달에 한 번 약물 주사를 맞는다. 임상시험에서 치료 기간은 1년 반이었다.

도나네맙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가 제거되면 약물 주사를 조기에 중단했는데, 환자들 중 약 절반에게서 1 년 이내에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이 대부분 제거되었다고 한다. 치료 기간 중에 수시로 MRI 뇌영상을 촬영하여 뇌에 부종이나 출혈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한다. 뇌영상 결과에 따라 치료를 몇 달 쉬었다가 재개할 수도 있고, 또는 치료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중단될 수도 있다.

약값은 1년에 2만 6500~2만 8000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3500만원이다. 치료 이전에 적합성 판정을 위한 각종 검사비, 치료 중에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틈틈이 해야 하는 뇌영상 촬영과 기타 검사비가 더 필요하다. 

신약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약물들의 효과와 부작용의 면에서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약물들이 환자의 삶의 질을 바꾸는 기적의 신약인지,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인지 지금 알려진 것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가 나와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다.

치료가 복잡하지 않고, 치료비가 저렴하고, 부작용도 적다면, 지금 알려진 효과만으로도 일단 치료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 약물들은 까다롭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고 치료비도 비싸다.

현 시점에서 기회가 충족되어 치료를 원한다면 기대하는 효과 대비 부작용과 비용 등을 고려해서 약물 치료를 받을 것인가를 개인적인 상황과 판단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이들 신약보다 효과적이며 보다 안전한 약물이 개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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